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짙어지는 서사와 설득력 얻은 캐릭터, ‘카지노2’
디즈니+ ‘카지노’ 시즌2로 달라진 평가 감독-배우들의 여유,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나 짙어지는 서사와 갈등의 농도, 강렬한 결말 예고
장황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어설픈 결말로 이어지는 ‘용두사미’ 작품이 넘치는 요즘, 대세를 거스르는 드라마가 있다. ‘용두용미’까지는 아니어도 ‘사두용미’를 향해 달려가는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2>다.
지난 15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2>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다시 게임 테이블에 앉는 이야기를 그린 <카지노>의 두 번째 이야기다. 작품은 충무로 대표 배우 최민식이 24년 만에 16부작의 긴 호흡으로 시청자를 만난다는 점, 대세 배우 손석구와 허성태의 합류, 장르물의 대가 강윤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 등에서 지난해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개 직후 반응은 “지루하다” 일색이었다. 주인공 차무식(최민식 분)의 일대기를 유년 시절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는 전개가 시원시원한 장르물의 재미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다. 손석구, 허성태 등 스타 배우들의 등장을 볼 수 없다는 점도 혹평에 부채질을 했다. 강윤성 감독은 시즌1에 쏟아진 아쉬운 평가에도 “처음엔 플랫폼의 시즌제 및 순차 공개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보니 괜찮은 것 같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들 역시 쏟아지는 혹평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석구 노쇼 논란”이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 모든 여유는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시즌2가 공개된 이달 15일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휘몰아치는 전개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플랫폼의 자신감은 제대로 통했다. 첫 주 공개된 3회의 이야기에서는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벗어나는 무식의 모습과 끊임없이 무식을 견제하던 태석(허성태 분)의 죽음, 거액의 도박 빚을 지고 한국으로 떠났던 정팔(이동휘)의 복귀, 민회장(김홍파 분) 피살 사건 등이 빠른 속도로 펼쳐졌다. 시청자들은 “개연성은 어디 갔냐”는 볼멘소리를 내놓으면서도 “한눈팔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에 몰입했다.
이어진 4회에서 드라마는 다시 시즌1의 시작점으로 시청자들을 안내했다. 극 중 필리핀 현지 매체들의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차무식의 모습은 시즌1 시작 당시 다소 ‘뻔뻔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역경과 성장을 지켜본 끝에 다시 마주한 그의 결백은 설득력을 갖췄다. 이제 다가올 이야기에서 무식은 자신의 목숨을 건 인생 최대 베팅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성장과 고난, 위기 극복을 모두 함께해온 시청자들은 무식이 ‘좋은 사람’이라는 데는 다소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가 이대로 주저앉지 않기를 응원한다.
‘좋은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또 아닌’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최민식은 “처음 <카지노> 대본을 읽는 순간부터 차무식에 애착이 갔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사람은 한 가지 표현으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성을 가진다. 그런 면에서 무식은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악인이었다면 그렇게 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2를 시작한 후에야 호평이 혹평을 지우기 시작한 국내 반응과 달리,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카지노>에 찬사를 보냈다. 글로벌 리뷰 사이트 IMDb에서 작품은 지금까지 공개된 한국 OTT 오리지널 작품 중 가장 높은 평점인 8.4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OTT로 활동 무대를 넓힌 최민식은 “한국 작품들이 전 세계의 청중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며 자신의 작품은 물론 경쟁작까지 아우르는 모든 한국 작품들이 더 빨리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더 큰 기쁨을 드러냈다.
시즌2가 절반의 이야기만을 남겨둔 만큼 시작과 함께 휘몰아친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며 그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서사와 갈등의 농도 역시 짙어질 예정. 최민식은 “사건의 모든 갈등과 충돌, 분노, 불행이 ‘차무식’에게서 비롯되고, 그의 인간성도 더 자세하게 그려질 것”이라며 끝까지 이야기에 힘을 잃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최민식은 “단순히 세계적인 흥행보다는 우리가 가진 이야기를 진실되게 전달하고 싶다”며 연기와 작품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이어 “갈수록 작품이나 연기 욕심이 많아진다. 지극 평범한 인물부터 특이하고 새로운 세상까지 표현해보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전 시즌 5화 말미에야 모습을 드러내며 지각 등장한 손석구는 동료들의 “노쇼 논란” 농담에 가장 크게 웃으며 곧 펼쳐질 캐릭터의 활약을 암시한 바 있다. 그의 자신감은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소극적인 캐릭터 승훈을 치밀하면서도 집요한 경찰로 탈바꿈시키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가 연기한 승훈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필리핀 현지 경찰들 사이에서 진정성을 무기로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긴밀히 협조, 주인공을 향해 좁혀오는 근거 없는 수사망에 의문을 던진다.
손석구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과 결이 많이 달랐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 선배님을 비롯해 이동휘, 허성태 배우 등 많은 동료와 함께했는데, 자연스러운 연기는 배우 내면에 단단히 잡힌 중심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본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이번 작품을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용두사미’ 작품이 넘친다는 이야기는 모두의 기대와 호평 속에 출발한 이야기가 갈수록 힘을 잃으며 초라한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주 드물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에 힘을 잃지 않으며 ‘용두용미’라는 찬사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파트제 공개나 순차 공개는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이 또한 쉽지 않다.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조건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카지노2>가 ‘사두용미’라는 전례 없는 평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2>는 현재 4화까지 공개된 상태며, 매주 수요일 1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