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으로 번진 넷플릭스 VS SKB 공방…같은 날 이통3사는 긴급간담회

넷플릭스 VS SKB 6차 공판 통신3사·KTOA 긴급 간담회 “통신사의 억지 주장” 달라진 여론

사진=AP

넷플릭스와 SKB의 법적 공방이 헛돌기를 거듭한 가운데, 같은 날 국내 이동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여론몰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 넷플릭스 VS SKB 각자 입장만 반복한 6차 변론
해외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과열된 망사용료 논란과 그 도화선으로 지목되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법적 공방은 12일 6차 변론기일을 맞았다. 이날 공판에는 넷플릭스 본사 관계자가 직접 재판에 출석,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증인 신문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양측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8월 진행된 5차 변론에서 SKB 측 엔지니어가 증인으로 출석한 데 이어 이날 공판에는 마이클 스미스 넷플릭스 미국·캐나다 인터커넥션 총괄 디렉터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5년 SKB와의 피어링 협의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날 공판에서도 ‘무정산 합의’ 여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넷플릭스는 2016년 처음 국내에 서비스를 선보일 단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퍼블링 피어링 방식으로 SKB와 연결했다. 당시 두 회사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노드(IX)를 통해 망을 연결했다. 이후 2018년엔 일본 도쿄, 2020년엔 홍콩으로 IX를 옮겼다.

넷플릭스의 주장은 SKB와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것. 스미스 디렉터는 양사가 2015년 처음 협업을 시작할 당시 사실상 무정산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며 ‘사실상의 합의'(de facto agreement)를 거듭 강조했다. 무정산에 대한 합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무상상호접속약정서(SFI)를 체결해야 한다. SFI 체결 여부에 대해 스미스 디렉터는 “SFI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SKB 측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서명은 없었지만 우린 연결했다. 그 자체가 일종의 약정이 되지 않나”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의 주장대로라면, SKB와의 이후 사업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것은 무정산에 합의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는 말이 된다. 이어 “전 세계 192개국 약 1,500개 피어링 중 99.9996%가 무정산 피어링이다”라고 말하며 망 사용료는 무정산이 관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SKB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회사는 “프랑스 주요 ISP들의 피어링 가운데 망 사용료를 내는 피어링 비중이 2012년 20%, 2019년 53%, 2020년 47%로, 7~8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고, 미국 주요 ISP인 컴캐스트 역시 피어링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ISP의 망을 이용하면서 ISP와 트래픽 교환 균형을 맞출 수 없는 CP의 입장에서 ISP와의 피어링 연결 무정산을 주장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넷플릭스가 발송한 SFI 계약서에 대해서는 해당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정산 약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양사의 명시적 합의가 없었으므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SKB의 주장이다.

결국 이날 공판 역시 앞서 양사가 했던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며 아무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1월 28일로 예정됐다.

◆ 통신3사·KTOA 긴급 간담회 “망 무임승차, 이대로 괜찮은가?”
한편, 같은 날 국내 통신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적극 반박하기 위해서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망 무임승차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통신3사와 KTOA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이용자를 볼모로 삼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진 SKB 실장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개인 창작자들의 몫을 해칠 정도로 망사용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시가총액은 오늘 기준 1조2,800억 달러(한화 1천856조원)로 한국 GDP(2천57조원)와 맞먹는다”며 “구글의 성장에 함께한 크리에이터에게 부담을 떠넘길 정도로 망 이용대가 부담이 큰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 통과 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사가 인터넷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역시 “사실이 아니다”며 “트래픽이 증가하면 (통신) 요금은 떨어진다. 통신사는 CP들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이에 대한 대가는 이미 받고 있다”며 “요금 인상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망사용료가 통신사의 이중청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는 SKB와 넷플릭스 간 1심에서도 인정된 주장으로, 인터넷은 양면시장으로 이용자와 CP 모두에게 이용대가를 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KTOA와 통신3사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로부터 유상으로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 이들이 한국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초 연결 ISP에게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거듭강조했다.

통신3사와 KTOA는 망사용료 의무화 법이 필요한 이유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시장실패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간 국내 ISP는 일반 이용자와 CP로부터 받은 이용료를 재투자해 인터넷망을 고도화해왔다. 기존 거래 질서에서 대부분의 국내외 CP가 이에 동의하며 함께 인터넷 생태계의 구축과 발전을 함께해왔는데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0%를 넘게 차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시장실패를 앞당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통신3사와 KTOA는 “현재 유럽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해 크리에이터들로 하여금 수익배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법안 통과가 크리에이터들에게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글은 더 이상 거짓 정보를 퍼뜨리거나 크리에이터를 앞세워 여론을 왜곡하지 말라”고 말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사진=오픈넷 홈페이지 캡처

◆달라진 여론…”소비자 피해 막기 위해 망사용료 의무화 해야” VS “통신사의 억지 주장”
이날 통신3사와 KTOA의 간담회는 최근 여론이 망사용료 의무화 반대로 급격히 쏠리는 것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진행 중인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는 13일 현재 24만8천여명이 참여했다. 그간 “구글과 넷플릭스도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던 여론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간 망사용료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은 “망사용료가 없어지만 통신사의 적자 발생 가능성이 커져 결국 일반 소비자의 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글로벌 CP의 망사용료가 면제되면 형평성을 위해 현재 망사용료를 성실히 내고 있는 국내 CP의 요금 납부까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당 사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대도서관, 슈카월드, 김성회 등 인기 유튜버들이 망사용료 의무화로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영상을 잇따라 업로드하며 여론은 크게 돌아섰다.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통신사는 이미 5G 속도 향상을 빌미로 소비자에게 받는 요금을 한 차례 인상했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으며 독점하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켜왔다. 더 이상 소비자에겐 요금을 인상할 빌미가 없으니 글로벌 CP로 타겟을 변경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서비스제공자가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은 커녕 지금과 같은 환경을 유지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까지 “글로벌 CP가 주장하는 망중립성은 세계의 자유로운 소통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를 이룬 토대가 된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망사용료법 논의를 중단한 가운데, 2003년 미국에서 처음 제시된 ‘망중립성’이 한국에선 새로운 의미로 재정립될지 국내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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