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이야기” 아이유가 ‘드림’ [인터뷰]

영화 ‘드림’ 아이유 인터뷰 “관객들이 희망과 깊은 울림을 느꼈으면 좋겠다” “일은 나의 원동력.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밝은 역할에 대한 갈증 풀렸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 맡길 갈망한다”

단단한 내면으로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배우, 아이유가 첫 크랭크인 장편 영화 <드림>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드림>은 축구 생활 위기에 놓인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와 열정 없는 현실파 PD가 만나 집 없는 오합지졸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가 주연을 맡았고,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 역대 관객 수 2위와 국내 매출액 1위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트린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극중 아이유는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방송국 PD 소민 역을 맡았다. 소민은 인생 반전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일에 대한 열정은 딱 최저시급에 맞추는, 솔직하고 대담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영화 <브로커> 등에서 비교적 ‘사연 많은 캐릭터’를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 아이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연 없는 캐릭터’에 도전해 밝고 경쾌한 모습을 선보인다.

<드림>은 아이유의 첫 장편 영화다. 팬데믹으로 개봉이 연기되어 전작 <브로커>보다 늦게 관객들과 만나게 됐지만 대본을 처음 받았던 건 4년 전이다. 아이유는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당시 어둡고 많은 사연만 계속 해서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또 <드림> 출연을 확정하면 첫 장편영화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여러 선배님들과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이 좋았다. 첫 영화인데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보고 배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본의 재미도 한몫했다. 아이유는 “시나리오가 빠르게 후루룩 읽혔다. 글 자체로도 이병헌 감독님이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고, 소민 역할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다. 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취지가 너무 좋았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그간 보여준 캐릭터와 결이 다른 캐릭터에 도전한 것에 대해선 “오랜만에 밝고 심플한 인물로 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다 보니 한동안 슬픔을 가진 역할들을 많이 맡았다. <드림>의 소민이는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다. 환기가 많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을 재밌게 봐주신다면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서 밝고 일상적인 캐릭터 제안이 들어와도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드림>을 통해 사연 없는 캐릭터를 원했지만 전작의 영향으로 캐릭터에 전사를 만들기도 했다고. 아이유는 “막상 사연이 없는 캐릭터를 맡게 되니 내가 스스로 사연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며 “소민이는 열정이 없다는 걸 드러내는 인물이다. 소민 역할을 보고 예전에는 오히려 열정이 가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 후반에 홈리스 월드컵팀과 지내면서 점점 소민이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씨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사회 초년생 때 상처 입고 일부러 열정 없이 지내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캐릭터와 첫 장편 영화 촬영 현장. 아이유에게 <드림> 촬영은 어려운 것투성이였다. 소민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이 감독에게 많은 디렉팅을 받았다는 그는 “극초반에 홍대와 소민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리딩 때와 다르게 말을 2.5배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또 말을 하면서 몸동작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구현하기 위해 생각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요구하는 소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유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소민이의 목소리와 표정이 확실하게 있어서 감독님의 의견을 많이 따랐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좋았다. 감독님 자체가 캐릭터 연구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였다. 여러 테이크를 찍으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도 했고,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방송국 PD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다고. 자잘한 소품이나 의상 콘셉트도 직접 상의하며 디테일을 만들었다는 아이유는 “야와 버라이어티에 출연했을 때의 경험을 되살렸다. 당시 현장 스텝분들이 입던 옷과 소품 등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일상적인 캐릭터라 메이크업도 바꾸지 않았고, 땀을 흘릴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 메이크업을 안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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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은 대부분의 촬영이 한여름의 폭염 속, 야외 축구장에서 진행됐다. “배우와 스텝 모두 더위에 지쳐 있었다”고 밝힌 아이유는 “홍대와 말싸움하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더위를 먹었다. 그때 감독님이 원하신 소민이 눈에 영혼이 없고 입만 웃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더위를 먹은 게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영화에서 아이유는 박서준과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박서준에 대해 “처음으로 함께하는 작업이어서 기대가 컸다. 이야기를 많이 나눠 본 적이 없어서 첫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박서준씨가 워낙 유연한 배우이고 순발력도 좋아서 너무 편했다”고 말하며 “오히려 살짝 긴장감이 있는 관계라 촬영할 때 좋았다. 소민이와 홍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은데, 그런 관계를 표현할 때 약간의 긴장감이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촬영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박서준씨와 함께 촬영하는 분량이 초반에 많이 끝났다. 그리고 박서준씨가 몸을 쓰는 장면이 많다 보니 연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담을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다. 또 친해질 만하면 코로나19로 촬영이 중단됐고 또다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 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돼서 개인적으로 많이 못 친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촬영 기간 내내 박서준이라는 배우에 대해 감탄했다고. 아이유는 “박서준이라는 배우에게 많이 놀랐다. 작품 이전에도 박서준씨의 작품을 많이 봤고, 응원했지만 함께 촬영을 하면서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함께 촬영한 다른 배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이렇게 길게 촬영해 본 작품이 없었는데, 다들 너무 착한 분들이라 촬영 내내 즐거웠다. 송구스러울 정도로 선배님들이 많이 배려해 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영화 촬영이 처음이라 현장에 대해 잘 몰랐는데, 너무 친절하게 해주셨다. 첫 현장이 행운 같은 곳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에 대해 아이유는 “<드림>이 가진 메시지”를 꼽았다. 그는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많지만 작품의 주제 의식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낀다. 특히 마지막에 실제 홈리스 월드컵 축구단 선수들과 감독님의 사진을 보는데,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메시지가 관객분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좋겠고, 혹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뒤처지거나 지친다는 느낌을 받고 계신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요즘 인생에서 빠르고 느리고는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속도에 대한 강박이 있다. 정해 놓은 기준치도 너무 높다.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솔로 여가수부터 배우까지. 아이유의 원동력은 ‘일’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실망할 때도, 좌절할 때도 있지만 프로젝트 하나를 끝냈을 때 받는 응원과 반응은 너무나 달콤하다. 이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동력이고, 일할 때 제일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바쁜 일정에 슬럼프나 번아웃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아이유는 누구보다 단단한 내면을 지녔다. 그는 “슬럼프나 번아웃이 왔을 때 오래 메여 있지 않는다. ‘열정 리스’가 되는 순간에는 예전에 써놨던 일기나 메모를 보면서 빨리 빠져나오려고 한다. 나쁜 기분이 든, 좋은 기분이 든 한 감정을 오래 곱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빠르게 기본값으로 돌아가 평정을 찾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국민 여동생’에서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아이유는 가수로서,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갈망한다. 쏟아지는 대중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아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이의 기대나 책임감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듯 나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지만, 30대가 되다 보니 20대 때의 열정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조금 있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못해본 역할이 너무 많다. 그중 악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 많은 작품에서 착하지 않은 인물들도 마지막에 가서 착해지는데 그런 역할 말고 사랑을 하는 주체가 나쁜 인물이거나, 혹은 적당히 사랑하던 남녀가 각자를 위해 배신을 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줄줄이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부진 속 <드림>은 한국 영화계를 되살릴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나를 아낄 필요가 없지 않나.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 재밌게 봤으니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고, 이 감독님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현재 차기작 <폭싹 속았수다> 촬영에 한창이다. 새 작품을 선택할 때 <드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밝은 캐릭터의 매력을 이번 영화를 통해 크게 느꼈다.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많이 웃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재밌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맡은 역할도 밝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드림>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이유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앞으로 점차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큰 계획이나 목표는 없지만 앞으로는 스스로를 많이 몰아붙이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살고 싶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충실하게 보내다 보면 나중에 ‘잘 걸어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드림>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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