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일부 공감, 韓 OTT 콘텐츠 삭제” 백기 든 누누티비
누누티비 “국내 OTT 콘텐츠 일괄 삭제 예정” 삭제 대상 범위-해외 OTT 콘텐츠 삭제 여부 불투명 “피해 어느 정도 수긍” 무성의한 태도로 비판
동영상 불법 공유 사이트 누누티비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23일 오전 누누티비는 사이트 내 공지를 통해 최근 해당 사이트에 대해 이슈화되고 있는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와 이에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하겠다고 전했다. 삭제 대상 콘텐츠는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시즌 등 국내 OTT에 한정이며 금주 내 모든 자료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각종 OTT 및 지상파 프로그램을 불법 제공하며 접속 차단 조치에도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을 이어왔던 누누티비가 돌연 국내 OTT 콘텐츠 삭제 의사를 밝힌 것은 미디어 업계의 강경한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웨이브와 티빙 등 국내 OTT 기업들이 포함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콘텐츠 스튜디오 SLL,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로 구성된 협의체는 최근 횡행하고 있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누누티비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접속 차단 시도를 비웃듯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을 지속하는 누누티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한 것.
이에 부산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불법 사이트에 대한 URL 차단에 나섰다. 아울러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저작권 침해가 반복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무수히 시도된 불법 동영상 사이트 차단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을 떠올리며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누누티비는 이번만큼은 예상과 달리 큰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자 서둘러 입장을 바꿨다.
누누티비는 “국내 OTT 플랫폼들의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며 앞으로 자료 요청 및 국내 OTT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처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괄 삭제가 이뤄진 후에도 국내 OTT 자료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고객센터를 통해 알려주시면 제거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미디어 업계와 네티즌들은 영상 불법 공유 근절이 미디어 콘텐츠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인기 시리즈는 해외 OTT에 다 몰려있는데 거기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늘(23일) 기준 누누티비 첫 시작 화면에 배치된 작품은 해외 OTT인 디즈니+의 <카지노>다. 전날 시즌2의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자 해당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해 접속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함께 전면에 배치된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 역시 국내 OTT 티빙과 해외 OTT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되는 작품이다.
OTT 플랫폼의 피해를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표현도 반발을 불러왔다. 누누티비로 인한 미디어 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무성의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업계가 추산한 누누티비의 월 접속자는 약 1,0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들이 불법으로 시청하는 콘텐츠 중에는 2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OTT 오리지널 대작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독하며 제시된 요금을 모두 지불하는 선의의 이용자들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누누티비는 “국내 OTT 에 대한 저작권 보호 또한 강화 할 예정이며 필터링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삭제 콘텐츠의 범위를 밝히지 않는 것을 비롯해 자신들의 책임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듯한 발언은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한편, 국내 OTT 기업들을 비롯한 협의체는 누누티비의 ‘국내 OTT 콘텐츠 삭제’ 발표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