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누누티비는 0원 내는 망 사용료①

망 사용료 분쟁, SKB ‘넷플릭스가 쓰는 회선 비용 감정평가 받자’ 넷플릭스, 망 접속비는 자국 지불, 망 이용료는 소비자 부담 정작 누누티비는 망 사용료 0원, 합리적 가격 찾기 쉽지 않아

지난달 29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재판이 열렸다. 2023년 첫 재판이다. 쟁점은 두 기업의 그간 무정산 합의 여부가 있었느냐와 합의와 별개로 망 사용료가 실제로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감정 평가를 받아보자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7차 변론에 이어 이번 8차 변론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은 양측이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으나, SK브로드밴드가 새로운 안을 들고 나온 셈이다. 지난해 끝난 1심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약 272억원으로 자체 추산한 바 있다.

그렉 피터스(Greg Peters)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2023년 2월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장/사진=넷플릭스

망 사용료 분쟁과 망 중립성

지난 2016년부터 국내에서 유튜브 및 OTT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네트워크 통신사들도 기존 통신 물량을 부담하는데 한계가 있어 회선 증폭을 이어 나갔다. 당연히 설비 비용이 추가로 들었고, 통신사들은 원인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인만큼 추가 비용을 구글, 넷플릭스 등에 부과해야한다는 논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스트리밍 업체들은 이미 본사가 있는 자국에서 망 접속비를 낸데다, 망 이용료는 통신 서비스를 구입하는 이용자들로부터 받아야지, 스트리밍 업체에서 받을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자국에서 망 접속비를 내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또 지불해야한다면 ‘이중 과금’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같은 논리라면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은 모든 나라에 다 ‘망 접속비’를 따로 지불해야한다. 전 세계 인터넷 망을 파편화 한다는 논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그간 망 중립성을 이유로 스트리밍 업체들이 사실상 무임승차를 해 왔다고 주장한다. 모든 서비스와 사용자가 동등한 권한을 갖고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의 논리는 맞지만,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국내 트래픽의 27%, OTT업체인 넷플릭스가 8% (이상 2021년 기준) 합계 35%에 해당하는 트래픽을 두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두 업체가 망 중립성을 해치고 있었다는 주장을 편다.

망 중립성을 악용하는 OTT업체들?

온라인에서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던 버거킹 주문을 이용한 망 중립성 설명에 대한 통신사들의 반박에서도 문제의 원인이 드러난다. 해당 영상에서는 망 중립성이 깨질 경우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한 사용자가 더 빠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을 버거킹 주문 속도를 통해 표현했다. 그러나 통신사 측에서는 버거킹 주문을 한 명이 수백 개를 하는 동안 다른 소비자가 1개의 버거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스트리밍 업체들이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짊어지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강남 일대의 한 IT스타트업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LG유플러스의 고정IP 서비스를 이용해 직접 서버를 돌리는 중에 인근 지역의 사용자가 과다하게 트래픽을 이용하면 자체 서버의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지역 전체를 묶어 하나의 밴드로 운영하는 것이 통신사들의 통례인만큼, 사용자 중 한 명이 과다한 트래픽을 독점하면 다른 사용자는 느린 서비스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법원이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넷플릭스는 캐시 서버(Cache server)를 이용해 한국 통신사들(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에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만큼 망 사용료를 추가로 낼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댄다.

결국 비용 문제, 감정 평가액을 먼저 확인하자는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캐시 서버가 일본에 있어 사용자들에게 화질이 깨져 나오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점, 일본에서 한국으로 트래픽이 넘어오면서 여전히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한국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는 비용이 구글과 넷플릭스의 고민 사항인만큼, 이번 기회에 망 사용료에 대한 적절한 감정 평가를 받아보자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감정 평가액을 보고 국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는 타협안을 고를 수 있도록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구글과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각각 27.1%, 7.2%에 달한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2.1%, 1.2%에 불과하다. 변상규 호서대(문화영상학) 교수에 따르면 국내 IT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에 비춰 넷플릭스가 지불해야할 망 사용료는 SK브로드밴드에만 1년간 최대 1,465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2021년 한국 매출액은 약 6,137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액의 약 23%에 달하는 금액을 망 사용료로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작 누누티비는 0원 내는 망 사용료

업계에서는 ISP와 스트리밍 업체들간의 분쟁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양측 중 어느 쪽이 법정에서 이기더라도 통신 요금이 인상되거나 OTT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한 사용자는 “정작 누누티비는 망 사용료를 한 푼도 안 내는데, 그럼 다들 누누티비만 보면 되지 않나”는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통신사 관계자는 “서버가 있다는 산토 도밍고에서 어떤 방식으로건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주요 트래픽은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설비 비용은 한국에서 일괄 다 지불하고 망 접속료라는 명목으로 해외 ISP 업체에 약간의 비용만 지불해도 되는 구조가 계속되면 스트리밍 업체들이 너도나도 해외 서버만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해외에 서버를 두더라도 국내에 캐시 서버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작업 없이는 한국에서 대용량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다는 인식이 안착되어야 ISP 업체들도 생존이 가능하다”며 “ISP들도 설비를 무한정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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