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속 정치, 검·경, 언론 조작과 현실 [리뷰]

국내 각종 사기 범죄 관련 사건들 복합적으로 등장 장영자 사건과 유사한 정치권 연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검·경 및 법조계 ‘끈’ 2001년에 봤었던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 길들이기’

사진=쿠팡플레이

범죄 스릴러 드라마 ‘미끼’ 3화에서는 일수꾼 노상천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사기꾼으로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다. 마치 저렇게 배우면 나도 최고의 사기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묘사가 치밀한 덕분에, 정당한 도덕성을 가진 시청자라면 적잖이 충격을 먹을 것 같다.

세상 모르는 일수꾼 노상천에게 사기를 친 송영진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정치자금을 건네주고 비호를 받고 있는 장면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경제 범죄와 연루되어 뒤에 정치권의 핵심 인사가 숨여있는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진=쿠팡플레이

정치권과 연계된 금융사기사건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사건으로 알려진 1982년 ‘장영자 사건’의 경우, 전두환 대통령이 재임한 5공화국의 3대 금융부정 사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채시장 거물로 알려진 장영자 씨의 남편은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 장영자의 형부는 전두환 대통령의 아내인 이순자 여사의 숙부였다.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들에 빌려준 돈의 몇 배에 달하는 약속어음을 받아 융통하며 계속 폰지 사기를 이어가다 결국 파산한다. 당시 어음발행액은 7,111억원으로 5공화국 당시 개포동 주공아파트 18평짜리 분양가가 600만원 남짓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당시 5공의 실세들 대부분이 사기 사건과 연루된 탓에 대규모로 실각했고, 장영자 씨는 그 이후에도 1992년, 1998년, 2018년에 걸쳐 총 4차례의 사기 사건을 진행한다.

1차 사기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기 전, 이미 1980년부터 국군보안사령부, 1981년부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까지 정보가 들어가 있었으나, 전두환 대통령의 처가가 얽혀 있었던 탓에 사기꾼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등으로 피해를 봤다. ‘미끼’ 속에서는 노상천이 사기꾼들과 작당한 국회의원 탓에 본인이 감옥살이를 한다.

사진=쿠팡플레이

검·경 및 법무 조직과 얽힌 금융사기사건

최근 사례로는 지난 2019년부터 공식화된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의 사기 사건을 들 수 있다. 2015년에 200억원 남짓의 수탁고를 갖고 있던 자산운용사가 갑자기 4년만에 5조6,544억원의 엄청난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로 성장한다. 높은 수익성을 갖춘 자산에 투자한다는 사기 정보를 믿도록 하기 위해 코스닥 좀비 기업의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하거나, 다른 회사 명의로 몰래 매입하는 파킹 거래를 일삼거나, 손실난 펀드에 다른 펀드 자금을 메워넣는 돌려막기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감췄다.

결국 2020년 2월에 모펀드는 반토막, 자펀드 중 일부는 전액 손실을 봤다. 합계 1조5천억원 이상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검찰에서는 2020년 4월에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체포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김봉현 회장이 금융감독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 로비를 했던 정황이 알려졌음에도, 법무부에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2020년 10월 당시 윤석열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수사권을 박탈했다. 당시 정권 주요 인사들이 라임자산운용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임자산운용의 김봉현 대표는 현재 30년 형을 언도받은 상태지만, 피해 금액이 회복될 길은 막연한 상태다. ‘미끼’ 속에서는 강종훈 차장이 노상천 수사에서 발을 빼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4화에서는 실제로 검사장과의 전화 장면까지 나오며 경찰 뿐만 아니라 검찰 고위직에까지 사기꾼 노상천의 ‘끈’이 실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쿠팡플레이

서버 공격과 세무조사로 탄압받는 언론사

극 중 기자로 나오는 천나연은 박광신 시의원 살인 사건과 노상천 사망설에 대한 정보를 모은 기사를 낸다. 그러나 곧바로 노상천 비호 세력에 의해 웹사이트는 정지당하고, 신문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디도스(DDoS) 공격 등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용을 막아 정보의 흐름을 차단시키는 사례는 지난 20여년간의 인터넷 시대에 한 두 번 벌어졌던 것이 아니다. 2009년 7월에는 조선일보에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 언론사는 아니지만 대중의 정보 흐름의 중심에 있는 커뮤니티의 경우, 우파 커뮤니티로 유명한 일간베스트, 좌파 커뮤니티로 이름을 알린 오늘의 유머가 각각 2012년과 2013년에 디도스 공격을 당한 바 있다.

언론사에 대한 대규모 세무조사도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2001년 김대중 정권은 ‘언론과 전쟁불사’ 를 외치며 주요 언론사에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언론에서는 언론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1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조사로 당시 23개사에 1조3,584억원 세금탈루를 적발하고, 5,056억원을 추징했다. 3개사 사주가 검찰에 고발됐고, 13개사가 공정거래 위반 과징금 242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