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탐구생활] K팝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 OTT 그리고 다큐

디즈니+ ‘j-hope IN THE BOX’ 글로벌 흥행 시작 K팝 콘텐츠 품은 OTT 오리지널 연이어 MZ 세대 공략, 플랫폼엔 콘텐츠 확장 기회로

사진=디즈니+

무대 위 화려한 K팝 스타들을 다각도에서 조명한 다큐멘터리들이 OTT를 통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과거 마니아 층에서만 소비되던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이제 K팝 스타라는 주인공을 앞세우고 새로운 무대 OTT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다큐 <j-hope IN THE BOX> 디즈니+ 글로벌 차트 10위 입성 

17일 공개된 하이브 오리지널 <j-hope IN THE BOX>이 플릭스패트롤의 집계에서 디즈니+ 글로벌 영화 차트 10위에 오르며 흥행을 시작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첫 솔로 주자로 나선 제이홉의 앨범 준비 과정 200여일간의 여정을 관찰한 이 작품은 곡 작업부터 앨범 발매 직전 열린 리스닝 파티, 대형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공연 등 ‘인간 정호석’의 모습을 빠짐없이 담아내며 국내외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당 작품이 디즈니+뿐 아니라 BTS의 팬들이 가장 많이 밀집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도 동시 공개된 점을 감안하면 그 흥행 파급력은 더 크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를 통해 다양한 K팝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05년 데뷔해 18년 차를 맞이한 슈퍼주니어의 활동을 타임라인식으로 훑어본 2부작 다큐멘터리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을 비롯해 BTS의 성장과 10년의 음악 인생을 조명한 <BTS 모뉴먼트 비욘드 스타>(BTS MONUMENTS: BEYOND THE STAR), 최근 공개된 <j-hope IN THE BOX>, 공개 예정인 <NCT 127: THE LOST BOY> 등이다.

디즈니+가 K팝 아티스트의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선보이는 데는 앞선 성공 경험이 바탕이 됐다. 디즈니+는 지난해 7월 ‘우가팸’이라 불리는 BTS 멤버 뷔, 배우 박서준, 최우식, 가수 픽보이의 여행기를 담은 <인더숲: 우정여행>, BTS의 미국 콘서트 실황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로 30대 이하 구독자를 대폭 늘렸다. 특히 <인더숲: 우정여행>은 전 세계 동시 공개되며 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3위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사진=티빙, 왓챠

K팝 콘텐츠로 글로벌 공략 나서는 국내 OTT

국내 OTT 플랫폼들도 K팝 아티스트와 산업 전반을 다루는 다큐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티빙은 지난 1월 26일부터 4부작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선보였다. 기획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정형진 패치웍스 대표는 작품 공개 당시 “K팝을 하나의 사건이나 문화로 서술하는 새로운 관점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1세대 아이돌  H.O.T부터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의 그룹 아이브(IVE),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전 세대 아티스트가 출연해 K팝이 가진 영향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작품은 기존 대중문화 다큐멘터리가 답습했던 아티스트의 무대 밖 모습을 담아내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문화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팬덤’을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가수, 업계 전문가, 팬들의 인터뷰로 풀어낸 K팝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은 거대한 문화를 이끄는 주체가 더이상 화려한 스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큰 호평을 얻었다. 현재 티빙은 해당 작품을 글로벌 K팝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왓챠는 그룹 오마이걸 효정, 더보이즈 큐, 에이티즈 우영, 르세라핌 김채원 네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를 공개했다. 작품은 현대인의 삶은 9개의 물건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가상의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네 명의 아티스트가 각자 표현하는 물건을 찾아 개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초점을 뒀다. 왓챠는 이 작품으로 1월 일본 신규 구독자 상승폭이 전월 대비 3.4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왓챠의 일본 서비스 출시 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OTT에는 ‘돌파구’, 미디어 제작자에는 ‘문화 기록물’

인기 아이돌이나 K팝 스타가 주인공인 콘텐츠는 과거에도 각종 미디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이 스타들의 무대 뒷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그치며 신곡이나 앨범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무대가 OTT로 이동하며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한 플랫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들 OTT 플랫폼 입장에서 방대한 팬덤을 등에 업은 K팝은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큐멘터리 역시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으로 가득찬 기존 라이브러리에 K팝을 접목한 다큐멘터리는 K팝 팬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MZ 세대 시청자와 다큐 마니아들을 동시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의 기회가 됐다.

유통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도 K팝 다큐멘터리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 제작자는 “한국 사회에서 K팝은 이제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K팝이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만큼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는 미디어 업계의 시도가 이어지며 K팝 다큐 열풍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팝 다큐멘터리들이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차별화를 꾀하거나 신선한 주제, 소재의 깊이를 더하는 것 모두 단순한 기획으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단 하나의 특별함만 있어도 훨씬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신선한 소재, 더 다양한 해석’이 곁들여진 도전들이 이어지며 K팝 콘텐츠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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