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 빙하기 콘텐츠 전략 – K-콘텐츠 인력의 활로
OTT 플랫폼 성장은 국내 시청자의 눈높이를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한 30대 남성 OTT 가입자는 “어차피 국내 드라마는 여자분들의 상승혼에 대한 망상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끊은 지 오래됐다. 해외 콘텐츠 중에 관심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면 컴퓨터 그래픽(CG)이나 시각 특수효과 (VFX)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콘텐츠 역량에 대한 언급을 내놨다.
실제로 K-콘텐츠 업계 관계자들도 국내 인력으로는 고급 CG나 VFX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고, 이런 요소가 더더욱 여성향 콘텐츠에 집착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반응이다.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세트장, CG, VFX 등 모든 것을 더 정교하고 고퀄리티로 만들어 내야 하는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고비용을 감당할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 침체기 국내 콘텐츠 인력의 활로?
글로벌 자금 경색에 따라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2023년 하반기 개봉을 앞둔 모 영화 제작팀은 추가 펀딩이 어려워지자 내년 상반기까지 계약했던 인력들을 이용한 작업을 올 하반기로 당겼다.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4~5년간 제작비가 크게 늘면서 콘텐츠 제작업계의 노동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다시 자금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은 기존 환경으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K-콘텐츠 인력들의 대안은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다.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한국 드라마가 이 정도면 훌륭하지’, ‘한국 영화는 이 정도면 됐지’라는 분위기에서 막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일례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감독의 전작인 <명량> 때와 다르게 배를 물 위에 띄우지 않고 순수하게 CG와 VFX를 이용한 디지털 촬영을 택했다. 영화관에서 직접 감상한 관객들의 평도 크게 나쁘지 않다. <왕좌의 게임>에서 용의 세세한 비닐을 CG로 구현한 수준까지 정밀함은 부족하지만, 바다 배경이 어색하게 보이지는 않았다는 감상이다.
인력의 역량 성장을 위한 대안은 있나?
최근 제작비가 대규모로 투입되면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는 비율이 2020년 기준 96.3%에 달했다는 분석 기사도 있을만큼 노동 환경은 대폭 개선이 되었으나, 아직 인력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오지는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그간 노동 환경이 나빴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들 일부의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던 업계가 이제 정상화되는 만큼, 좀 더 고급 인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된다는 말도 따랐다.
실제로도 여전히 많은 창작자들이 상상력을 구현하는데 한계를 겪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는 기술력의 한계로 시리즈의 초반부와 후반부를 몇 십년이나 기다려서 제작해야 했다. 국내의 수 많은 콘텐츠들도 더 기술력이 성장하면 화려한 영상미와 사실성 넘치는 디테일을 담아 스크린 상에 등장할 수 있다. 이번 <외계+인> 1부 흥행 실패에 대한 분석으로, 조잡한 CG, 유치하고 진부한 스토리, 어색한 대사, 매력없는 캐릭터 조합이라는 혹평도 있는 실정이다. 더 훈련받은 인력이 투입되면 당연히 결과물의 퀄리티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수십년간 K-콘텐츠 업계는 연출, 촬영, 조명 등의 인력들을 쥐어짜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K-콘텐츠가 스토리 텔링을 넘어 제작 전반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K-콘텐츠가 향후 수십년간 한국의 먹거리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