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효과 “韓 VFX 목표는 글로벌”

OTT 시대와 VFX 발전 승리호-고요의 바다-서울대작전 등 정성진 M83 대표가 본 국내 VFX 현재와 미래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OTT 시대의 도래와 함께 VFX(시각적인 특수효과, Visual Effects)도 확장되고 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만큼 VFX 수요도 증가한 상황. 단순히 무언가를 지우고 입히는 기술을 넘어 이제는 콘텐츠 제작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VFX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한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스(CG)에 바탕을 두고 있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법을 말한다.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나 부득이하게 촬영이 힘든 장면을 만들어 영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있는 것을 지우고, 다른 것을 입히는 한정된 작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작품 기획 단계부터 VFX 활용 방법을 강구하거나 아예 시나리오 쓰기 전부터 예산 계획을 세우는 등 중요도가 높아졌다.

1994년 <구미호>를 통해 국내 영화에 VFX가 처음 도입됐다. 당시 주인공이 구미호로 변신하는 모습을 ‘모핑'(어떤 사물의 형상을 다른 형상으로 서서히 변형시키는 것)으로 구현했다. 이후 판타지 <은행 나무 침대>(1996),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1999)의 폭파 장면 등에서 CG를 사용했다. <괴물>(2006), <디워>(2007), <해운대>(2009), <타워>(2012) 등에서 발전된 기술을 선보였고, 덱스터 스튜디오가 만든 <미스터 고>(2013)를 통해 한국의 VFX 기술을 인정받았다.

사진=넷플릭스

팬데믹 이후 큰 규모의 OTT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SF 영화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에서 광활한 우주가 배경인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2021)와 폐쇄된 달 기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고요의 바다>(2021)가 탄생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 VFX 기술의 진보를 실감하게 했다.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2022)은 레이싱 장면을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며 새로운 도전을 꾀했다.

최근 영화 한 편당 책정되는 VFX 제작 비용은 40~100억원 선이다. 제작비 2,000억 중 1,000억을 VFX에 책정하고 따로 프로듀서가 붙는 할리우드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텐트폴 작품이 늘며 액수가 커졌다. 앞서 언급한 <승리호>의 경우 VFX를 위해 약 1,000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됐다. 한국에서는 큰 규모지만 할리우드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승리호> 작업에 참여한 정성진 VFX 슈퍼바이저(M83)는 정철민과 함께 2021년 제42회 청룡영화상 기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2022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OTT)를 통해 공개된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크린 기준으로 스케일 있게 만든 영상을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작은 액정을 통해 보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것.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K-콘텐츠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며 국내 VFX 업계 확장도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할리우드보다 더 잘해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는 냉정한 분위기다. “VFX는 컴퓨터 그래픽 회사가 아니다. 촬영, 조명, 특수효과, 여러 편집 영상 기술을 다 사용하는데 컴퓨터 그래픽이 가장 싸고 좋아져서 비중을 많이 두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라고 강조하며 “CG는 정교한 작업이다. 티 나지 않도록 목숨을 건다. 너무 판타지로 가지 않게 리얼리티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K-콘텐츠 소비량 증가와 함께 작품 수도 많아졌다. 덱스터 스튜디오, 모팩 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 등 쟁쟁한 실력을 뽐내는 국내 VFX 회사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력 있는 인재들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업계 인건비가 엄청 높아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고 밝힌 정성진은 K-콘텐츠 붐이 최소 20년 동안 이어질 거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전문 인력을 키울 전문학과 등 교육 시스템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VFX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와 VFX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게임, 현장, 연구개발 등도 진행해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배우, 감독들과의 관계성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상상력을 지녀야 좋다. 정성진 슈퍼바이저는 “하나만 해서 잘 나가는 사람은 없다. 성공하려면 두루 잘해야 한다”고 현실적으로 이야기했다. VFX와 함께 드라마 작가, 스태프 등 인프라 성장도 동반될 전망이다. “지금껏 VFX의 성장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한국 VFX 목표는 글로벌이다. 할리우드나 영국에서 무조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작전> 외에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 촬영에 대해 정성진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다. “어려운 얘기지만 버추얼 스튜디오는 영화 제작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입을 뗀 그는 “왜 큰 TV를 틀어두고 영화를 찍나? VFX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 거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VFX 기술 과도기 중 하나”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레이싱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서울대작전>에 대해 “남이 해보지 않은 걸 시도했다는 점에서 프런티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두고 봐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단한 점은 최신 기술을 시도 해보는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현재 모든 산업의 화두는 AI(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글쓰기, 그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VFX도 예외는 아니지만, 인건비 절약을 위해 활용해본 결과 제자리걸음이라고. 아직은 AI 운영을 위한 인력 소모가 많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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