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 전도연 [인터뷰]

‘일타 스캔들’ 전도연 종영 인터뷰 종영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일타 스캔들’ 열풍 “실제 모습? ‘일타’ 열혈맘-‘길복순’ 서툰 엄마 오가”

사진=매니지먼트 숲

‘이게 될까?’ 했는데, ‘이게 된다!’. 억척스러운 캐릭터도 사랑스러울 수 있고, 고등학생 딸을 가진 엄마와 스타 강사의 사랑도 설렘 가득 달콤할 수 있다. <일타 스캔들> 속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려낸 전도연의 힘이다.

tvN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이번 작품에서 전도연은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 역을 맡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밝은 역할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진짜 내 모습과 비슷한 연기라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기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작품 공개 후 전도연의 이런 우려는 ‘엄살’임이 드러났다. 그는 언니가 두고 떠난 조카 해이(노윤서 분)와 몸이 불편한 동생 재우(오의식 분)를 돌보느라 지칠 법도 하지만 인생의 고단함과 질척거림에 휘둘리지 않는 행선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오늘날의 캔디’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드라마는 4.0%의 TV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방영 내내 연일 상승세를 그리며 17.0%라는 대기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둘러 끝낸 듯한 결말에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주연과 조연 할 것 없이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도연은 “팀 내부에서는 결말에 대해 모두 만족했다. 물론 반응이 갈리는 만큼 작가님은 아쉬우실 수도 있지만, 더 행복하게, 즐겁게 해피엔딩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가족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정말 가족이 되는 이야기지 않나”며 작품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밝고 활기찬 캐릭터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 같이 작업한 적이 있는 조문주 CP가 대본을 주며 ‘용기 내 드린다’고 말하더라. 그런 배려가 좋긴 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내가 행선이 텐션을 따라갈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 처음에 거절도 했다. 그런데 작가님이 직접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나서 얘길 하자더라. 작가님이 이 캐릭터를 쓰면서 ‘현실 기반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가장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캐스팅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작가의 뚝심은 옳았다. 16부작의 긴 이야기를 마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전도연이 아닌 다른 여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OTT를 통한 다시 보기 열풍은 방영 당시만큼 뜨겁다. 드라마는 8일 현재 [오늘의 OTT 통합 랭킹] 1위를 지키며 종영 후에도 뒷심을 발휘 중이다. 전도연은 “지금 생각해 보면 행선이는 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제가 느끼고 공감하는 것들로 행선이를 표현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오지랖이 조금 과한 면은 있더라. 그런데 제가 행선이를 이해하려고 마음먹으니 그런 면까지 모두 사랑스럽긴 하더라”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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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실 이번 작품 초반에 작가님이 ‘캐릭터에 대입하기가 힘들면, 네게 맞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라며 전적으로 맡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힘들게 애쓴 부분 없이 내내 즐기기만 한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때 좋았지’ 생각할 수는 있어도 하는 도중에는 즐거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이 일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하는 내내 즐거웠다. 가족들과 헤어지지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며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애정 역시 잊지 않았다.

특히 극 중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춘 노윤서에 대해서는 “처음 캐스팅 소식 들었을 땐 의아했다. 아무래도 연기 경력이 길지 않다 보니. 그런데 호기심으로 만났는데 엄청 당찬 친구더라. 누구와 있어도 기죽지 않고 자신감 넘치게 제 몫을 해내더라. 미소도 너무 예쁘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달콤쌉쌀 로맨스를 함께 완성한 정경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전도연은 정경호의 친절함과 자상함이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어 “그런데 그런 상냥함과 친절함, 자상함에 나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더라. 딱 ‘언제부터다’ 이건 아닌데, 든든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원테이크로 촬영을 해야하는 장면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우는 장면인데, 이게 빨리 찍어야 되는 상황인 데다 롱테이크라서 너무 부담이 됐다. 나도 모르게 경호 씨 손을 잡고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말했다. 그런데 경호 씨가 전혀 망설임 없이 ‘그럼요! 잘하실 거예요!’ 말해줬다. 그 순간 내가 경호 씨를 파트너로서 정말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씩씩한 여주와 병약미 남주’라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썼다. 특히 전도연은 결혼이나 출산 후 로맨스보다는 가족 드라마 등으로 활동의 폭이 좁아졌던 여배우들에게 나이나 결혼 유무에 상관 없이 모든 장르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줬다. 그는 “나이나 그런 것 때문에 ‘로코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사실 우리 모두 나이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이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반응도 들었는데, 여전히 모든 장르는 저에게 열려 있다. 10년 뒤에도 당연히 로코 가능하다”며 당당한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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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전도연은 솔직했다. 그는 “사실 50대보다는 40대가 좋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이는 자연스럽게 계속 쌓이는 것 아닌가. ‘언젠가 그 나이가 되겠지’ 생각했던 나이를 지금 보내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그런 나이들을 맞이할 거란 생각이다. 나도 궁금하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 어떤 모습일지.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할 때는 ‘이제 나도 나이가 드는 구나’ 생각도 하지만, 배우로서는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며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자연스럽게 차기작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전도연의 차기작은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다. 그는 “실제 엄마로서의 나는 <일타 스캔들> 속 남행선 같기도 하고, <길복순> 속 서툰 엄마이기도 하다. 엄마로서의 역할이 참 쉽지 않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일타 스캔들>에서 오지랖 넓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넘치는 열혈맘을 완벽하게 그려낸 전도연이 <길복순>에서 킬러와 서툰 엄마를 오가며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기대를 모은다.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OTT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오는 31일 전 세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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