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고민의 연속, ‘국가수사본부’ 잘했다고 생각” 배정훈 PD [인터뷰]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인터뷰 ‘적나라한 사건 전달 불편’ 지적에 “오랜 고민 끝 결과” 故 김성재 사건 OTT 콘텐츠로 다룰 수 있을지 관심↑

사진=웨이브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 TV와 뉴 미디어 OTT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TV 방영 후 OTT 공개”는 이제 옛말이 되었으며, 주제와 표현이 자유로운 OTT는 창작자들에게 꿈의 무대가 됐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다뤄야 했지만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주제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OTT를 만나 숨김 없이 파헤치며 ‘사건의 전달과 진실 해부’라는 존재 이유를 되찾고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수사본부>는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시민들의 삶을 위해 ‘끝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로,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는 기구인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밀착취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2023년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콘텐츠의 퀄리티를 올리는 동시에 진짜 저희의 목소리를 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그런 웨이브의 최대 야심작이었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배정훈 PD는 당시 “다큐멘터리 제작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끊임없이 인내심을 시험받는 과정이다. 지상파는 편성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없다. 아직 진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정해진 시간에 끊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늘 아쉬웠다”며 TV 콘텐츠와 OTT 콘텐츠의 차별점을 꼽았다.

배 PD의 이런 생각은 지난 3일 작품 공개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장점도 늘었다. 기회가 많아지니까 제작할 수 있는 환경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그런 걸 다 떠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난다는 점이 정말 좋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이고 조직인데, 우리 콘텐츠가 TV에 적합하면 TV를 통해 방영하는 거고, OTT에 적합하면 OTT로 가는 것뿐이다”며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이 자신을 비롯한 제작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선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다큐멘터리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제작 기간이나 제작 비용만큼 중요한 게 자율성이라고 본다면 OTT는 우리가 뭘 하는지 크게 신경을 안 쓴다. 가끔 섭섭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배 PD는 “이번 작품 하면서도 매주 웨이브 쪽에 보고를 매주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주간 보고 말고 월간 보고로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게 우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취지여서 물론 장점이었지만 그만큼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기획과 제작 전반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만큼 실수나 실패도 많았다고. 배 PD는 “데스크의 지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정말 값비싼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만든 게 <국가수사본부> 같은데, 그래도 잘한 것 같다. OTT 콘텐츠가 TV 처럼 엄격한 기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취재 윤리부터 세부 기준까지 모두 직접 세워야 하고 매일 매순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사진=웨이브

프로그램은 사건 접수부터 수사, 범인 검거까지 모든 과정을 재연이 아닌 실제 상황을 담아내 “현장감이 남다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배 PD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실존하는 사건인 만큼 하나의 사건을 어디까지 다뤄야 하는지도 제작진에게는 쉽지 않은 고민이었고 떠올렸다. 그는 “저희가 접한 상황들이 굉장히 적나라하고 오픈된 일들이 많았다. 내키는 대로 생각하면 ‘다 내면 어때’라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실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존재하는 일들이 있으니 절대 그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신중하게 다듬었음에도 일각에서는 사건과 수사 현장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다루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 PD는 “저희 콘텐츠나 OTT 다큐멘터리 수위가 너무 높은 거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는 걸 봤다. 저희 콘텐츠를 예로 들면 1, 2화에서 굉장히 참혹한 사건을 다뤘는데 카메라 움직임에 피 색을 직접 보여주지 않았다. 현장감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너무 참혹했고, 중요한 건 망자가 있다. 정말 오래 토론했다. 간단히 생각하면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아예 뺐을 텐데 이걸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많은 얘길 나눴다. 그래서 흑백에 가까운 톤을 유지했고, 망자의 참혹한 모습이 담긴 사진 역시 거듭된 토론 끝에 담아낸 것”이라며 제작진의 오랜 고민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배 PD는 최근 OTT가 주류 매체로 급부상하며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하나로 묶어서 기준을 만드는 건 위험하지 않나 싶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그대로 전달한 것에 대한 우려의 말씀도 있었다. ‘어떻게 망자의 얼굴을 그대로 넣을 수 있냐’고 말씀하셨는데, 우려의 마음도 이해된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엔 가렸다. 그런데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났다. 그분들께서 ‘우리 가족은 잘못한 게 없고 억울하다. 사법적 판결이 종료될 때까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얼굴을 보여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대로 내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 수위는 사건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피해자나 그 가족들과의 합의 지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사자들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OTT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 모자이크 같은 화면 처리를 얼마나 할지, 형사들의 설명은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지 그런 것들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더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OTT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니까 함께 합의점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사진=웨이브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오후 공개돼 공개 1시간 만에 웨이브 실시간 인기 콘텐츠 3위로 직행했으며, 시사교양 부문 신규 유료가입견인 콘텐츠 및 시청 시간 1위를 장악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같은 날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워낙 높은 화제성을 장악한 탓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공개 일정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배 PD 역시 두 작품의 공개일에 <국가수사본부>가 아닌 <나는 신이다>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작품은 편집본으로 봤으니까 <나는 신이다>를 봤다. 8개 에피소드를 내리 본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국가수사본부>가 잡아낸 현장감이 아닐까 싶다.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고 오늘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이다> 역시 적어도 최근 10년 안에는 만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좋았다. 두 작품이 같은 날 공개돼서 우리가 조금 묻힌 느낌인데, 아직 못 본 분들이 많다는 건 앞으로 볼 분들이 많다는 얘기 아니겠나”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OTT 다큐멘터리의 열풍에 각종 다큐·시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작품에 등장한 이들은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는 신이다>가 다룬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해당 프로그램 공개 전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됐으며, 최근에는 아가동산 측이 같은 주장을 내세웠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오랜 시간 이끈 배 PD에게도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은 익숙한 주제였다. 특히 가수 故 김성재 사건은 여자친구 측의 방송 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송출되지 못한 배 PD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는 “아가동산 측이 ‘나는 신이다’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넷플릭스에 대한 건 취하하지 않았나. 거기서 희망을 봤다. 어제 故 김성재 사건을 함께 했던 작가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언젠가는 그 얘기를 꼭 하자’고 했다”며 해당 사건을 OTT를 통해 선보일 가능성에 대해서 시사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그 작가가 지금 <그것이 알고싶다>에 집중하고 있어서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새로운 무대에서 탐사보도의 본질을 되찾은 <국가수사본부>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는 어떤 현장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첫 공개 후 매주 금요일 2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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