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스타] 전도연의 시대

데뷔 34년차 ‘러블리 아이콘’ 배우 전도연 로코 퀸으로 돌아온 칸의 여왕 변화무쌍하게 그려낸 시대의 여성상 ‘일타 스캔들’→’길복순’ 변화 기대

사진=tvN

전도연이다. 전매특허 코 찡긋 미소와 진실한 웃음, 햇살처럼 따듯한 분위기로 18년 만에 ‘로코 퀸’으로 돌아왔다. ‘칸의 여왕’ 거창한 수식어는 잠시 옆으로 밀어뒀다. tvN 토일극 <일타 스캔들> 속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으로 완벽하게 분한 그는 주말극장에 핑크빛 설렘을 선사하며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일타 스캔들>은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TV 시청률은 첫회 4%에서 13.5%까지 3배 이상 올랐고, OTT-TV 통합 드라마 화제성 3주 연속 1위 및 드라마 출연자 부문 최상위권 순위를 기록하며 ‘K-로코’ 인기에 불을 지폈다.

전도연은 언니가 버린 조카 해이(노윤서 분)를 딸로 키우기 위해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장애를 가진 남동생 재우(오의식 분)를 책임지는 억척스러운 중년 여성을 연기했다. 우연히 얽히게 된 치열에게 끌리지만 유부녀로 알려진 자신과의 불륜 스캔들로 힘들어하는 상대를 위해 사랑을 포기하려는 인물이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전도연과 정경호의 키스신이 화제가 됐다. 연기 베테랑들의 성숙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시청자 마음을 일렁이게 한 것이다. 51세 전도연은 본연의 투명하고 맑은 느낌으로 중년의 사랑을 청량한 로맨틱 코미디로 완벽 소화했다.

사진=각 드라마-영화 스틸컷

지난 1990년 광고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전도연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배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2007)으로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너는 내 운명>(2005), <무뢰한>(2015)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4번이나 수상한 전도연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거듭났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비상선언>(2022) 등 최근까지 여러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또 그는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1995)를 비롯해 <별을 쏘다>(2002), <프라하의 연인>(2005) 등 인기작을 남겼고, 이후에도 <굿 와이프>(2016), <인간실격>(2021) 등으로 얼굴을 비췄다.

결혼(2007)과 출산(2009)에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내가 ‘어려운 배우’가 된 것 같다. 밝고 가벼운 상업적 작품도 하고 싶은데 감독들이 ‘전도연이 이런 거 하겠냐’는 생각에 무거운 시나리오만 자꾸 보낸다”고 토로한 바 있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18년 만에 만난 로코 <일타 스캔들>에서 전도연은 진가를 드러냈다.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부터 사랑에 고민하는 여성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표현하며 작품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상대 배우인 정경호와는 물론 마주하는 모든 배우들과의 환상 케미를 자랑하며 극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사진=tvN

전도연은 누군가의 롤 모델이자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꼽힌다. 송혜교, 손예진, 김고은 등이 전도연을 롤 모델로 언급했고, 김남길(무뢰한), 하정우(멋진 하루), 공유(남과 여) 등은 상대가 전도연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나나, 신현빈 등은 전도연의 다정함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美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Women’s Impact Report)에 선정됐던 전도연은 2011년 한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여자들이 늙어가는 것에 공포를 느끼지 말고 ‘지금’을 즐기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지금’에 충실히 길을 걸어온 결과 누군가의 이정표가 됐다.

배우 김옥빈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정된 역할과 좁아지는 작품 선택폭에 걱정하는 여성 배우들의 숙명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며 “<일타 스캔들> 속 전도연의 모습에서 후배들이 가야 할 길을 배웠다. 나이와 관계 없이 어떤 역할이든 사랑받을 수 잇고, 장르를 불문하고 활약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시대의 아이콘’ 유효기간을 무한 연장 중이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변화하는 여성상을 표현하며 하나의 이미지에 속박되거나 큰 인기에 매몰되지 않고 전진 중이다. 그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까, 행선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항상 새롭고 도전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일타 스캔들>을 통해 러블리 매력을 발산한 전도연은 오는 3월 31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 킬러 길복순으로 변신한다.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Berlinale Special) 부문에 공식 초청돼 일찍이 화제를 모은 만큼 핑크빛에서 핏빛으로 물들 전도연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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