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OTT] 토종 OTT의 고군분투 ⑨ ‘시한폭탄’ 국내 OTT

2024년 11월까지 2,000억 갚아야하는 웨이브… 팔리지도 않는 왓챠 불안한 티빙… 풋백옵션으로 망한 금호그룹 전철 밟나? 넷플릭스는 평균 2.2x배에서 2.4x배로 투자금 회수 중

국내 OTT 시장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는 2024년 11월 전환사채(CB) 상환을 앞두고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왓챠는 레이스에서 탈락한 상황이고 웨이브가 CB를 갚아야 한다면 티빙이 유일한 경쟁자로 남게 된다. 이처럼 업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티빙이 시장의 압박을 견뎌내고 업계에서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내 OTT 시장은 CB 상환, 만연한 불법복제,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성공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필수가 됐다”며 “이뿐만 아니라 콘텐츠 확보에도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OTT 산업은 이미 자본 전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OTT 특수기가 끝난 상황이고 넷플릭스가 업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토종 OTT에 투입할 자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종 OTT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다.

그 결과, 플랫폼들은 자금 조달의 원천으로 메자닌 펀드를 선택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이처럼 메자닌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경계에서 운영되며, 채권에서 주식으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의미한다. 이러한 펀드에는 주식으로 간주되지만 채권의 기능을 하는 우선주나 성장기에 추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메자닌 펀드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플랫폼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OTT 시장이 제시하는 과제와 씨름하면서 기업의 잠재적 성장과 성공을 제한받고 있다.

왓챠의 수난기

2011년에 출시된 국내 OTT 플랫폼인 왓챠는  고유 알고리즘을 적용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피디아’로 성공을 거둔 후 2016년에 OTT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이후 신규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왓챠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달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LG유플러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리들 등의 기업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며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재무적 투자자(FI)의 반대와 490억원 규모의 CB 상환을 이유로 왓챠 인수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당초 신주 발행을 통해 왓챠에 4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왓챠의 CB 발행을 통해 490억원을 조달하면서 발생한 CB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나무, 벤처캐피탈 인라이트벤처스 등의 투자자가 CB 발행에 참여했는데, LG유플러스가 왓챠의 대주주가 될 경우 CB 보유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왓챠 FI들도 LG유플러스가 신주 발행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구주 매각 없이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년 말 기준 왓챠의 기업가치는 3,3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2년 경기 침체로 인해 1,0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가 중단됐다. 투자자들은 왓챠에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요구했고, 왓챠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작년 7월과 8월 개인 투자자를 통해 38억원을 유치하며 사업을 지속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기관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양한 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왓챠는 LG유플러스 외의 투자자와도 투자 및 매각을 논의하고 있지만, 인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의 성장 둔화와 왓챠의 적자로 인해 잠재적 인수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이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데드라인: 2024년

SK텔레콤 옥수수와 지상파 방송 3사가 합병해 만든 OTT 플랫폼 웨이브가 2024년 기업공개(IP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하고 매출을 5,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웨이브는 2021년 말까지 유료 가입자 200만 명, 매출 2,300억원에 그치며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웨이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2024년 11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전환사채다.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는 2019년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하며 발행된 것이다. 웨이브가 제때 상장에 실패하면 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2,000억원 이상의 현금 자산이 필요하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웨이브의 IPO 전망은 더욱 복잡해졌다. 웨이브의 유일한 생존 희망은 해외 진출 플랫폼인 코코와를 통한 미주 시장에서의 성공에 달려 있다. 하지만 코코와의 2022년 예상 영업이익은 36억 원에 불과해 웨이브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MBC, SBS, 한국방송공사, 한국방송시스템 등 웨이브의 주주들은 웨이브의 성공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으로 보여 의문이다. 예를 들어 MBC는 ‘더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판권을 웨이브에서 제공하는 대신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이러한 결정은 지상파 방송사가 자신의 성공을 잠식하는 플랫폼을 지원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실 이는 웨이브라는 회사 자체의 원죄다. 지상파3사에 SKT가 끼어든 구조라서 지상파 입장에서 자기가 성공한 걸 나눠먹기하는 플랫폼에 올려야 할 인센티브 자체가 없다. 게다가 웨이브는 신규 자금을 유치할 여력도 없는데다 주주 간의 협력이 부족하니 자연히 IPO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2019년 웨이브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2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총 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2024년 11월까지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만기 시 CB를 상환해야 한다. 웨이브의 실제 매출은 2019년 973억원, 2020년 1,082억원, 2021년 2,301억원으로 연평균 54.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6억원을 기록해 전년(558억원) 대비 2배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2,301억원에서 2,73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결국 웨이브의 기업공개는 대주주인 SK스퀘어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웨이브는 성장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2024년까지 웨이브가 필요한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면 SK스퀘어는 기업공개와 CB 상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2,000억원 이상의 현금 자산이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간단하다. 과연 코코아가 2,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티빙의 불안한 투자 계획

