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이용자들, 이야기 읽어내는 능력 탁월” ‘커넥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인터뷰]

디즈니+ ‘커넥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인터뷰 주연 정해인-고경표 향한 무한 애정 “K-콘텐츠 인기 뒤에는 완벽한 시스템 있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K-콘텐츠에 사활을 건 디즈니+의 야심작 <커넥트>가 7일 공개된다. 그동안 시리즈물은 매주 1-2회씩 나눠 공개하던 디즈니+가 이번 작품만큼은 총 6부작을 전체 공개하기로 결정하며 변화를 예고한바, 그 당당함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커넥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정해인 분)가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후, 그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 분)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며, <흑사회 3부작>, <13인의 자객> 등을 통해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미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 발표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다카시 감독은 극도로 과격한 폭력 묘사와 기이한 상상력으로 짙은 색채의 영화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한국 작품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후 제27회 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총 6부작 중 초반 3회를 선보이며 “우려만큼 잔인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카시 감독은 “제 연출 스타일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다만 우리가 다른 언어로 소통하면서 대사의 해석이 조금씩 달라졌을 수 있고, 다른 문화에서 온 인력들이 함께 작업하며 발생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마 곧 공개된 후반부는 훨씬 강렬한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아주 거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렇게 거친 인물로 표현한 주연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다카시 감독은 정해인의 연기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그는 “거기서 정해인이 ‘국민 연하남’을 연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후 넷플릭스 <D.P.>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더라.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해인은 배역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배우다.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들을 의미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 멋진 배우”라고 극찬했다.

고경표에 대해서는 “처음 미팅에서 30분을 늦었는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귀여웠다. 솔직하게 ‘늦잠을 자서 늦었다’며 웃는데, 정말 꾸밈없고 밝은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첫인상이 참 매력적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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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해인과 고경표 역시 다카시 감독을 향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말하며 함께 작업한 경험에 대해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카시 감독 역시 동의했다. 그는 “당연히 공감한다.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는 팬데믹 때문에 대부분의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떨어진 상태에서의 소통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번 작품은 대본이 워낙 탄탄했고 배우들도 프로페셔널했다. 그동안 해외 많은 국가들과 협업을 해봤지만, 한국은 언어의 장벽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원활한 소통이 이뤄졌다”며 각별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카시 감독은 다수의 인기 K-콘텐츠를 배출할 수 있었던 시스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본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 촬영 현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 부족한 부분은 모든 순간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나라도 놓치면 일이 틀어진다. 반면 한국은 영상을 만드는 현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집중할 수 있다. 많은 전문 인력이 크고 작은 소품들까지 디테일하게 세팅을 해줘서 훨씬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했다. 이런 디테일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다수 만들어지는 일본 감독에게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다카시 감독은 “처음 한국 웹툰을 접했을 때는 충격이었다. 일본의 망가와 표현 방법이 전혀 다르더라. 예를 들어 아주 잔혹한 장면에서는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하고, ‘쓱’, ‘악’ 이런 효과음이 들어간 후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더라. 만약 그 장면이 자세하게 묘사되려면 배경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심플한 흐름은 스피드한 전개라는 인식을 주더라”며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어 “심플하다는 건 정말 굉장한 자신감이다. 독자들의 다양한 상상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넥트>를 연출하면서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음악적 요소를 넣었다. 고요하고 심플한 장면에서 고독감을 극대화하는 음악을 넣으면 더 풍부한 감정과 표현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시각으로만 연결되던 이야기에서 나아가 음악, 청각을 이용해서도 연결된다는 설정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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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다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인 ‘사체 아트’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다카시 감독은 “나카무라 마사루 각본가가 웹툰 원작을 보고 진섭이라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뭔가 남기려는 캐릭터로 해석한 것 같다. 실제 이야기 속 진섭은 삶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늘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뭔가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사체 아트’가 나오게 된 것”이라며 독특한 설정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제가 ‘실제 사람 몸에 그림을 그리는 보디 메이크업으로 촬영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한국 제작진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면서 ‘한국 겨울 날씨를 경험해보지 않으셔서 그런다. 이 환경에서 그렇게 찍으면 그 배우는 얼어 죽는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이후 실제 촬영하면서 한국의 추위를 경험했는데 진짜 제가 고집을 부렸다면 큰일이 나고도 남을 추위더라”며 크게 웃었다.

그동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오던 다카시 감독은 <커넥트>를 통해 첫 OTT 입성을 시리즈로 하게 됐다. 그는 영화와 시리즈의 차별점에 대해 “영상적인 부분에서 평소보다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했다. OTT 콘텐츠이기에 휴대폰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마 시청자들도 훨씬 젊은 세대가 될 것 같은데, 그들은 우리가 담아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읽어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시청자를 믿고 작업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의도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각과 청각의 공유라는 신선한 소재에 걸맞게 유난히 짙은 눈동자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배우 정해인과 고경표를 캐스팅한 <커넥트>.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독자들을 만족시킨 원작 웹툰이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나 어떻게 재해석됐을지 기대를 모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오늘 (7일) 오후 5시 6부작 전편이 공개된다. 해외에는 훌루(Hulu)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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