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女 직업적 소명 담고 싶었다” 정효민PD의 사견 ‘성+인물’ [빅데이터 LAB]

넷플릭스 예능 또 논란, ‘성+인물: 일본편’ AV 미화+찬양, 저속함에 부정여론 상승 책임회피 정효민 PD, 신동엽에는 사과

사진=넷플릭스

“AV(Adult Video, 성인 비디오)는 일본에서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주류다. 1조원에 가까운 시장으로 편의점 산업 규모와 맞먹는다. 어떤 산업이든 명과 암은 있고, 성인 산업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부 암 때문에 다루지 못할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연출 정효민 PD가 부정적 여론에 답했다. 지난 4월 25일 공개된 <성+인물:일본편>은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종사자를 조명하는 토크 예능이다. 진행자로 나선 신동엽과 성시경은 일본에 방문해 성인문화를 탐구했다. 두 사람은 성 문화 탐방 목적으로 성인 VR방, 성인용품 회사 등을 찾아가 직접 체험했고, 인물 탐구 명목으로 AV 여성들, 1위 호스트 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6부작 중 두 번째 에피소드 ‘AV 여배우 3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AV 여성들을 만난 신동엽은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 여성들에게 섹드립(성적 농담)을 하면 좋아했다. 일본에 비하면 수위가 낮다고 하더라”면서 스스로 벽을 낮추고 일본을 ‘성(性)의 나라’로 규정했다. 전체적으로 AV를 미화하는 과오도 범했다. 우선 AV, 흔히 말하는 섹스 비디오(Sex Video) ‘야동'(야한 동영상) 출연 여성을 ‘AV 여배우’라 포장하고, 그들의 입을 빌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충족시켜 주는 직업이다. 성별을 떠나 판타지를 전달하는 일이며,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신동엽은 “오기 전에 자료(AV)를 봤는데, 연기를 잘해서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AV 여성들은 “쌌냐? 나왔냐?”며 19금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고, 오히려 두 MC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쳐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만들었다. 칭찬거리를 찾던 성시경은 “일본 AV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며 띄워줬다. AV 여성은 “일본에는 대형 AV 기획사가 있다. 하루 평균 5명이 오디션을 본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치 많은 여성들이 해당 직업을 원하고, 되기 쉽지 않은 것처럼 표현했다. 적게는 100편, 많게는 1,000편 이상의 성인 비디오에 출연한 이들은 “마음에 드는 명품을 살 수 있다. 포르쉐를 살 수 있다”며 연봉을 자랑했다.

공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산 <성+인물: 일본편>은 AV 미화 및 저속함으로 논란이 됐다. 정확하게는 많은 여성들이 불쾌함을 드러냈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즐거워했다. 유튜브 공식 예고편의 댓글은 긍정적인 반면 여성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그 여파로 신동엽은 일주일간 출연 중인 <동물농장> <놀라운 토요일> 등 프로그램 하차 요구에 시달렸다.

OTT 랭킹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가 「성인물」 및 「신동엽」 「성시경」을 키워드로 위클리 여론 분석(조사기간 4월 25일~5월 2일)을 진행한 결과(①) ‘신동엽 동물농장 하차’ 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의 책임이 그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일본편’ 에피소드가 ‘한국’에서는 ‘불법’인 AV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페미(들)’ 키워드는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 호불호 평가가 젠더 갈등을 야기했음을 나타냈다.

키워드 네트워크(②③④)를 살펴보면 ‘프로그램’ 자체는 물론 ‘신동엽’의 출연을 문제시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국’에서는 ‘불법’인 ‘성인 산업’ 언급에 대한 불편함은 여성 시청자 위주로 형성됐고, ‘동물농장 하차’ 요구로 이어졌다. 긍부정 비율(⑤)에서는 부정 여론이 75.1%를 차지하며 압도적 수치를 보였다. 부정적 여론에는 ‘AV 성착취 범죄’ ‘성매매 산업’ ‘N번방’ ‘피해자’ 등의 키워드가 발견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정효민 PD는 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하차 요구’에 시달리는 신동엽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을 뿐이다. 정작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성 문화 탐방’과 ‘1조원 규모’를 강조하며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을 ‘다양한 의견’ 정도로 치부했다.

AV 영상물은 일본에서는 제작, 유통이 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이런 소재를 다룬 정 PD는 “우리나라도 개인이 보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V 제작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다. 일본 성 문화를 다루며 ‘AV를 꼭 피해 가야 할까‘ 머리를 맞대고 생각할 때, ‘성인 엔터 산업 종사자들 얘기를 듣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사견을 드러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AV 산업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보다 AV 여성들의 소신과 직업적 소명에 포인트를 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AV 여성인 미나미는 “18살에 스카우트 된 후 1년간 AV 제안을 받았다. 당연히 거절했고, 생각도 없었지만 끈질긴 제안에 수락했다. 첫 촬영 때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해서 울었다. 부모에게는 비밀로 했는데, 절친이 부모에게 알려서 들켰다”고 말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AV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실을 밝혔지만, 방송은 이를 대단히 가볍게 지나쳤다.

사진=넷플릭스

AV 업계의 성 착취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AV는 나의 기록, 나를 낳아준 부모” 따위의 정신나간 미화가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도 조사하며 확인했다는 정 PD는 “AV는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주류이며, 1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명과 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성인물 산업에서, 일부의 어둠 때문에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가치판단을 벗어나 ‘소신 있게 AV 길을 걸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싶었다는 것.

정 PD는 성을 음주, 흡연에 비교하며 “문화적 스탠더드를 어디로 잡느냐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각 나라의 음주 가능 연령 기준이 다르듯이 세계 속 한국의 좌표가 어디인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시청자 반응’을 살펴봤다는 그는 “다양한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부는 낯설게, 누군가는 익숙하게 받아들이더라. 그런 차이를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AV가 범죄율을 낮춘다”의 AV 여성들의 충격 발언에 대해 정 PD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지만, 이들의 의견일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해당 발언에 대한 통계나 진실여부가) 정확한 건 아니다. 하지만 미화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완성본을 만들어 내는 연출자가 제 손으로 편집하지 않은 멘트의 책임을 출연자에게 돌렸다. 시청자들의 비판과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이 상황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한 감탄’으로 포장하며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의견차”라는 말로 한발 물러섰다.

AV에 맞춰진 초점에 아쉬움을 드러낸 정 PD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만큼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능에 이 정도 관심을 가지면 교양, 시사로 관심이 이어진다. 예능의 참 기능이다. 앞으로 다양한 반론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효민 PD는 영리하게 일본편 논란을 대만편 홍보로 이어갔다. AV를 다룬 일본편과 다르게 대만편에서는 성적 소수자(LGBT)를 소재로 했다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는 “삶의 방식,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편 논란으로 대만편 편집이 바뀌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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