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왓챠 “성장은 이제 충분, 수익성 개선에 사활”
OTT 업계 “2023 화두는 ‘생존'” 티빙-웨이브 해외 진출 박차 왓챠 웹툰·최신영화 개봉관 등 신사업 전개
시장 포화 상태를 맞이한 OTT 업계가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제 성장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미디어 공룡들의 격전지로 급부상한 한국 OTT 업계에서 토종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23년 OTT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는 생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글로벌 대형 미디어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22년을 되돌아보며 한국을 ‘글로벌 대중문화의 허브’라고 표현했다.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한 총 21개의 한국 콘텐츠는 대부분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K-콘텐츠는 가장 믿을만한 효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는 2023년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화 등을 통해 한국에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16일에는 한국 오피스를 외부에 개방하며 한층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아시아 콘텐츠 투자금액 1조1천억원 중 절반인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23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는 9,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디즈니+ 역시 한국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흥행한 콘텐츠가 많아 글로벌 OTT 가입자 증대에 기여가 크다는 평가에서다. 디즈니는 최근 ‘콘텐츠 쇼케이스 2022’를 열어 내년 선보일 콘텐츠를 발표했다. 약 50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중 11편이 한국 작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0%가량을 한국 콘텐츠가 차지한다.
국내 OTT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금액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빈약한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연간 콘텐츠 투자 규모는 약 170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20조원이 넘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콘텐츠 제작 비용은 미디어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6,316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토종 기업 티빙은 매출 1,315억원에 적자 762억원, 웨이브는 매출 2,301억원에 적자 558억원을 기록했다. 왓챠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2,017억원을 넘으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불어나는 적자에도 토종 OTT들은 눈물을 머금고 투자를 감행한다. 포화 상태를 맞이한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재는 곧 ‘도태’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티빙은 올해 약 2,000억원을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건 데 이어 이달 KT의 OTT 시즌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제 티빙의 가장 큰 숙제는 수익성 개선과 국내 1위 OTT 플랫폼으로서의 입지 굳히기다. 먼저 회사는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잠재고객의 규모가 제한된 국내 시장 내에 머물며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더 넓은 시장에서 소비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에서다.
당초 지난해 예정이었던 티빙의 해외 진출은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지나며 급히 수정됐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조차 가입자 감소에 직면한 모습을 목격하면서다.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 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기준 티빙 유료가입자는 약 200만 명 이상인데, 해외 진출을 통해 최대 800만 명까지 유료가입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올해 3분기 CJ ENM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와 올해는 OTT 시장이 급성장을 기록했다. 티빙은 과감한 투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손익을 따지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3년에는 시즌과 합병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손익 개선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562만 명으로 웨이브에 4만 명 정도 앞선다.
9월 처음으로 토종 OTT 1위를 내준 웨이브 역시 적자 신세다. 지난해 5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웨이브는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크다. 웨이브의 전신인 ‘푹(Pooq)’ 출범 당시 조달한 2,000억원의 전환사채(CB) 조건이 ‘5년 내 기업공개(IPO)’였기 때문. 웨이브는 2024년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2,000억원의 CB를 상환해야 한다. 웨이브에는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만이 남아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하고 매출을 5,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웨이브의 매출은 2020년 1,802억원, 2021년 2,301억원이다. 매출 증가율은 각각 85.2%, 27.7%로 연평균 54.1%를 기록했다. 웨이브가 제시한 5,000억원 매출 달성을 위해서는 연평균 50%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웨이브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88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18.5% 성장에 그쳤다.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건재한 가운데 경쟁사 티빙의 성장 역시 심상치 않다. 이에 웨이브 역시 해외 시장 진출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와 협업해 일본 진출에 나선 데 이어 SK스퀘어가 지분투자 한 웨이브 아메리카와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웨이브 아메리카는 북미 시장에 한국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OTT 코코와(KOCOWA)를 운영 중이다.
왓챠는 10월 ‘왓챠웹툰’에 이어 이달 ‘왓챠개봉관’의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사업에 매진 중이다. 영상과 웹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극장 최신작을 보다 빨리 OTT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사막의 왕>은 드라마와 웹툰을 동시 공개했다. 하나의 IP(지식재산권)를 다양하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회사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왓챠의 적극적 행보는 LG유플러스의 투자를 염두에 둔 행보로도 분석된다. 왓챠는 올해 7월 적자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신사업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나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이후로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왓챠의 상황을 감안하면, 다양한 신사업 추진 여력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왓챠 관계자는 “신사업 출시가 매각 뉴스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탓에 시장의 분석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웹툰은 작년부터 꾸준히 추진하던 사업이다. 웹툰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잘 소싱하면 영상 콘텐츠와 좋은 시너지를 발휘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