익숙한 이야기의 힘…OTT 휩쓴 속편, 영화계는 리메이크로 응수
‘범죄도시2’-‘환승연애2’ 속편 콘텐츠 OTT에서 인기 리메이크 작품 잇따라 선보이는 영화계 “어설픈 파생 콘텐츠, 형만한 아우 없어”
익숙한 이야기의 힘이다. 최근 OTT를 중심으로 속편, 프리퀄 등 파생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영화계에서도 리메이크로 응수하고 나섰다.
27일 국내 OTT 통합 랭킹에는 디즈니+의 <범죄도시2>와 티빙 <환승연애2>가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두 작품 모두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속편 제작으로 이어졌고, 원작의 인기를 뛰어넘은 케이스다.
올해 5월 극장에서 개봉해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는 이달 19일 디즈니+로 무대를 옮겨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작인 <범죄도시>는 2017년 개봉해 6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속편의 인기와 더불어 티빙, 왓챠 등 서비스되고 있는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티빙 오리지널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2>는 그 파급력이 더 크다. 해당 프로그램은 21일 공개된 19화에서 시청 순 방문자수(UV) 티빙 역대 1위를 차지한 동시에 15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28일 방영 예정인 마지막회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고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시 전작인 <환승연애>도 화제가 되며 정주행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이날 각 OTT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 중에는 티빙 <스트릿 맨 파이터> <쇼미더머니11>, 웨이브 <고딩엄빠2>등 전작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등장인물로 약간의 변화를 준 속편들의 인기가 돋보였다.
익숙한 이야기, 사랑받은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파생 콘텐츠는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선 ‘흥행보증수표’로 통한다. 원작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선행된 사건을 그린 ‘프리퀄’, 원작의 캐릭터나 설정에 기초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스핀오프’, 원작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속편’ 등 OTT는 이 흥행보증수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플랫폼으로 꼽힌다.
티빙은 7년 전 종영한 인기 프로그램 <마녀사냥>의 속편을 자사의 오리지널 <마녀사냥 2022>로 제작해 많은 가입자들의 선택을 받았으며, 웨이브는 HBO 인기 시리즈 <왕좌의 게임>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국내 독점 공개했다. 해당 시리즈는 방대한 스케일과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며 “극장에서나 보던 대작을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평을 들었다.
현재 제작 중인 작품들 가운데서도 파생 콘텐츠는 기존 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기대작으로 꼽힌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빌런 ‘레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레이>(가제)를 비롯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 속 베를린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작품 모두 OTT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며 당분간 팬들을 붙잡아둘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의 선택을 두고 OTT와 경쟁하게 된 극장가는 남은 하반기 리메이크 작품을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올해 극장가는 최근 몇 년간 OTT에 빼앗긴 관객들을 다시 집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다양한 대작 영화를 선보였다. 하지만 <비상선언> <외계+인 1부> 등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작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26일 개봉한 영화 <자백>은 스페인 스릴러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 영화는 로튼 토마토 관객 지수 85%, IMDb 평점 10점 만점에 8.0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스토리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개봉 첫날 43,659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같은 날 개봉한 <리멤버>역시 리메이크작이다. 캐나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나치의 만행에 복수하기 위한 80대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반면, 한국 리메이크에선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만행을 드러내는 설정으로 재해석했다. 개봉 첫날 47,42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스토리 구상부터 콘텐츠 기획,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신작 콘텐츠에 비해 파생 콘텐츠는 기획 단계가 축소돼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원작의 팬들로 이뤄진 잠재 수요 역시 속편과 리메이크가 잇따라 선을 보이는 이유다.
다만 <범죄도시2>와 <환승연애2>가 보인 신드롬은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부족한 부분의 보충은 물론 비슷한 시기 선보인 다른 작품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원작에 대한 의리를 외치며 성의 없는 후속작을 지켜보던 때는 오래 전 지나갔다. 단순히 흥행을 목적으로만 만든 파생 콘텐츠는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영화계가 내세운 리메이크작들이 추워지는 날씨에도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낼 수 있는 ‘형을 뛰어넘는 아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