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NOW] 한국 극장가에 불어온 ‘日애니 붐’ 外
‘스즈메의 문단속’ 日 애니 최고 오프닝 스코어 달성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 얻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을 점령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오후 2시 기준)에 따르면 지난 8일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상현 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박스오피스 1,2,4위를 차지하며 한국 극장가에 일본 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첫날인 어제 14만 3,49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왕좌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 2위에 자리하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너의 이름은.>의 오프닝 스코어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기록으로 앞으로 선보일 흥행 저력을 기대케 한다. 작품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발견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로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 흥행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SNS를 통해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 서점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것에 이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강국인 한국에서 이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2위에는 굳건한 흥행세를 이어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올랐다. 같은 날 2만 4,863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누적 관객 수는 389만 5,172명이다. 고교 농구부 소년들의 전국 제패기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90년대 신드롬을 일으킨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지난주 개봉한 <대외비>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에 밀려 순위 하락세를 보였지만, 다시 2위로 올라서며 ‘꺾이지 않는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상현 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는 4위에 안착했다. 같은 날 1만 3,319명이 관람했고 누적 관객 수는 35만 2,994명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영화 버전으로 혈귀가 숨어있는 거리에 잠입한 주인공 탄지로와 그 일행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일 개봉 후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3위에는 한국 영화 <대외비>가 자리했다. 어제 하루 2만 915명이 관람, 누적 관객 수는 57만 4,465명이다. 영화는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비밀문서를 손에 쥔 세 남자의 치열한 쟁탈전에 대해 그린 범죄물이다. 조진웅-이성민-김무열 등 명품 배우들의 출연과 짜임새 깊은 스토리로 주목받았지만 탄탄한 팬층을 지닌 일본 애니메이션의 잇따른 흥행에 전날에 비해 두 계단 내려앉았다.
한편 8일 오전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개봉 기념 내한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작품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하라 나노카가 참석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보이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신카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코로나 한 가운데서 만든 작품이다. 과연 이걸 완성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한국에까지 오게 돼 기쁘다”며 내한 소감을 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삼았다. 감독은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이 재해를 영화로 그려내게 되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거나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우리 현실, 실제 우리 세계를 그린 영화로 기억하길 바라며 이런 설정을 가져왔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한 영화에서 ‘재난을 부르는 문’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을 사용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어서 아이디어 힌트를 얻은 것이다. 문은 일상의 심벌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다녀왔습니다’ 하고 다시 돌아온다. 재해는 그런 일상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아침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 그것이 재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작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을 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같은 소재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까 생각한다. 아직 신작에 대해 생각한 것은 없지만 이번 한국 방문으로 힌트를 얻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 흥행 붐에 대해 “서울에 오면 그립다는 느낌도 들고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리와 동네 풍경이 매우 닮아있다. 도시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일본 분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관계는 좋고 나쁨이 반복되고 있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