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 놓고 고심 깊어진 OTT 업계…왜?
2022 카타르월드컵 21일 개막 온라인 중계는 네이버-아프리카TV 중계권 확보 경쟁 예상했던 OTT는 “조용”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계 일정이 하나 둘 발표되는 가운데, OTT를 통한 중계 일정은 찾아볼 수 없어 많은 팬들이 의아함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중계권 확보한 네이버-아프리카TV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곳은 네이버와 아프리카TV 뿐이다. 팬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중계 OTT를 찾고 있다. 특히 해외에 거주 중인 축구 팬들은 한국어 해설을 곁들인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OTT 중계를 선호한다. 현재 웨이브는 중계권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티빙은 일찌감치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던 쿠팡플레이는 월드컵 중계 여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도쿄올림픽 당시 무려 400억원 이상의 중계권료를 베팅하며 독점 중계를 추진했던 전력이 있어 이번 월드컵 중계 역시 가져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닷새 앞둔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된다.
막대한 비용, 중계권 확보 걸림돌로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월드컵에 대한 중계권 확보 경쟁이 예전처럼 치열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비용이다. 올림픽의 경우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되어 비인기 종목과 함께 거래되는 중계권의 가격은 월드컵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월드컵은 단일 종목으로만 진행되어 흥행이 보장되는 대신, 그만큼 막대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월드컵 중계를 위해 지상파 3사가 지불한 금액은 1,200억원대다. OTT가 다시 지상파 3사로부터 매입하는 중계권 비용은 협상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수십억원이 된다. OTT 입장에서는 지상파를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셈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용을 문제로 포기하기에는 이용자들이 OTT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를 소비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이 구독 중인 플랫폼을 통해 시청하는 콘텐츠의 19.5%는 스포츠였다. 이는 전체 콘텐츠 가운데 3위에 해당한다.
FIFA, 축구 전문 OTT FIFA+ 한국어 서비스 시작
다만 비용 외의 문제가 있다. 축구 전문 OTT의 등장이다. OTT 플랫폼은 인기 스포츠 생중계이후 VOD 등을 제공하며 해당 스포츠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다른 콘텐츠들을 노출시키며 구독자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올해 4월 FIFA가 런칭한 축구 전문 OTT FIFA+가 한국어 서비스까지 가능해지며 축구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FIFA+는 올해 전 세계 주요 6개 축구 연맹 및 100개 협회에서 치러지는 약 4만 개의 축구 경기를 생중계한다. 더불어 역대 월드컵에서 진행된 모든 경기 영상을 VOD로 관람할 수 있다. 주요 경기 다시 보기를 비롯해 하이라이트, 골 장면 등이 제공된다. 이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0원”이다. 축구 팬들 입장에서는 단독 생중계가 아닌 이상, 유료 OTT를 구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전히 OTT 업계는 월드컵 중계권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채널들은 비독점 판매이다 보니 많이 팔수록 이득”이라며 “남은 며칠 사이에 한 두 곳이 중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축구판 넷플릭스”를 외치는 FIFA+의 등장에 빨간불이 켜진 OTT 업계가 팬서비스 차원의 중계를 결심할지, 아니면 생중계를 포기하고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 축구 관련 콘텐츠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간접효과로 만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 대표팀은 H조에 속했다. 오는 24일엔 우루과이, 28일엔 가나, 다음달 3일엔 포르투갈과 조별 예선을 진행한다. 21일 시작되는 2022 월드컵의 첫 경기는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