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도 넘은 훔쳐보기’ 이대로 괜찮은가

넷플릭스 없는 중국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폭발 VPN 이용해 우회접속 &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성행 중국은 다른 나라 문화 먼저 존중하는 법 배우고 행동해야

중국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사진=더우반

최근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 열풍을 초래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그 인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에는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관련 리뷰가 3만 건을 넘어섰으며, 평점은 9.3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용자의 94.9%가 4점 이상을 매기는 등 호평 일색이다.

뛰는 K-콘텐츠 위에 나는 도둑 시청

국적을 떠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중국에서는 정식으로 시청할 수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아직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VPN(가상사설망)으로 국가 위치를 변경해 우회 접속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접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더우반’에 등장했다는 것은 최소 3만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불법으로 이를 시청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로 더우반 사이트 하단에는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보고 싶은 회차를 클릭하면 중국어 자막으로 된 영상이 즉시 재생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비상한 변호사 위잉우(非常律師禹英禑)’, ‘이상한 변호사 위잉우(奇怪的律師禹英雨)’ 등을 검색하면 해당 작품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뒤 유통하고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대거 발견된다. 이 역시 더우반처럼 중국어 자막까지 삽입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국 불법 콘텐츠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에 무단으로 콘텐츠가 게재되는 피해를 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는 역시 공짜로 봐야”, “넷플릭스야 고마워” 등 황당한 감상평까지 남기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이 다 가져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 문제에 ‘제 돈 주고’ 구독하는 소비자들만 분통이 터지고 있다. 넷플릭스 및 국내외 OTT 업체들은 벌써 수년째 중국 불법 콘텐츠 스트리밍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수십, 수백 곳에 달하는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어 근절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중국의 ‘한국 훔쳐보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 83개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1억 조회 수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 내에서는 무려 60여 개 사이트에서 ‘오징어 게임’을 불법 유통하고 있었고, 저작권에 대한 돈 한 푼 내지 않고 총 10억 회 다운로드를 기록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의 한국 콘텐츠 불법유통은 예전부터 큰 문제가 됐다”며 “중국 당국이 모르는 게 아니고 알면서도 지금까지 (제재를) 안 해왔는데,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적인 언론에서도 중국의 잘못된 행동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중국은 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거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중국의 한국 콘텐츠 불법 시청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집계한 ‘국가별 콘텐츠 불법유통 적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건수 중 32.5%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불법 시청으로 OTT 생태계 파괴하는 중국

앞서 넷플릭스는 2016년 기업실적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해외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규제환경 때문에 중국에 대한 서비스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 2017년부터는 중국 현지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iQiyi)’와 파트너십을 맺고 넷플릭스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중국 내 공급하려 했으나 큰 이득이 없다는 양측의 판단으로 2019년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의 OTT 시장은 자국 서비스인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아이치이(iQIYI), 유쿠(Youku)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텐센트 비디오의 구독자 수는 약 1억5,000만 명으로 2016∼2022년 기간에 연평균 56.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OTT 시장 점유율 32.3%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치이의 구독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1억2,000만 명으로 전체 OTT 구독자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6∼2022년 연평균 36.1%의 성장률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유쿠의 구독자 수는 2020년 기준 약 1억 명으로 전체 OTT 구독자의 약 21.3%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2016∼2022년 연평균 27.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와 같이 중국 내 OTT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약 4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3대 OTT 플랫폼과 비주류 OTT 플랫폼 구독자 수를 합산할 경우, 중국 OTT 플랫폼 전체 구독자는 약 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통계적 추정에 불과하며, 실제 구독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5억~8억 명의 인구가 불법으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가정하면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 1개월 구독료를 기준으로 약 8조5,000억원~13조6,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2개월 동안 매주 2편씩 업로드되는 만큼, 17조~27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왓챠와 티빙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인 ‘최종병기 앨리스’와 ‘유미의 세포들’의 손실액을 유추해 봤을 때 6조5,000억원~10조4,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트레이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웨이브 또한 7조~11조2,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중국에 정식으로 출범했다면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두 작품만으로도 약 26조원~41조원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중국의 불법 시청에 의한 국내 OTT 플랫폼들의 손해 역시 약 20조~33조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진=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중국은 기형적 시장 구조 풀고 불법유통 엄벌해야

전문가들은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 내 이용자들의 인식을 바꿔 불법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제작사 대표는 “불법유통이 쉽게 이뤄지는 건 처벌이 가벼운 벌금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콘텐츠를 불법유통해 취득할 수 있는 수익이 처벌로 물어야 할 벌금, 형보다 훨씬 큰 게 문제”라며 “강력한 규제, 처벌 강화를 통해 불법유통, 불법 소비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한편 현재 국내외 OTT 시장은 성장 둔화 위기에 놓여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최고의 수혜를 누린 OTT 서비스는 엔데믹을 맞이한 지금 그 열기가 한풀 꺾인 상태다. 지배적 사업자로 불리는 넷플릭스마저 주가 하락을 경험했고 최근에는 직원을 해고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엔데믹과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 하는 물가에 가로막혀 다시 위축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만연한 불법 시청까지 가세해 OTT 수익 구조는 물론, 저작권까지 서슴없이 침해하고 있다. 특히 K-콘텐츠의 불법유통 성행 기저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와 한한령이 깔려있는 만큼,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된 올해가 가기 전 정식 수출의 활성화로 기형적 시장 구조를 풀고 OTT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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