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초래한 주가 하락, 살릴 수 있는 것도 ‘디즈니+’ 뿐?
10일(현지시각) 디즈니 주가 91.77달러로 마감, 코로나19 시점과 비슷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디즈니랜드 등 오프라인 매출액은 증가추세 디즈니의 진짜 속내는 ‘디즈니+’를 이용한 비즈니스 확장에 있다
9일(현지 시각) 디즈니의 3분기 영업실적이 공개됐다.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는 긍정적인 결과에 10일(현지시각) 장 마감 후 주가가 일부 상승했지만, 여전히 디즈니플러스(이하 디즈니+)로 인한 주가 약세는 지속중인 것으로 보인다.
줄줄이 흥행 실패한 디즈니+, 디즈니 주가에도 영향 미쳐
디즈니 측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회계연도 기준 올해 3분기(4~6월) 디즈니의 총매출액은 223억3,000만 달러(약 29조4,355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3달러(약 1,357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주당순이익은 6%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 컨센서스(투자기관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기업 실적 전망치)인 0.95달러(약 1,252원)를 웃돌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주력 사업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구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성장이 정체된 점이 약점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10일(현지 시각) 디즈니의 주가는 2년 전 주당 203달러(약 26만원)에 달했던 고점 대비 57% 하락한 87달러(약 11만원)까지 추락했다. 장 마감은 91.76달러(약 12만원)로 마무리했지만 주가 수준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충격 당시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전문가들은 디즈니의 주가가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디즈니+ 등 스트리밍 사업의 성장세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3분기 디즈니플러스의 총구독자 수는 1억4,610만 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1억5,110만 명을 밑돌았다. 직전 분기 대비해서도 1,170만 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디즈니 측은 구독자 수 감소 이유로 인도 스포츠리그 크리켓의 스트리밍 중계권을 상실하며 이탈한 구독자들이 많은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콘텐츠 판매 및 라이센싱 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제작비 약 2억 달러(약 2,600억)에 달하는 픽사 영화 <엘리멘탈>은 전 세계적으로 4억2,300만 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제작비 2억5,000만 달러(약 3,300억)를 투입한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손익분기점인 6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즌을 여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역시 지난 2월 국내에서 개봉했지만 불과 155만 명의 관객만 동원한 채 막을 내렸다. 이 때문에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최근 우리 영화 중 일부의 결과는 분명히 실망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마파크 매출은 상승곡선
다만 테마파크 매출은 상승했다. 디즈니는 이번 분기 테마파크 사업 부문 매출액이 13% 늘었다며, 특히 홍콩 디즈니랜드 매출액이 94% 급증했다고 밝혔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최근 티켓 가격을 인상해 향후 매출 증진이 기대된다. 경기 재개 및 코로나19 엔데믹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셈이다.
현금 흐름도 개선됐다. 3분기 디즈니의 잉여현금흐름은 16억3,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유입 규모인 1억8,700만 달러보다 약 9배가량 뛰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뜻한다. 향후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어 디즈니의 주가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파크 사업 부문은 의미 있는 진전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내 테마파크 수요가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월가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팁랭크스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디즈니에 의견을 제시한 연구원 22명 중 15명은 매수, 7명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디즈니의 수익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며 디즈니에 대해 강세 전망을 제시했다.
반등은 디즈니+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일각에선 디즈니가 ‘마이너스’인 디즈니+를 포기하고,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등 캐릭터 콘텐츠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한 시장전문가는 디즈니는 특성상 개별 고객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신데렐라’를 좋아하는지 ‘아이언맨’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콘텐츠나 상품을 생산해 마케팅 효과를 제고해야 함에도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없는 점이 디즈니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이제 디즈니는 자체서비스인 디즈니+를 통해 생일, 성별 같은 개인정보나 콘텐츠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각 개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즉 개개인에 맞춘 퍼스널 상품 추천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향후 콘텐츠 제작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즈니+는 디즈니의 장기적인 야망”이라고 평가하며 “디즈니에서 저렴한 가격과 막대한 투자로 큰 재무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놀이공원이나 리조트 등 각 사업부의 데이터 공유와 교차 판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치 애플 생태계에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것처럼 자사 비즈니스에 고객을 잡아두는 것이 목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디즈니는 이번에도 디즈니+를 포기하지 않고, 디즈니+의 수익성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이에 오는 10월부터 디즈니+와 훌루는 이용요금을 각각 27%, 20% 인상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계정 비밀번호 공유를 단속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전망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즈니가 스트리밍 사업에서 무광고 요금제의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며 “OTT를 통한 광고 수익 확대를 도모하려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아이거 CEO는 “우리 사업의 핵심인 창조성을 회복시키겠다”며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대를 정의하는 기회’”라고 정의했다. 업계는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디즈니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그의 말에 조명하며 디즈니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과연 디즈니는 100여 년 전 만화가이자 성우, 애니메이터, 스튜디오 대표, 테마파크 및 영화 제작자였던 월트 디즈니가 구상한 것처럼, 산재된 비즈니스 각 부분의 ‘시너지’를 높이며 디즈니+를 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