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극장 “라이벌 아닌 시너지 관계로”
공연 실황 등 다양한 작품 선보이는 극장 극장 상영 후엔 OTT로 직행 OTT-극장, 라이벌 아닌 시너지 관계로
국내 극장 사업자들이 팬데믹 여파를 완전히 떨쳐내기 위한 움직임과 동시에 OTT와의 동행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한국영화관산업협회'(회원사 CJ CGV(주), 롯데컬처웍스(주), 메가박스중앙(주))는 이달 첫 정기총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는 김진선 전 메가박스중앙 대표가 협회장에 선임됐다. 김 협회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극장을 비롯한 영화 산업 전반이 큰 위기를 겪었다”며 “한국영화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극장의 경쟁력을 되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협회는 극장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책을 제언하고, 업계 주요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규제 합리화 등 정부 정책 제안 및 협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더불어 기술위원회 등을 꾸려 관객들의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운영 표준화를 모색한다. 끝으로 규제 입법 모니터링과 업계 지원예산 확보 등 극장 업계의 위기 극복 및 한국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양한 공연 실황…극장 상영 후 OTT 직행
극장가는 상영하는 작품을 다양화하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 실황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전달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CGV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월드투어(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를 생중계했다. 특히 해당 공연에는 인기 그룹 BTS의 멤버 진이 출연하며 49,0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일부 매진을 기록했다. CGV는 이 외에도 BTS, 샤이니, 엑소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공개했고, 메가박스는 가수 송가인의 다큐멘터리 <송가인 더 드라마>를 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공연 실황은 극장 상영 후 OTT로 옮겨 플랫폼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극장가는 단순히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특정 아티스트의 인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새로운 문화의 장(場)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에서다. CGV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와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 무용 <물속 골리앗> 등 다양한 창작 공연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아르코 라이브’를 이달 진행한다. 이들 공연 역시 극장 상영 후엔 OTT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관객과의 만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극장가의 노력은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이날 우리카드가 발표한 ‘우리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영화관 이용 회원 수는 전년 대비 120.3%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람료 인상 등에 따라 영화관에서 결제한 금액 역시 17,400원으로 지난해(15,300원)보다 13.7% 증가했다.
“OTT와 극장,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
업계에선 팬데믹을 겪으며 급성장한 OTT에 타격을 입은 시장은 극장가가 아닌 IPTV라고 진단한다.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VKOBIS)에 따르면 올해 IPTV 및 케이블 TV 이용자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42% 감소했다. IPTV로 유료 콘텐츠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대거 OTT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정통적인 TV 서비스를 해지하고 OTT를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이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OTT 구독이 많은 소비자에게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순수하게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다만 IMAX를 비롯한 특수관이나 공연 실황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기만 하면 전체적인 수요에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GV는 지난달 자사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OTT 티빙의 구독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상품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OTT와 극장은 라이벌이 아닌 시너지를 내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인기에 전작인 <블랙팬서>가 디즈니+에서 역주행을 기록하는 데서 볼 수 있듯, OTT와 극장의 동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