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팎에서 웃은 넷플릭스, 세금에는 ‘자린고비’

넷플릭스 법인세, 국내 기업 1/20 수준 800억 추징금엔 ‘버티기’ ‘오징어게임’으로 웃었지만 의무는 “N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사진=넷플릭스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세금 회피 비난에 직면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기대 의원은 “국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세무 조사를 거부해 발생한 과태료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0억원이 넘는다”며 “넷플릭스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회사 및 납세의무자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국세청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20년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을 본사 수수료로 송금, 지난해 2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조세 회피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당시 국세청은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기서도 불복하며 당초 4개월로 예정되었던 조사 기간을 늘렸다.

현행 국세기본법에서는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를 2,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8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 4개월 넘게 버틴 넷플릭스에 부과된 과태료 역시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는 탈세행위 근절을 위해 해당 과태료 상한을 기존 2,000만원에서 5배 상향한 1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 회피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2021년 매출 6,31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입자들이 매달 지불하는 구독료에 해당하는 스트리밍 수익이 6,29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전년 대비 57.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171억원, 133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매출액 가운데 80%가 넘는 5,167억원을 콘텐츠 구입비 등 매출원가 명목으로 네덜란드 법인에 납부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 한국 법인에 부과된 법인세는 31억원이다.

2016년 한국 시장에 처음 선을 보인 넷플릭스는 이후 국내 OTT 시장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국내 OTT 기업들이 통상 매출액의 10% 정도를 법인세로 납부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의 법인세 부담은 매출의 0.5%가량에 불과하다.

이렇듯 한국 법인 세금 회피에 열심인 넷플릭스에 지금까지 가장 큰 수익을 안겨다 준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콘텐츠 <오징어게임>이다. 약 250억원을 투자해 제작한 <오징어게임>을 통해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오징어게임>은 드라마 속 게임을 현실로 옮긴 리얼리티쇼와 시즌2 제작이 확정되어 있어 향후 수익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소비자와 제작자들의 덕을 톡톡히 누렸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그만큼의 의무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지불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이어간다. 연일 “콘텐츠 산업 확대”만을 외치며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제재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정부를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을 멈추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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