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영화 랭킹] 5/8 넷플·티빙·웨이브 – 극장에서 못다 이룬 꿈
8일 OTT 영화 랭킹 ‘교섭’-‘유령’-‘젠틀맨’ OTT에서는 주목받는 韓 영화
뒤늦게 펼치는 흥행의 꿈.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 지난 1분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OTT에서는 그 행보가 다르다. 올해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이 차례로 OTT 시청자들과 만나며 주목받고 있는 것. 극장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흥행의 꿈을 OTT에서 노려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넷플릭스(Netflix) 영화 차트 1위에는 <교섭 The Point Men>이 올랐다.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 분)과 현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 분)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탈레반이 예고한 살해 시한이 가까워지는 급박한 상황 속, 교섭 성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재호와 대식은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선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로 <제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연출했던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월 18일 개봉한 <교섭>은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과 현빈의 만남이자 설 연휴를 노린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70만명 관객 동원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의 절반밖에 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의 기세에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극장에 함께 걸려 있던 한국 영화 <영웅>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소재. 작품은 우리나라 개신교의 이미지를 헤치며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민감한 소재와 더불어 지루한 전개도 혹평의 이유다. 한국인 피랍사건은 인질로 잡힌 이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대사 등을 통해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되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사라지면서 긴박함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작품은 CGV 골든 에그지수 81%, 롯데시네마 평정 8.4점, 메가박스 7.9점을 기록,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받으며 극장 흥행에 실패했지만, OTT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주목받고 있다. 소재 논란과 스토리의 지루함을 떠나 주연을 맡은 황정민, 현빈, 강기영의 강렬한 연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모양새. 황정민은 완벽한 교섭관으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고, 현빈은 믿고 보는 ‘현빈표 액션’을 통해 클라이맥스를 책임졌다. 또한 현지 통역사 카심 역을 맡은 배우 강기영은 감초 연기를 통해 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OTT 공개 이후 “황정민, 현빈, 강기영의 연기 만으로 한 번쯤 볼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극장에서 이루지 못했던 흥행의 꿈을 OTT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빙(TVING) 1위는 <유령 Phantom>(감독 이해영)이다.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첩보 액션물로,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교섭>과 같은 날 개봉하며 설 연휴를 노린 상반기 대작으로 꼽혔지만, 반전 없는 뻔한 스토리와 진부한 액션, 개연성 없는 캐릭터 등으로 혹평 받으며 손익 분기점의 5분의 1 수준인 66만 관객에 그쳤다. 하지만 극장보다 편안하게,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OTT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 티빙을 통해 SVOD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곧장 영화 차트 1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 일주일 넘게 왕좌를 지키고 있다. OTT 공개 이후 “초반의 영상미가 아름답다”, “이하늬, 박소담 두 여배우의 화려한 액션에 눈길이 간다” 등의 평을 얻으며 ‘킬링타임용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만큼, 극장에서의 성적을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웨이브(Wavve) 1위는 <젠틀맨 Gentleman>(감독 김경원)이다. 의뢰가 들어온 사건이면 한 번의 실패 없이 완벽히 처리하는 흥신소 사장이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로 위장해 범죄자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코미디물로, 주지훈과 박성웅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에서는 22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지만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선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소재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지난 2월 공개 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