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전도연 “넷플릭스는 지금 新 여인천하”

‘더 글로리’-‘길복순’-‘퀸메이커’ 넷플릭스 2023 라인업 장식한 韓 여배우들 ‘사이렌: 불의 섬’ 예능으로도 번진 우먼파워

사진=넷플릭스

복수에 눈먼 송혜교, 특급 킬러 전도연, 문소리와 김희애가 빚어낼 정치 퍼포먼스까지. 넷플릭스가 한국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넷플릭스에 여풍(女風)이 불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나눠 공개한 <더 글로리>를 시작으로 오는 31일에는 전도연 주연의 액션 영화 <길복순>, 4월 14일에는 김희애와 문소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퀸메이커>를 연이어 선보이는 것.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하 학폭)으로 영혼까지 망가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멜로퀸 송혜교의 연기 변신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작품은 지난해 공개와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이 배우들의 열연을 만나 강렬한 이야기로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다. 특히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고른 활약을 만날 수 있었던 파트1과 달리 파트2는 ‘여배우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본격적인 복수가 펼쳐진 파트2에서는 내내 차분하던 동은(송혜교 분)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며, 가해자 무리의 우두머리 연진(임지연 분)이 몰락의 길을 걷는 모습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며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임지연은 종영 직후 인터뷰에서 “극 중 연진이는 죽음보다 더 큰 형벌을 받은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캐릭터에 깊이 빠져있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혼신의 연기를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가해자 5인방의 균열과 서로를 향한 공격 역시 파트2의 관전 포인트다. 그들의 균열은 사라(김히어라 분)와 혜정(차주영 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사라는 약물 중독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의 비리까지 모두 까발려지는 위기에 처하자 더 큰 이슈를 만들 생각으로 연진의 과거 학폭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한다. 사라와 연진 사이에서 이 모든 일을 부추긴 건 바로 혜정이다. 파트1에서 ‘칼춤 추는 망나니’를 자처하고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여정(이도현 분)에 비해 혜정은 그 칼춤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며 이 강렬한 복수극을 완성했다.

이 외에도 주인공의 조력자 현남으로 분한 염혜란을 비롯해 연진의 어머니 영애 역을 소화한 손지나, 주인공이 복수를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준 또 다른 피해자 경란 역을 맡은 안소요, 가해자 연진에게 가장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딸 예솔 역을 소화한 아역배우 오지율까지. <더 글로리>의 전 세계적 열풍은 여배우들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 기세를 몰아 오는 31일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을 공개한다. 영화는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여성 킬러가 회사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종영한 <일타 스캔들>에서 억척스러운 싱글맘 행선의 모습으로 한 차례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를 경험한 전도연이 영화 <길복순>의 선봉에 섰다.

<길복순>은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자 최대한 공개를 서둘렀다. 21일 진행된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전도연은 “영화 공개 일정이 생각보다 빠른 날짜로 확정됐다. 덕분에 <일타 스캔들>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됐다”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넷플릭스가 <길복순>의 공개 일정을 서두른 데는 최근 인기작 가운데 상당수가 여배우들의 활약이 빛났다는 판단에서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3월 둘째 주(6일~12일) 글로벌 차트 비영어 시리즈 부문 TOP10에 입성한 한국 작품은 1위에 오른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를 비롯해 tvN <일타 스캔들>(4위),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5위), tvN <철인왕후>(7위) 등 총 4작품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3편의 작품이 모두 송혜교와 전도연, 신혜선 등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사진=넷플릭스

4월에도 우먼파워는 계속된다. 김희애와 문소리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퀸메이커>를 통해서다. 작품은 재계의 해결사로 승승장구하던 한 여자가 비극적 사고를 겪은 후, 어느 인권 변호사를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과거에 모시던 고용주 일가와 대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다. 그동안 남자들의 영역으로 다뤄졌던 선거판을 누비는 여성 캐릭터들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많은 시청자가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외에도 고현정과 나나 주연의 <마스크걸>, 수지 주연 <이두나!> 등 드라마는 물론 여성 참가자들로만 꾸려진 생존 서바이벌 <사이렌: 불의 섬> 같은 예능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올해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채웠다.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 여배우들을 앞세워 다시 한번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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