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육아템 된 미디어 콘텐츠, ‘Mom guilt’ 저격한다
전문가 육아 팁 등 맞춤형 키즈 콘텐츠로 힘주는 통신사 양방향 콘텐츠, 자기주도학습, AI 접목 등으로 아이·부모 사로잡기 나선다 영어 교육으로 주목받는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식당을 가면 돌쯤 되는 작은 아이들 모두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디어기기가 영유아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하늘이 무너진 양 울어대던 아이도 화면만 보여주면 조용해지니 도무지 보여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기업들은 양질의 아동용 콘텐츠에 대한 부모의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IPTV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사들은 다른 업계보다 빠른 속도로 IPTV에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키즈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 왔다. SK브로드밴드의 ‘잼 키즈’, KT의 ‘키즈랜드’, LG유플러스의 ‘U+아이들나라’가 대표적이다.
저출산 속에서도 ‘키즈 콘텐츠 산업’ 급성장
소아과, 어린이집, 유치원 등은 출산율 감소에 따른 대표적인 사양 산업이다. 그러나 같은 영유아 대상 산업임에도 소위 ‘키즈 콘텐츠 산업’은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4천억원에서 2020년 4조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가 43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40% 가까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은 그만큼 아동 1인당 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50조원을 넘어선 아동용품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과 관계없이 자녀를 위한 고품질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가정을 뜻하는 VIB(Very Important Baby) 세대의 등장과 조부모, 삼촌, 이모 등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한 자녀의 양육에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텐 포켓’ 현상이 호황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힌다.
아이들을 위한 미디어 수요도 늘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은 물론이고 부모의 개인 시간을 위해서 또는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TV나 스마트폰 등을 ‘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시장 수요에 부응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예능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SNS 사용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 접하고 익숙해진 플랫폼을 성인이 돼서도 꾸준하게 사용할 것이라 판단, 충성 고객층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U+ ‘아이들나라’, 오은영과 협업하는 KT
LG유플러스, KT, SK브로드밴드 등 거대 통신사들은 유해 콘텐츠를 엄격하게 걸러내는 한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부모들의 지갑을 열었다. 많은 가정에 보급돼 있는 IPTV도 한몫했다. 24개월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IPTV에서 동화구연 콘텐츠를 발견했다”며 “짧은 분량과 양질의 콘텐츠 덕분에 아이와 함께 자주 시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LG유플러스는 IPTV 기반의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인 ‘아이들나라’를 지난해 11월 모바일 기반의 키즈 OTT 서비스로 확장했다. 박종욱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전무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사로잡아 키즈 OTT계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 등 기존 OTT 서비스와 비교하면 2만5,000원이라는 이용 요금이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양질의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KT는 아동용 인터넷(IP)TV 서비스 ‘키즈랜드’와 오은영 박사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 만 3~6세 아동의 신체·인지·관계·언어·정서 등 5가지 영역의 발달 유형에 맞춘 놀이법 200편을 담은 ‘오은영의 얘들아 놀자’ 콘텐츠를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부모도 참여하는 ‘키즈랜드 캠핑’, 오은영 박사가 육아 조언을 해주는 ‘키즈랜드 토크콘서트’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카카오, 네이버, 인스타그램도 가세
통신사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 등도 수년 전부터 어린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부터 제공한 유아 교육 콘텐츠 서비스 ‘카카오키즈’를 2019년 야나두와 합병해 ‘야나두키즈’로 재단장했다. 전통적인 강자 네이버도 1999년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인 ‘쥬니어 네이버’를 개설한 이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보강하는 중이다.
최근 인스타그램도 ‘가족 센터’라는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 부모와 10대 자녀를 위한 기능으로, 부모와 자녀 간 계정을 연결되면 보호자는 자녀의 팔로워나 팔로잉 활동을 확인할 수 있고 앱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도 있다. 하루 중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휴식 시간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기능은 부모와 자녀의 상호 동의가 있을 때만 사용 가능하다.
어린이용 OTT도 대세
OTT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키즈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어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영어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맘카페 등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아이 영어 노출 때문에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며 “OTT 콘텐츠를 고민 중인데 추천 부탁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아이들이 주로 보는 애니메이션이 다수 포진돼 있어 유리하다는 평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라이온킹>, <겨울왕국> 등이 인기 작품으로 꼽힌다.
한편 디즈니에 비해 어린이용 콘텐츠가 적은 넷플릭스도 어린이 콘텐츠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키즈를 런칭한 데 이어 최근에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 등 유명 키즈 IP를 인수하며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강화하는 중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코리아 대표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키즈 콘텐츠 강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는 우수한 키즈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가 많다”며 “넷플릭스와 함께 한국에서 만든 ‘라바’ 등 콘텐츠도 있고, 이런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