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논란 딛고 넷플릭스 글로벌 7위
넷플릭스 ‘피지컬: 100’ 글로벌 TOP10 7위 女참가자 명치 누른 男참가자 ‘논란’ 장호기 PD “지구 반대편 관심, 놀랍고 감사”
한국 서바이벌 예능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최고의 피지컬’을 가리기 위한 100인의 대결. 3억원 상금을 건 치열한 경쟁에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라 불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4일 공개된 <피지컬: 100>(연출-기획 장호기, 제작 MBC)이 시청시간 2,251만 시간을 기록(23~29일)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 부문(비영어권) 7위에 안착했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33개국 TOP10 리스트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지상파 방송사 MBC가 손잡고 만든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추성훈(이종격투기), 윤성빈(스켈레톤), 양학선(체조), 장은실(레슬링) 등 운동선수부터 UDT 출신 유튜버 에이전트 H, 선미 댄서로 이름을 알린 차현승, 산악구조대 김민철 등 신체에 자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이 나이, 성별, 국적, 체급을 떠나 대결을 펼친다.
100명의 참가자는 각기 다른 장점과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운동선수 출신은 오랫동안 단련해온 탄탄한 몸과 기술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남겼고, 보디빌더 등 몸의 예술을 하는 이들은 ‘관상용 근육’이 아닌 건강한 신체를 자랑했다. 또 농부, 트로트가수, 요식업자 등 운동과 연관 없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반전 능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본능적 승부욕과 건강한 경쟁으로 국내외 호평을 이끈 <피지컬: 100>이지만 참가자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첫 번째 퀘스트 ‘일대일 데스매치’에서 생존 전략으로 여성 참가자 춘리(보디빌더)를 지목한 남성 참가자 박형근(격투기 선수)의 태도에 질책이 쏟아진 것.
두 사람의 대결이 담긴 예고 영상 공개 때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박형근이 춘리의 명치를 무릎으로 누르며 제압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 더불어 “가슴 가슴!”이라고 외치는 관중석 여성 참가자들에게 ‘입 닫으라’를 동작을 취하면서 분위기는 악화됐다. 강자 지목으로 자신을 시험하거나 존경하는 선배와의 대결을 펼친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되며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비겁하다, 비열하다”는 비난과 함께 ‘하(下)남자’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악플에 박형근은 자신의 SNS를 통해 “X소리들 ㄴㄴ 싸우러 왔으면 싸우자”라며 발끈한 모습을 보였다. 부정적 여론에 결국 춘리가 직접 나섰다. 춘리는 지난 1월 31일 SNS를 통해 “박형근 선수는 운동인으로서 정당하게 대결했고 나는 이 대결에 아무런 문제나 불만 없다”면서 그의 행동은 이기기 위한 기술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하며 악플 자제를 당부했다.
당사자의 해명에 잠잠해지던 여론은 3,4회 공개와 함께 다시 불이 붙었다. 상대에 대한 매너나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박형근 태도가 원인이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경기장에 등장한 그는 빠르게 공을 선점하는 춘리를 가소로운 듯 응시하며 어슬렁거렸다. 여유만만하게 거닐던 그는 곧 춘리를 바닥에 눕힌 뒤 무릎으로 배를 눌러 숨쉬기 어렵게 하고 급소인 명치를 압박했다. 게다가 춘리를 응원하고 걱정하는 관중들에게 입을 닫으라는 모션을 취하면서 경기장 분위기까지 망쳤다.
관중석은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왔고, 누구도 그의 승리를 기뻐하거나 축하하지 않았다. 티저 영상이 악마의 편집일 거라 생각하며 옹호하던 시청자까지 무도인(武道人)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불쾌한 장면에 등을 돌렸다. 대결 상대로 약자를 지목하는 승부 전략은 잘못되지 않았지만, 승패를 떠나 상대에 대한 예의와 강자의 품격은 갖춰야만 했다.
시청자가 박형근을 평가하기 전, 참가자들이 먼저 행동했다. 팀전으로 진행된 두 번째 퀘스트 ‘모래 나르기’에서 박형근은 모든 팀에서 배척당하며 최약체로 꼽힌 마지막팀(팀장 장은실)에 합류하게 됐다. 오만한 강자에서 순식간에 약자 팀이 된 그는 이를 악물고 승리를 향해 노력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박형근은 불편하지만 장은실팀이 승리하길 바란다면서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해당 논란은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흥행을 방해하진 못했다.
프로그램을 향해 쏟아지는 높은 관심에 장호기 PD는 “지구 반대편의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보겠다고 말했는데, 기대보다 더 많은 관심에 놀랍고 반갑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제 막 시작이다. 예고편에 담을 수 없었던 놀랍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말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피지컬: 100>은 뜨겁다. 우승 대신 의미 있는 대결을 원하는 참가자부터 악착같은 근성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들도 있다. <오징어 게임>과 비교되지만 어느새 시청자들은 ‘3억원 상금’의 존재를 잊고 참가자들의 유대와 관계, 그리고 이야기에 푹 빠졌다. 몸과 몸이 부딪히며 탄생하는 격렬한 카타르시스와 강자를 향한 박수, 약자를 위한 응원까지. 놀라운 피지컬과 멋진 승부로 전 세계 마니아층을 확보한 K-예능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