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 구조조정 – 1.글로벌 자금 경색

자금난 시달리는 OTT 업계 2~3년간 시장 침체기 예상 장기 투자 필요한 OTT, 돌파구 필요

사진=KT, Netflix, 왓챠

KT에서 2019년부터 운영했던 시즌(Seezn)이 티빙에 매각되고, 왓챠가 자금 경색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한 해외 업체들이 연달아 가입비를 인상하고, 넷플릭스는 절대 없을 것이라던 광고 요금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한 줄 요약하면, 다들 돈이 없어 보인다.

OTT업계가 직면한 자금 경색

사실 OTT업계가 돈이 없다는 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처음 넷플릭스가 대규모 투자금을 받아 미디어 업계의 방정식을 새롭게 쓰고 있던 시절부터 OTT 플랫폼들 중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좀 더 크게 보면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사업 초창기에 극심한 비용 문제를 겪는다. 가깝게는 국내의 종편들이 초기에 수십, 수백 억의 초기 투자 비용을 썼고 더 크게 보면 국내 방송 3사도 초창기에는 정부 후원으로 운영이 됐다. 국내를 벗어나서도 국영방송을 제외한 방송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게 되는데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OTT업계는 방송사들이 공급하는 컨텐츠들 중 가장 광고 수익이 높은 영화, 드라마, 예능 컨텐츠들을 떼어낸 서비스다. 아무리 가장 수익성이 좋은 컨텐츠들이라고 해도 초반 몇 년 간은 가입자 확보 및 컨텐츠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은 업계의 상식과 같은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성장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돈 줄이 마른 티가 나는 경영상의 선택들을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시장 자금 경색

사진=Bloomberg

최근의 OTT 업계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엔데믹에 따른 가입자 이탈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계에서는 더 근본적으로 투자금이 말랐다는 걸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왓챠의 프리IPO 시도가 좌절된 이유도 미래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나 엔데믹에 따른 가입자 이탈보다는 단순히 글로벌 자금시장이 경직된 탓이 크다는 평이 업계의 견해다.

왓챠는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순증가세가 꾸준히 상승세에 있고, 지난 6월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어 108만명을 달성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1,400만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가 1,100만으로 주춤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감소는 속칭 ‘볼 게 없다’는 평이 나올만큼 PC주의 컨텐츠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되다보니 민감한 시청층이 빠르게 가입 해지 절차를 밟은 부분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거기에 쿠팡 플레이를 비롯해서 다른 플랫폼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면서 굳이 넷플릭스에 연연하지 않는 소비층의 이탈이 가속화되었다는 분석이다.

자금 시장 경색으로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스타트업들+

사진=쏘카, 핀다

OTT 업계 사정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벤처 업계의 자금 경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로, 아직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았으나 상장 준비에 들어간 쏘카와 핀다의 경우가 언급된다.

쏘카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추가 투자 라운드를 더 진행하지 않고 IPO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태다. 핀다의 경우, 작년 초 2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유지한 이래, 잉여 자금 일부를 상징성 있는 기업 인수에 써 IPO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겠다는 내부 방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준이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자본 시장에서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고 있기도 하다.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인상 등으로 건설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재건축 시장이 주춤하자 연쇄적으로 관련 스타트업계에 투자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VC 업계의 후문이고, 경기 침체에도 방어적인 산업 (Recession-proof industry) 자료만 검토하는 것이 VC업계 현 상황이라고 익명의 VC업계 관계자가 밝히기도 했다.

OTT 업계의 생존 방정식

사진=쿠팡, 왓챠 미디어데이

왓챠 2.0을 포기하고 생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왓챠의 보도가 향후 2~3년을 봤을 때 타당한 전략이 아니냐는 업계 반응도 있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팽창 전략으로 성공한 아마존, 쿠팡 같은 사례만 볼 것이 아니라 성장 대신 생존을 택한 티몬, 위메프의 전략이 무조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쿠팡은 초기 IPO 상장시점 대비 1/4 이하로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넷플릭스가 PC주의 컨텐츠를 포기하기 시작하고 광고요금제까지 도입하는 것도 업계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후문이다. 넷플릭스도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광고요금제를 내놓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 업계에 널리 퍼진 상식이기 때문이다.

대형 회사 몇 개 중심으로 개편되는 것은 결국 일어날 미래이겠으나 당장은 과도한 투자를 줄이고 생존 경쟁에 돌입하면서 시장 침체기가 2~3년 정도 이어지지 않겠냐는 것이 OTT 업계 내부의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요 예측의 어려움, 중국-대만간 전쟁 위험에 따른 반도체 이슈 등 글로벌 산업 전망 불안정성이 금리 인상과 맞물려 최소 1~2년간은 투자자들이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예상이다. 아직 성장기라 외부 투자금이 장기간 계속 유입되어야하는 OTT 업계 입장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를 무사히 극복하는 회사들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되던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OTT 업계도 향후 2~3년간 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른바 ‘버티기’에 성공하는 업체에 미래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글로벌 투자 은행 업계에서도 위험 자산을 빠르게 털어내고 생존에 초점을 맞췄던 BoA – Merrill Lynch, JP-Morgan 등의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OTT업계가 바뀐 투자 시장 상황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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