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무대 옮긴 다큐 대가, 티빙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 [인터뷰]

티빙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 인터뷰 “OTT 드라마-예능과 경쟁, 걱정도 많았다” “재밌으면 시간 상관 없다는 말에 든든”

사진=티빙

“먹방으로 해소되지 않는 지적 호기심이 있잖아요. 푸드멘터리가 음식을 통해 더 큰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채워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시대에 맞게 전략은 달라야 합니다.” 티빙 <푸드 크로니클>의 이욱정 PD가 사라져가는 다큐멘터리를 이어가는 뚝심을 보였다.

8일 서울 모처에서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첫 인사와 동시에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큐멘터리 시대가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OTT 오리지널로 공개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는 “처음엔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보통 인기 프로그램 대부분이 드라마나 예능이지 않나. 게다가 거긴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기도 하니까”라고 말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춰서 변화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부터는 드라마, 예능과의 경쟁에서 다큐멘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티빙 오리지널 <푸드 크로니클>은 감싸거나(Wrap)·동글납작하거나(Flat)·쌓아올린(Layer) 3가지 형태의 음식을 주세로 요리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은 이 PD가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음식에 얽힌 문화인류학적인 이야기를 곁들여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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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의 전략은 전통에 새로움을 더한 것이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옛날 다큐멘터리 방식은 수명을 다했다는 생각이어서, 변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푸드 크로니클>은 한 편에 한 가지 음식을 다루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라를 옮겨 이야기를 전한다. 이 PD는 “OTT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 다음이 음식을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는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3회까지 공개된 <푸드 크로니클>의 러닝타임은 평균 약 70분이다. 최근 선보이는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이 30분 안팎으로 짧아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셈. 그럼에도 70분이란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재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PD는 “‘지루하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는 거 보면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 지상파에서는 정해진 시간이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티빙은 재미만 있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더라. 덕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푸드 크로니클>은 음식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는 등 독특한 영상미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대해 이 PD는 “저는 볼륨을 아예 없애도 재밌게 볼 수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각적인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OTT가 활성화된 시대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영상미라는 생각이었다. 요즘 우리는 책을 안 읽고 유튜브로 보지 않나. 여기에 대해 한탄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영상이 정보의 빈곤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각적인 충격은 책을 통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근엔 유튜브 등을 통해 먹방 등 다양한 형태의 음식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먹방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 PD는 “당연하다”며 “저는 먹방에 대해 긍정적이다. 요즘은 다들 혼자 밥을 먹는 게 익숙해졌는데,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을 잘 달래주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고독한 미식가> 한국 리메이크가 나오는데 이때 다큐멘터리 <고독한 미식가>도 동시에 나간다. 원래 일본 원작에서도 작품 뒷부분 짧은 다큐가 붙는데 우린 아예 50분 정도의 다큐로 만든다. <고독한 미식가> 만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끈 건 사람들이 먹는 데서 큰 행복을 얻는다는 걸 볼 수 있다. 오늘날 음식 콘텐츠가 많은 것은 결국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티빙

세계 각국을 돌며 촬영한 탓에 고생도 많이 했다고. 그는 “팬데믹이 제일 심할 때 촬영을 했어야 했다. 자가격리가 일상이었고, 어떤 나라는 입국 자체가 안 돼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저 혼자도 아니고 촬영을 위해 5명의 정예 요원이 더해지니 한 명이라도 걸리면 안 된다는 마음에 노심초사였다”며 하늘이 도우셨는지 촬영 중엔 안 걸렸다. 그런데 한국오니 다들 걸리더라”며 웃었다.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가며 다큐멘터리를 찍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PD는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제가 KBS에서 25년 일했다. 첫 직장이자 마지막이다. 다큐멘터리 만드는 건 그냥 내 존재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항상 존재의 의미 자체를 사람들 개개인이 내부에서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어떤 것에 이끌려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아마 더는 알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할 때까지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푸드 크로니클> 중 ‘이 음식만큼은 꼭 봐야한다’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한 이PD는 “다 봐야 할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이번에 나오는 음식들은 정말 전 세게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게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음식이 만들어지고 사라졌겠나. 하지만 세계인을 사로잡은 음식은 얼마 안 된다.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매혹의 비밀이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중요한 거라서 정말 다 보셨으면 좋겠다. 순서는 취향에 따라서 봐도 좋지만, 한 카테고리를 다 보면 우리가 담아내고자 했던 이야기를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촬영을 하며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무엇이냔 질문에 “그걸 어떻게 고르냐”며 한참을 생각한 이욱정 PD는 조심스럽게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를 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음식들을 ‘아이들’로 비유하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푸드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계속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편, 티빙 <푸드 크로니클>은 10월 20일 첫 공개, 일주일에 1편씩 추가되고 있다. 오늘(10일)에는 4번째 ‘피자’ 편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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