CJ ENM은 통신사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CJ ENM과 KT는 빠르게 성장하는 OTT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연간 1조 원 규모의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속셈이었다. 티빙은 2023년까지 연간 1조원을 투자해 OTT 플랫폼 티빙을 국내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2022년에만 8,6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정작 본사는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해 2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등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티빙에 자금을 조달할 때도 까다로운 조건에 부딪혔다. 일례로 사모펀드인 JCGI는 자사 펀드인 ‘미디어 그로쓰 캐피탈 1호’를 통해 티빙에 2,500억원을 투자했지만 풋백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티빙 인수 당시 티빙의 주주 중 한 곳은 사모펀드인 JCGI가 만든 ‘미디어그로쓰캐피탈1호’였다. JCGI는 티빙에 2,500억원을 투자하면서 풋백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풋백옵션은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저조할 경우 JCGI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CJ ENM에 되팔 수 있는 옵션으로, 재무적 투자자에게 엑시트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풋백옵션은 투자자에게는 안전망으로 볼 수 있지만, 풋백옵션을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한다. 풋백옵션의 위험성은 2006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그룹은 외부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차입을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고, 대우건설 주가가 미리 정해진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특정 가격에 지분을 금호그룹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에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대우건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호산업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재매입해야 했다. 결국 금호산업은 창업주가 설립한 버스 운송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티빙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762억원) 대비 56% 증가한 1,1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75억원으로 전년(1,315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당기순손실은 1,248억원으로 전년(595억원)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티빙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전년 11월 434만 9천 명에서 올해 2월 474만 6천 명으로 증가했다. 사용자 증가와 함께 매출도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도 확대되었다. 2020년 CJ ENM에서 분사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첫해 61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3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티빙이 국내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결정적 계기는 KT 시즌(Seezn)과의 합병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률 비용과 실사 비용으로 7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티빙의 지분 48.9%를 보유한 CJ ENM의 손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CJ ENM의 구조조정은 티빙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티빙 관계자는 “아직 인사나 조직 개편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한폭탄의 꼭지는 불타는 중

결론적으로, 국내 3대 OTT 플랫폼은 자금이 부족하거나, 자금 부족의 위험에 직면해 있거나, 의심스러운 약관에 따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현재 토종 OTT의 실상이다. 이들이 도박과 같은 고위험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금융권에서는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송 3사와 통신사는 시한폭탄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얼마 남지도 않았다. 1년 반 뒤인 2024년 11월이 결정적인 시한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지상파와 거대 통신사 KT의 웨이브도 2022년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성장이 둔화되었으며 넷플릭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기만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펀딩은 풋백으로 받은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어떨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를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평균 2.2배에서 2.4배의 투자 회수율을 달성했다. 대박난 특정 작품이 아니라 평균 회수율이 이 정도다. 이제 넷플릭스는 자금 조달은 문제도 아니고, 사업 확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데이터다. 국내 3사와 노는 물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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