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노리는 예능,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MZ세대 타겟?
연애 예능 ‘잠만 자는 사이’ 티저, 이불 속 자극적인 대화에 비난 봇물 MZ누리꾼, “이게 MZ세대의 사랑법?”,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 시청자들의 선택, 화려함과 자극성이 아니라, 탄탄한 기획과 높은 완성도
‘자만추’는 ‘자보고 만남 추구’하는 사이를 뜻하는 약어로, 웨이브가 최근 MZ세대의 연애 스타일을 꼭 집은 연애 예능을 오는 14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새 연애 예능 <잠만 자는 사이>를 “로맨스가 필요한 MZ세대들의 식스 투 식스 밤 데이트를 통해 연애세포를 낱낱이 잠금 해제하는 연애 리얼리티”라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정작 MZ세대의 반응은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MZ세대 연애 스타일이 ‘자만추'(자보고 만남 추구)라고?
7일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MZ를 저렇게 정의하다니”, “이런 예능은 제재 같은 거 없나?”, “무슨 근거로 ‘자보고 만남 추구’가 MZ세대의 사랑법이라는 건지”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제 티저 영상 속 한 이불을 덮은 남녀 사이에선 민망한 대화가 오갔다.
정식 공개는 14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공개된 티져만으로도 프로그램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잠만 자는 사이>를 “8명의 남녀가 오직 밤 시간대 이뤄지는 데이트로 사랑을 쟁취하는 내용을 다룬 영상물”로 정의했다. 이어 “욕설, 비속어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며 음주 요소도 전체 맥락상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1~4회를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에 OTT에 대한 영상물 등급의 자율 심의를 국회 법사위에서 승인받은 것이 <잠만 자는 사이> 같은 도전적인 예능을 자율적으로 심의하기 위해서였나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등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담은 연애 리얼리티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일부 종교계를 비롯한 단체에선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그간 음지에 숨어야 할 존재들로 여겨졌던 성소수자의 당당한 사랑을 응원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었지만,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자극적인 연애 예능, MZ세대 타겟 콘텐츠? <에덴>의 사례
지난 6월에는 IHQ에서 짝짓기 예능으로 <에덴>을 공개한 바 있다. 남녀 침대 혼숙, 상의 탈의, 비키니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지나치게 노출이 과감하다는 비판이 뒤따랐고, 결국 웨이브에서 재방영될 때는 자극적인 소재가 일부 제거되기도 했다. 특히, 예고편 방영 당시에는 ‘본능의 후예들’이라는 부제가 있었으나, 웨이브 방영 중에는 부제가 빠지기도 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너와의 여름밤에서는 뒷모습이나 바스트샹으로 얼굴을 안 나오게 처리했던 점을 차용했고, 일부 영상에서는 얼굴에 모자이크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예고편에서는 침대에서 “너무 세”, “느낌 좋아?” 등의 대화를 통해 스킨십을 나눈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공했으나, 웨이브에서 본편 방송이 되며 많은 부분 삭제처리를 하게 된다.
MZ세대가 주로 보는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시인사이드에 마이너 갤러리가 생기는 등, 크게 흥행할 조짐이었으나, 방영 종료된 8월 이후로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는 죽은 갤러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화끈한 콘텐츠의 의도는 좋았으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과 함께, ‘소문으로 듣던 역대급 수위가 실제 방송에서는 없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글로벌 자금 경색으로 OTT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자, 고액 제작비가 필요한 대작 영화나 드라마 대신,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각종 제작비가 적게 들뿐만 아니라, 매주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시청자를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연애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예능의 단골 소재였다. <에덴: 본능의 후예들>이라는 초기 제목이 지난 6월에 그랬듯이, <잠만 자는 사이>가 제목과 티저 영상만으로 톡톡한 홍보효과를 봤다. 그러나 <에덴>의 사례에서 보듯,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콘텐츠의 조건은 영상의 화려함과 자극성이 아니라, 탄탄한 기획과 높은 완성도라는 점을 반영한 고급 예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