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티빙 ‘두발로 티켓팅’ 하정우-주지훈 최선이었나?

티빙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 청춘들 응원하는 프로그램에 마약 사범 출연 예능서 ‘멋진 형’ 된 하정우-주지훈 OTT는 논란 연예인 복귀의 장인가?

사진=티빙

청춘들을 위한 여행에 마약 사범이 웬 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논란 연예인 컴백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무리 제한도 경계도 없는 것이 강점이라지만,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는 행태에 실소가 터진다.

지난 20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에는 배우 하정우, 주지훈이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뉴질랜드로 떠난 4인 출연진이 청춘들에게 여행 티켓을 선물하기 위해 돌발 미션을 수행하는 ‘대리고생 여행기’를 그린다.

‘큰형 라인’ 하정우와 주지훈은 이번 기회를 통해 첫 정규 예능에 도전했다. 계기는 이세영 PD의 적극적인 러브콜. 이 PD는 “평소 사석에서 웃긴 캐릭터로 유명해서 캐스팅 욕심이 났다”고 전했다. 출연 제안을 받을 당시 함께 영화 <피랍> 촬영 중이던 하정우와 주지훈은 “네가 한다면 나도 하겠다”는 의리로 손을 잡고 합류했다.

두 사람은 청춘 대표 스타 최민호와 여진구에게 ‘워너비 형’ ‘롤 모델’로 손꼽히며 의미 있는 존재로 거듭났다. 멋진 선배이자 인간미 넘치는 형의 모습을 강조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분했다. 두 동생이 쌓아온 건실한 인상 또한 문제적 형들의 허물을 감춰주기에 충분했다.

하정우와 주지훈은 과거 마약 투약 혐의가 밝혀지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하정우는 지난 2020년 친동생 김영훈의 명의로 프로포폴을 투약받아 마약류 관리법 및 의료 실명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 투약을 인정한 그는 KBS 출연 정지 연예인 명단에 올랐지만, 지난해 절친한 윤종빈 감독의 손을 잡고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컴백했다.

주지훈은 지난 2009년 4월 故 예학영의 집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 추징금 36만원을 선고받았다. 지상파 방송(KBS, MBC, EBS) 출연 금지령에 그는 2010년 현역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인 2012년에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드라마 <다섯 손가락> 등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별다른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갔다.

당시 재판부는 “엑스터시와 케타민은 약효가 기존 마약류 못지않으며 값이 싸고 경구 투약이 가능한데다 청소년의 접근이 용이해 확산될 경우 사회적인 폐해가 크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접수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티빙 캡처

이들의 컴백은 뻔뻔하고 화려했다. 대체제가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친분을 발판 삼아 재기하더니 인기몰이까지 성공했다. 특히 하정우는 본인이 마약투약 혐의로 처벌받은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한국 ‘마약왕’의 이야기로 복귀해 실소를 자아냈다. 2022년 하반기 별다른 성과가 없던 넷플릭스에서는 하정우 복귀작이자 황정민, 박해수, 유연석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 <수리남>이 효자 노릇을 했다.

1년 전, 하정우의 복귀는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지만 작품의 인기에 묻혀 사그라졌다. 할리우드 스타들에 비하면 이 정도 문제는 귀엽게 보일지도 모를 글로벌 OTT 플랫폼의 무신경도 한몫했다. 그렇게 여러 이유로 묻히고 덮이자 두 사람은 포용력 높은 OTT를 통해 활동영역을 넓혔다.

주지훈은 최근 극장 개봉 후 SVOD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브 <젠틀맨>에 출연했다. 포스터에는 “나쁜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이어 하정우와 함께 티빙 <두발로 티켓팅>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무척 쿨하고 좋은 형의 모습으로.

지난 20일 공개된 1,2회에서 하정우는 ‘동생들을 잘 챙기는 겁많은 맏형’으로 그려졌다. 작은 헬멧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생들에게 미션을 맡기고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낸 그는 “헬멧 때문에 무너진 저 자신을 봤을 때 제 인생을 또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주지훈은 형과 동생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44km 자전거 횡단에 지친 민호를 걱정하던 그는 “힘들면 쉬어가면 된다”면서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티빙 캡처

방송에서 이들의 말은 곧 ‘인생 선배가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꾸며졌다. 그래서 문제다.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사랑받고 존경받는 삶. 청춘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선물하고자 기획한 <두발로 티켓팅>은 두 사람의 캐스팅을 염두에 둔 지점부터 어긋났고, 착실한 두 청년과 함께 팀을 이뤄 여행을 떠나며 휘청였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음주운전보다 어쩐지 관대한 시선을 받는 마약 연예인들과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제작사 및 방송·플랫폼에 일침을 가하며 자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티빙 측은 “<두발로 티켓팅>은 공개 당일 실시간 인기프로그램 순위 1위를 찍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특히 설 연휴 기간 티빙 전체 오리지널 중 시청UV 1위를 기록, 폭발적인 화제성으로 티빙의 새로운 흥행작 탄생”이라며 하정우를 ‘예능 원석’, 주지훈을 ‘섬세한 형’으로 표현하며 오히려 친근함 프레임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이전에도 OTT 플랫폼이 ‘논란 연예인 복귀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학폭 논란’ 배우 조병규는 지난해 티빙 <전체관람가+:숏버스터> 중 학폭 소재를 다룬 스쿨 카스트 편에 등장해 복귀 전 대중들의 반응을 살폈다. 가수 겸 제작자 유희열은 ‘표절 논란’ 후에도 넷플릭스 <테이크 원>에 출연하고, 디즈니+ <더 존: 버터야 산다>에 목소리 출연했다. 당시 제작진 측에서는 “3~4개월 전 촬영된 분량”이라면서 삭제하지 않고 방영했다.

OTT 플랫폼은 유료 구독자 대상 콘텐츠 제공 서비스로 폐쇄적 접근성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기 때문에 OTT 측은 “수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기피하는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논란이 된 연예인이라도 인기가 많으면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OTT 경쟁 속에서 허투루 만드는 콘텐츠는 사용자의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 가입은 신중하게, 탈퇴는 신속하게 결정하는 구독자들이 논란 연예인이 선사하는 웃음과 힐링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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