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SNS ‘자살유발정보’ 급증 “충동적 선택 부추긴다”

OTT-SNS ‘자살 유발 정보’ 증가 SNS 자살 중계-OTT 자살 장면 묘사, 부정적 영향 SNS 모니터링과 OTT 장면 고민 필요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및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자살유해정보가 급증했다. 1020 세대가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퍼지면서 실제로 부정적 영향력이 발산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21일 열린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특위위원장 한지아, 이하 특위) 제9차 회의에서 자살 관련 콘텐츠에 대한 쟁점 및 개선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OTT, SNS, 유튜브, 숏폼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기준 강화 ▲영상물 등급분류 기준에 ‘자살·자해‘를 별도 분류하여 관리 강화 ▲인터넷 콘텐츠상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의 심의·차단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의 도입 ▲AI 봇 개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 도입 필요성이 강조됐다.

또한, 일부 자살사별자모임 및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한지아 특위 위원장은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매년 1만 3,000명을 살릴 수 있고 우리 가족 및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2021년 OECD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23.6명으로 2020년 기준 OECD 국가 중 1위다.(OECD Health data) 국내 자살유발정보 신고 건수(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는 2019년 3만 2,000건, 2020년 9만건, 2021년 14만 2,000건으로 매년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80% 이상이 SNS를 통해 유통됐다.

자살유발정보는 △자살동반자 모집정보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와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 △자살위해물건의 판매 또는 활용에 대한 정보 △그밖에 1~4에 준하는 정보로서 명백히 자살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 등을 말한다.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진=보건복지부

그 중심에는 SNS와 OTT 등의 플랫폼이 존재한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SNS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틀 후인 18일에는 또 다른 10대 학생이 강남 학교에서 동급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후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자살 과정의 실시간 SNS 방송 및 학교 폭력, 전세 사기 피해자의 자살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심각성이 대두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건수는 2021년 713건에서 지난해 1,046건으로 46.7% 급증했다. 과거 신문, 방송에 국한되던 정보의 창구가 OTT,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대되면서 정보 확산 속도와 양이 늘어났고, 각 플랫폼 이용자가 마주하는 관련 정보도 많아진 것이다.

국내외 OTT가 지난 3년간(영상물등급위원회, 2020~22년) 제공한 콘텐츠의 21%(8,365편 중 1,763편)가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불’ 등급 3건 중 2건은 넷플릭스 작품이다. 전체 콘텐츠의 64.9%에 달한다. 이어 디즈니+ 195편, 티빙 147편, 웨이브 126편, 쿠팡플레이 57편, 왓챠 50편, 애플TV+ 43편 순이다.

영상물 등급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등 여러 기준에 의해 나뉘지만, 청불 등급은 높은 확률로 살인과 자살 등 자연사 외의 죽음을 담고 있다.  OTT 콘텐츠의 경우 TV 채널(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보다 비교적 표현의 제약이 적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이 많다. 올 상반기를 휩쓴 넷플릭스 시리즈 메가 히트작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에 의한 10대의 자살시도를 그렸다. <돼지의 왕>은 동반 자살, 디즈니+ <3인칭 복수>는 추락사, 왓챠 <미드나잇 호러 : 6개의 밤>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편에서는 자살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담았다.

모든 작품이 자살을 부추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복수의 드라마 및 영화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 인물의 마지막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그린다면 대중은 무의식중에 이를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인식할 위험이 크다. 특히 영상 매체의 경우 누군가의 사후를 화면, 음악 효과 등으로 포장하여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아름다운 죽음으로 표현될 우려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불법 유통 채널을 통해 공개되며 10대 아이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OTT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연령등급을 분류하여 서비스하는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2021년 조사한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의 결과를 살펴보면, 주1회 OTT 영상을 통해 자살 장면 모니터링을 한 49명 모두 ‘자살 장면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살 충동 등 부정적 영향력을 끼친다(100%)고 생각했다.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감정 이입, 자살 과정을 시각적으로 안내, 자극적 장면연출에 우울감 부정적 감정 발생 등을 꼽았다. 이들이 선택한 ‘가장 기억에 남는 자살 장면’을 살펴보면 자극적 연출, 자살 미화 및 문제 해결 수단으로 묘사, 자살 희화, 구체적 묘사, 어린아이 또는 청소년 장면 등이다. 그 중 37%(18명)가 ‘자살 장면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했고, 63%(31명)는 ‘창작의 영역을 존중하나 묘사 방법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OTT, SNS 등에 퍼진 자살유발정보와 동반되는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취약한 익명의 커뮤니티, SNS 등에 대한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청소년 자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살과 관련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가시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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