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NOW] 日애니 극장 점령, 흥행 실패하는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5위권 내 日 애니메이션 3편 다른 영화들의 부진 이유는 과도한 티켓 가격 상승 OTT 약진도 한몫, “OTT 드라마에도 못미치는 영화”

사진=㈜쇼박스, ㈜NEW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점령한 가운데, 한국 영화를 비롯한 작품들에 적신호가 켜졌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오후 14시 기준)에 따르면 지난 주말(17일~19일)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까지, 3개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박스오피스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지난 주말 71만 2,473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관객 수는 195만 1,152명으로 2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는 재난의 문을 열게 된 소녀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로, 개봉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압도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2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차지했다. 같은 기간 10만 7,519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누적 관객 수는 415만 5,091명이다. 3위에는 김다미, 전소니 주연의 한국 영화 <소울메이트>가 올랐고, <샤잠! 신들의 분노>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진=롯데시네마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아바타: 물의 길>을 시작으로 극장가에 활력이 나타나고 있지만, 글로벌 대작이나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작품을 제외한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성적은 매우 처참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영화 2월 관객 수는 127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월의 7.4%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팬데믹의 여파가 컸던 지난해 2월보다도 7.7% 감소했다.

엔데믹과 함께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와 영화관 내 취식이 자유로워졌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몇몇 작품 이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급격하게 상승한 티켓 가격이 큰 작용을 했다. 16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영화 티켓 가격은 평일 낮 일반관 기준 1만 4,000원, 주말 낮에는 1만 5,000원, 특별관은 2만원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4,000원 이상 인상된 수치다.

과도하게 오른 티켓 가격에 관객들은 영화관 방문 횟수를 줄였다. 대중들은 “영화관 티켓 가격이 비싸 할인이 없으면 보기 힘들다”, “제값 주고 보기가 부담돼 지금은 많아야 1년에 4편 정도 본다” 등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이에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급격히 오른 티켓 가격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의 가계 부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지난달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최동훈 감독은 “중국은 코로나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 이는 가격을 내릴 테니 많이 찾아와 달라고 영화관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하며 영화 티켓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객들이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는 데는 OTT의 작용도 크다. 팬데믹 기간 OTT의 약진은 영화관이 아니어도 높은 작품성과 몰입감을 가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관객들에게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대중들은 영화관을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장소’가 아닌 색다른 체험을 하는 장소로 인지하기 시작했고, 화려한 영상미나 기술적인 요소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 이외에는 극장을 찾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제 영화적인 시네마스코프의 비율이라던가 사운드 같은 것들이 중요해지면서 관객들은 이제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와 아닌 영화로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관객들의 달라진 눈높이에 따라 영화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OTT가 발전하며 영화관엔 OTT 드라마만 못한 영화들이 나오게 됐다”고 말하며 OTT의 성장에 따라 영화계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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