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임지연의 미움 받을 용기 [인터뷰]

넷플릭스 ‘더 글로리’ 박연진 役 임지연 인터뷰 “기회 된다면 아역 신예은에게 감사 전하고파” “마지막 감옥 씬, 감정적으로 무너져 눈물 흘리기도”

사진=넷플릭스

미움받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데, 용기를 넘어 즐기는 배우가 있다. “사람들이 다 저를 미워하는 것 같다.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하는 임지연이다. <더 글로리>를 본 사람이라면 그 악랄한 연진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장르물의 대가 안길호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드라마는 지난해 12월 파트1 공개와 동시에 작품의 핵심 주제인 학교 폭력(이하 학폭)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파트제를 선택한 공개 방식, 지난 10일 파트2 공개 당일 불거진 안 감독의 과거 학폭 논란, 전반과 크게 달라진 스토리 전개 등 <더 글로리> 파트2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는 많았지만, 이 모든 약점을 무력화시킨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그중에서도 자기 입으로 “이렇게 뻔뻔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 박연진, 즉 임지연을 이길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살신성인 덕에 드라마는 오늘(20일) [오늘의 OTT 통합 랭킹] 정상을 지키며 뜨거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임지연은 이번 작품으로 글로벌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에 대해 “정말 행복하다. 대세는 맞는데, 배우 임지연이 대세가 아니라 드라마 속 연진이가 대세라더라”며 크게 웃었다. 이어 “그래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가 작년하고 올해로 나눠서 나왔는데, 지난 1년은 <더 글로리>에 투자한 것 같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크다”고 준비한 이야기를 모두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임지연은 이번 작품으로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연진이 아니어도 무조건 함께하고 싶었다는 그는 김은숙 작가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리며 “작가님이 미팅에서 ‘연진이한테는 서사도 없고 미화 같은 것도 없을 거야’라고 하시더라.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중에 어설프게 용서받거나 그런 악역은 별로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큰 용기를 낸  작품인데, 시청자분들이 저를 많이 미워하고 싫어해 주셔서 작품 안에 잘 녹아든 것 같아 뿌듯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욕심을 낸 작품임에도 끔찍한 폭력의 가해자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임지연은 “촬영 전까지 대본으로만 분석하다가 직접 촬영하고 촬영한 장면을 보니까 묘하더라. 가해자들의 악행을 동은이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보니까 ‘저러니 복수를 다짐하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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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은 강렬한 복수극의 서막이 된 학창 시절을 그려낸 아역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아역 배우들의 열연 덕에 성인 배우들이 득을 봤다는 겸손한 마음에서다.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신예은에 대해서는 “너무 못됐다 싶을 정도로 잘해줬다.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꼭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작품 공개 후 신예은과 박연진 두 배우에게 쏟아진 평가는 “학폭 경력직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평 일색이다.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니면 이들처럼 가해자의 악랄함과 뻔뻔함을 완벽히 그려낼 수 없다는 칭찬의 의미다. 임지연은 어떻게 학폭 과거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완벽한 악인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는 “처음에는 내가 잘하는 걸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이 컸다. 평소에 입꼬리를 한쪽으로 당기며 웃는 버릇이 있어서 그걸 활용했는데 그런 부분이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드라마는 폭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룬 탓에 OTT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수위인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지상파 TV 채널에서 OTT로 무대를 옮긴 만큼 더 적나라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는 작가와 감독의 야심은 작품 곳곳에 드러났다. 극 중 연진은 메인 빌런에 해당하는 만큼 저급한 욕을 쏟아붓는 데도 거침이 없고, 수시로 담배를 꺼내 무는 인물. 임지연은 “평소에 친구들과 있을 때 욕을 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더 감정적으로 했다. 담배 같은 경우는 진짜 맛깔나게 피우고 싶더라. 보는 사람들이 담배 생각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흡연, 욕설에 이어 직접적인 폭력 장면도 있었다. 바로 파트1에서 연진과 동은의 재회 장면. 임지연은 “내가 혜교 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언니 멱살을 잡았다. 너무 죄송한데 언니는 다 받아주더라. 나도 모르게 계산되지 않은 행동이 나갈 때가 있었는데 언니는 그걸 너무 잘 받아줘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빌런 5인방’이라 불리는 극 중 절친들과의 티키타카 역시 많은 팬이 꼽는 관전 포인트다. 학창 시절부터 다져 온 그들의 관계를 실감 나게 그려낸 데는 실제 배우들 간의 친분이 큰 몫을 했다. 임지연은 “촬영이 없어도 시간을 많이 가졌다. 촬영할 때는 서로 극 중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면서 작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로 집에도 가고. 그래서 현장에서 그런 찐친 모먼트가 잘 드러난 것 같다. 거침없는 대사나 농담을 주고받는 데 무리가 없어서 그런 케미가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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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깨우며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것에는 어떤 생각일까? 임지연은 “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어렴풋이나마 누군가를 괴롭힌 기억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꼭 진심으로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현실의 복수는 쉽지 않지만, 드라마 속 학폭 피해자 동은의 복수는 온 생을 걸어 준비한 만큼 가해자들에게 끔찍한 최후를 선사한다. 임지연은 이에 대해 “연진이가 가장 큰 벌을 받은 것 같다. 자기가 왜 감옥에 오게 됐는지도 모르고 억울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지옥이 아니면 뭐겠나. 죽음보다 더 큰 형벌이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의 최후에 ‘용서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어 “감옥에서 날씨 예보하는 마지막 장면 있지 않나. 그거 찍을 때 정말 힘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진이에게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나 보더라. 악랄할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무너지는 느낌에 많이 울기도 했다”며 오랜 시간 혼신을 담아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나보내며 힘들어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초 임지연이 강렬한 악역을 소화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냈던 시청자들은 이제 “임지연이 아닌 박연진은 상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런 찬사에 임지연은 들뜨기보다 차분히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그는 “내가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이번 작품에서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신인 시절 좋은 기회 덕분에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다. 그런 한 계단 한 계단이 쌓여서 지금 이렇게 칭찬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어떤 역할을 소화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사랑받는다고 안주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노력한 것처럼 앞으로도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감정 소모가 큰 역할을 한 만큼 휴식이 간절할 법도 하지만, 임지연은 새 작품 준비에 한창이다. 상반기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김태희와 호흡을 맞추는 것. 그는 “연진이가 너무 강렬한 캐릭터라 그걸 잊히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아예 잊고 새로운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번 캐릭터는 <더 글로리> 속 현남(염혜란 분) 같은 역할이다. 새로운 캐릭터인 만큼 그동안의 임지연을 모두 벗으려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역대급 악랄함과 뻔뻔함으로 수많은 시청자의 과몰입을 유발한 임지연이 새롭게 그려내는 캐릭터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임지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지난 10일 파트2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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