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향하는 신작 영화들…극장 개봉 포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승부’ 넷플릭스 직행 팬데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영화계 “OTT로 봐도 충분” 달라진 영화 선택 기준

사진=CJ ENM,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연내 개봉을 준비하던 기대작이 잇따라 글로벌 OTT 넷플릭스로 직행하고 있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면서다.

임시완과 천우희가 주연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최근 넷플릭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등급 분류를 위한 정식 심의를 신청했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동안 넷플릭스 직행 여부에 쏠리는 업계의 이목에 투자배급사 CJ ENM은 논의 단계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영등위의 등급 판정이 나오며 넷플릭스 공개가 기정사실화 됐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후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지난해 상반기 촬영을 완료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호흡을 맞춰 캐스팅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영화 <승부> 역시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로 직행한다. <승부>는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그린 영화다. 작년 4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도중 OTT공개를 결정했다. 현재 넷플릭스와 배급사는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많은 팬들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의 OTT행은 국내 영화계에 팬데믹 여파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 개봉 예정작들이 잇따라 OTT행을 택하며 위기를 실감했던 충무로였다. 지난해엔 영화 <서복>이 극장 개봉과 OTT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올해는 영화 <킹메이커>, <해적: 도깨비 깃발>, <비상선언> 등이 기대 이하의 성적에 서둘러 OTT행을 택하며 부진을 만회했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워너브라더스의 영화 <원더 우먼 1984>는 할리우드 대작 중 이례적으로 OTT HBOmax에 동시 공개를 택했다. 워너브라더스의 결정은 당시 미국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 100년 넘게 영화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던 극장 상영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특히 대작 영화의 경우 극장 관객수를 기준으로 감독과 배우들에게 흥행 보너스를 지금하는 관행이 이제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국내 영화계 관계자는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들이 극장과 OTT 동시 개봉 또는 OTT 단독 공개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영화계가 여전히 팬데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효율적인 해외 배급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팬데믹을 통과하며 영화 팬들은 극장을 찾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영화와 집에서 편하게 OTT 서비스를 통해 볼 영화를 구분하는 등, 영화 선택의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영화를 보다가도 중간에 시청을 포기하거나 몇 번이고 다시보기가 가능한 OTT의 힘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OTT와의 협업은 갈수록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이어 기대작으로 꼽히던 작품들까지 하나 둘 극장이 아닌 OTT로 직행하며 영화관은 OTT 플랫폼과의 경쟁을 당분간 이어가게 됐다. 올해 남은 기간 <아바타: 물의 길>과 <영웅> 등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을 수밖에 없는 ‘대체 불가 차별점’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극장가는 암울한 분위기를 쉽게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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