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 빙하기 콘텐츠 전략 – K-콘텐츠 생존과 정부 투자

글로벌 자금난에 K-콘텐츠 ‘생산 지속성’ 주목 100억 제작비 시대, 세액 공제 등 지원책 시급 정부 직접 투자 가능성은?

출처=넷플릭스

글로벌 자금 경색이 가속화하며 K-콘텐츠 제작 현장에도 여러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추가 펀딩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한 어느 영화 촬영 현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스태프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왓챠, 쿠팡플레이 등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충원했던 인력을 내보내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빙하기가 장기화 될 경우 발생할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정권 내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차단되면서 국내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 관련 인력들이 해외 취업을 택했고, 국내 대학의 원자력 관련 전공은 학생을 못 받는 경우까지 생겨날 정도였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K-콘텐츠 업계에도 벌어질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나이지리아의 콘텐츠 제작 시장에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 나이지리아 인력들을 타국에서 쓰는 비용보다 나이지리아 직접 투자가 훨씬 더 저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외 콘텐츠 전문가의 평이다. 일찌감치 한국에도 같은 도전을 했던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대박 K-콘텐츠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사진=넷플릭스

K-콘텐츠, 계속 생산될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다시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받던 경험은 잊어버려야하는 2-3년이 올 것이라고 판단한다. 여전히 OTT 업체들은 콘텐츠를 구매해야하고 해외 시장에 대한 K-콘텐츠 티켓 파워는 있는 상태에 해외 확장성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 업계는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해주는 방식으로라도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없느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의 선진 시장은 30% 내외의 제작비를 세액 공제를 받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대기업은 3%, 중소기업도 10% 내외에 불과하다.

OTT 콘텐츠를 통해 수익이 났을 경우 OTT 플랫폼들의 법인세를 통해 얼마든지 세액을 보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부담을 크게 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들에 세금 부담을 계속 지우는 것이 합리적인 부의 재분배인가에 대한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문화정책논총 제34집 3호

최근들어 2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영화가 여럿 출시되기도 했지만 <외계+인> 1부처럼 흥행 참패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경우, 수익이 없으니 세금을 낼 부분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의 추론에 따르면 관객수 150만명 기준, 15,000원의 티켓 값 중 부가가치세 10%, 영화발전기금 3% 를 제외하고 영화관이 43.5%, 배급수수료 4.4%, 투자사와 배급사가 남은 39.2%를 배당받게 된다. 투자사 15% 내외, 배급사 23~24% 내외로 나눈다고 가정할 때 <외계+인> 1부의 경우 영화관은 약 100억원의 수익, 투자사와 배급사는 각각 100억원 대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측된다.

100억원 순제작비가 K-블록버스터의 상징적인 숫자였던 것이 몇 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투자사와 배급사가 단 1개의 영화에 최소한 K-블록버스터 2-3개의 손실을 입고도 계속 도전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벤처 투자처럼 정부가 직접 투자는 어떨까?

K-콘텐츠의 흥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실제로 수익을 낸 곳은 넷플릭스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작사 간의 계약에 제작비 지원 이외에 수익 배분 사항이 없었기 때문.

고위험 콘텐츠 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큰 도전임에 분명하다. 이런 도전에 지난 10여년간 중소기업벤처부는 벤처투자사들을 통해 벤처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한국 벤처들의 성장의 숨은 주역이 정부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콘텐츠의 다양한 판로가 이미 가시화된 상황에 글로벌 자금 경색으로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에 이런 지원금이 투입되면 어떻게 될까?

세액 공제를 통한 지원은 위험에 대한 공동 부담이 아니다. 결과물을 나눔에 있어 민간이 좀 더 많은 것을 가져가자는 것이다. K-콘텐츠 제작비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제작 단계의 위험을 공동 부담하고, 그만큼 결과물에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이전처럼 영세한 상태에서 천재 감독 몇 명의 역량으로 돌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수 많은 우수 인력을 양성했고 다양한 판로도 개척이 된 상태다. 굳이 해외 기업들에게 K-콘텐츠 생산에 대한 모든 위험 부담을 떠 넘겨야 할 만큼 가난한 나라도 아니다. 그러나 충무로 일대에는 수 많은 시나리오가 빛을 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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