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OTT 한국 영화 서비스, 한한령 해제될까?

韓 영화 ‘강변호텔’ 中 최대 OTT 정식 공개 2020년 시작된 한한령 해제 움직임 中 네티즌, ‘#한한령계속해’ 공유하며 반발

사진=영화 ‘강변호텔’ 포스터

중국 최대 OTT에서 한국 영화를 공식 서비스하며 6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한한령(한류 문화 공유 금지령)이 공식 해제될 수 있을까?

23일 현재 중국 최대 OTT 텐센트 비디오(騰迅視頻, 텅쉰스핀)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이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는 2018년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 정식 초청되어 처음 선을 보였고, 국내와 미국에는 2019년 극장 개봉했다. 텐센트 비디오에서는 <강변여관(江邊旅館)>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고 있다.

정민영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중국대표처 수석대표는 “영화 <강변호텔>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11월 초부터 텐센트 비디오에서 서비스 중이다. 중국에 한한령이 내려진 이후 한국 영화가 중국 대형 OTT를 통해 서비스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앞서 15일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통해 문화·인적 교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결과라는 의미이다.

국내 투자시장, 콘텐츠 업계 주목…한한령 해제 신호탄 되나

투자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 중국 시장이라는 큰 활로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넷플릭스 <마이네임> 제작사로 이름을 알린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이날 “중국 최대 OTT에 한국 영화가 정식 서비스되며 향후 영화 배급 및 부가 판권 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판권 확보에 나설 계획을 알렸다. 회사는 “자사의 투자배급사업부와 중국 직원들로 구성된 해외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해 한국과 중국의 콘텐츠 교류 중심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한한령은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 이에 항의하기 위한 보복 조치를 일컫는 말로,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이때 이후 중국 내에서 한국 제작 콘텐츠와 한국 연예인 출연 콘텐츠 및 광고가 모두 송출 금지되며 중국 내 한류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중국에선 금한령(禁韓令)이라고 불린다.

한한령 해제 움직임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중국 내 최대 여행사가 한국 관광상품을 적극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는 영화 <오! 문희>를 극장 개봉했다. 또 한국 인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을 TV 채널을 통해 방영했다. 오늘(23일) 기준 텐센트 비디오에는 <강변호텔> 외에도 김민희의 이전 작품인 <화차>를 비롯한 한국 영화들이 정식 서비스되고 있다.

‘만년 적자’ 중국 OTT 시장…왜?

중국은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자국의 OTT 텐센트 비디오와 아이치이(iQIYI)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중국의 OTT 시장은 서유럽 시장 전체보다 크고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여전히 성장 중이다. 하지만 텐센트 비디오와 아이치이 모두 각각 10년, 11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더우반 캡처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서도 자국의 OTT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만연한 불법 공유가 꼽힌다. 영화 <강변호텔>은 이달 초 텐센트 비디오에서 정식 공개되었지만, 중국 최대 리뷰 사이트 더우반(Douban)에는 한국과 미국 개봉 전인 2018년부터의 리뷰가 쌓여 있다. 1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별점을 남겼고, 4,800명이 넘는 사람이 리뷰를 작성했다. 또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는 해당 영화가 자막까지 완벽히 삽입되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SNS에 퍼지는 ‘#금한령 계속해’

이 때문에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때 정작 중국에선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몰래 보는 것도 모자라 일부 중국 네티즌은 부정적인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SNS 웨이보(微博)에서는 “한국이 사드를 포기하지 않는 만큼, 금한령 해제는 절대 안 된다”, “금한령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계가 망할 것 같으니 그러나”라며 ‘#텐센트 한국영화 상영(腾讯视频将上线韩国电影)’, ‘#금한령 계속해(请继续禁韩令)’라는 태그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는 22일(현지시간) 해당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한한령은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중국 내 K-콘텐츠의 인기가 절정일 때 내려진 탓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하며 “아이치이가 공동 투자한 한국 드라마 <지리산>을 제외하면 여전히 중국 문화계는 한국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열광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이를 밀어내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둠의 경로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많은 자국민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국가와 지역을 넘어 문화를 공유하는 오늘날, 중국의 한한령은 스스로 ‘문화적 고립’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해제의 찬성이나 반대를 외치기 전에, 타국의 콘텐츠를 정당하게 소비하자는 ‘자정의 목소리’ 또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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