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 이용자수로 본 국내 OTT업계의 도전 ①
자체 콘텐츠 역량, 영업력으로 가입자 수 확보의 어려움 네이버, 토스 등의 타 기업과의 연계로 가입자 확보 콘텐츠 역량의 근본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
지난 8월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공개되면서 왓챠(WATCHA)의 미래에 대한 말들이 많아졌다. 지난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입자 수도 줄어 6월 105만명이었던 것이 99만명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2020년 말, 프리IPO(Pre-IPO, 기업 공개 전 벤처투자) 시점에 3천억원, 올 초만해도 4천억원의 가치를 이야기했던 왓챠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500억 인수제의가 있었다는 소문이 여의도 일대에 퍼진 상태다. 왓챠에서는 해당 소문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 가입자 수 확보의 어려움
OTT업계에서는 왓챠의 성공과 실패를 한국 스타트업이 대기업 후원 없이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웨이브와 시즌은 각각 SK텔레콤과 KT라는 국내 통신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로, OTT로의 전환이 일어나기 전부터 옥수수(Oksusu), 쿡(QOOK)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FLO 플로(SK텔레콤), Genie지니(KT·LG유플러스) 등의 음원 사업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왓챠와 출발점 자체가 달랐다.
이미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처음부터 확보하고 있던 상태에서 시작한 웨이브, 시즌 등과 달리, 티빙의 경우는 모기업인 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의 전통적인 영화배급사로,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핵심적인 기업이었다. 비록 왓챠가 영화 평점 기반으로 유저들을 끌어모으며 콘텐츠 업계에 대한 잔뼈가 굵어졌을지 모르나, CJ그룹 전체와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OTT업계 일반의 공통적인 견해다.
즉, 왓챠는 지원 사격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순수 마케팅 역량만으로 약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타 기업과의 연계로 가입자 확보
티빙은 네이버 멤버쉽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고, 넷플은 친구들 여럿이 계정을 공유하고, 웨이브와 시즌은 통신사 멤버쉽 중 상위 요금제를 쓰면 사실상 무료로 서비스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위의 그래프상에 없는 디즈니 플러스도 20만명의 유료 계정 확보에 토스의 캐시백 등의 연계 서비스를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넷플릭스와 왓챠만 자체 역량으로 가입자를 모았다는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선두 업체인 넷플릭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고, 신규 콘텐츠도 대부분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되는 만큼, 왓챠와 1:1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쿠팡플레이는 국내 선두권의 이커머스 기업의 야심찬 ‘라이브 커머스’ 도전의 일환인데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자체 콘텐츠 제작, 해외 스포츠 중계권 구매 등의 도전을 하고 있는 만큼, 왓챠처럼 자체 생존해야할 OTT업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왓챠 가입자들은 “오리지널이 거의 없고, 대부분은 일본 드라마, 중국 드라마들을 쉽게 볼 수 있어서 가입하는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 OBS 등의 중소형 케이블TV 업체들이 해외 구매 콘텐츠 위주로 방송을 채우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것이다.
◆ 콘텐츠 역량의 근본적인 차이
자체 콘텐츠 역량이 부족한 왓챠와 달리, 웨이브, 티빙, 시즌 등의 국내 주요 업체들은 K-드라마, K-예능 제작비 지원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웨이브는 HBO의 미국 드라마를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미드=넷플릭스’에서 ‘미드=웨이브’라는 공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신생 업체 중 자체 콘텐츠 역량이 없음에도 고속 성장하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경우도, K-리그 및 해외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 일본 및 중국 드라마 소비층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왓챠가 대규모 신규 투자를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일각의 분석에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그간 만났던 OTT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OTT 시장의 구조조정의 시범 타깃으로 왓챠가 선정된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케이블TV 시절부터, 방송국의 성공은 대박 드라마 등을 통한 시청자 유입이고, 해외 프로그램 소비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여건상, 자체 콘텐츠 역량을 키우지 못하는 방송국은 결국 채널을 판매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왓챠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며, VC업계 전반적으로 왓챠 뿐만 아니라 타 국내 업체들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웨이브를 교두보로 삼은 HBO와 달리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디즈니+와의 경쟁에서 국내 OTT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