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2위까지 올라선 쿠팡플레이, ‘골키퍼’ 없는 스포츠 중계 질주
매섭게 성장하는 쿠팡플레이 MAU, 티빙 바짝 쫓으며 ‘국내 2위’ 등극 가라앉는 국내 OTT 시장에서 나 홀로 성장세, 비결은 다름아닌 ‘스포츠’ 단독 중계부터 티켓 판매까지, 충성 고객 유치하며 시장 영향력 급증
쿠팡플레이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사용자 수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는 주요 국내 OTT 앱 월간 신규 설치 건수를 조사한 결과, 쿠팡플레이가 지난달 기준 45만4,163건의 설치 건수를 기록하며 티빙(38만3,660건)과 웨이브(20만1,366건)를 제쳤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OTT 시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쿠팡플레이의 비결은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독점 콘텐츠’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며 축구를 비롯한 해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독점 중계권을 줄줄이 따내며 ‘스포츠 팬덤’의 수요를 확실히 잡은 것이다.
OTT 시장 ‘독주’, 비결은 축구?
올해 들어 쿠팡플레이 월간 신규 설치 건수는 △1월 54만5,137건 △2월 41만8,418건 △3월 41만8,229건 △4월 48만8,593건 △5월 45만4,163건 등 40~50만 건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티빙·웨이브의 신규 설치 건수가 10만~30만 건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주요 국내 OTT 앱 월간 사용자 수(MAU) 추이 역시 매섭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쿠팡플레이의 MAU는 431만4,098명으로, 티빙(514만7,273명)에 이어 국내 시장 2위를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는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높은 신규 설치 수를 유지하며 가파른 사용자 수 증가 추세를 보인다”며 “곧 1위 자리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OTT 시장 전반이 침체하는 가운데, 쿠팡플레이의 ‘독주’ 비결은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쿠팡플레이의 ‘독점 콘텐츠’가 이용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5일 론칭한 ‘쿠플클럽’이 대표적인 예다. ‘쿠플클럽’은 기존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쿠팡플레이의 리워드 프로그램으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존 윅4>를 OTT 최초로 무료 공개하며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쿠플클럽은 <존 윅4>에 이어 A매치 친선경기(국가대표팀 vs. 페루, 엘살바도르),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참여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 관람,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 방청 기회 등을 독점 제공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것은 해외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 관람 및 중계권이다.
13일 쿠팡플레이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대진과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7월 27일에는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30일에는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맞대결을 펼친다. 두 경기 모두 쿠팡 와우회원만 예매가 가능하며, 티켓은 쿠팡플레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팬덤이 탄탄한 해외 스포츠, 특히 해외 축구 경기의 티켓 판매권과 중계권을 독점하며 팬덤층을 끌어모은 것이다.
가격 올려도 ‘그냥 볼게요’
스포츠 콘텐츠로 유입된 고객층은 쿠팡의 든든한 ‘충성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쿠팡은 쿠팡플레이 이용권이 포함된 ‘와우 멤버십’ 회원비를 기존 2,990원에서 4,9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인상률로 보면 자그마치 72%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회원비 인상으로 인해 기존 멤버십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모두 기우였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멤버십 회원 이탈이 예상보다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오히려 요금을 인상한 지난해 6월에 수만 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팡플레이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함께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 티켓 단독 판매·단독 중계권을 따내고, 이를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만 제공하면서다.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인기 팀으로, 당시 경기 티켓 구입을 위해서만 수십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스포츠 콘텐츠는 타 OTT 서비스와 쿠팡플레이의 핵심적인 차별점으로 꼽힌다. OTT 플랫폼 입장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각 종목의 고정팬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미끼’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유입보다 스포츠 콘텐츠가 가지는 ‘락인 효과’다.
해외 스포츠 수요 흡수·고객층 유지까지
락인 효과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기존 서비스에 머무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스포츠 경기는 여타 OTT가 힘을 쏟는 드라마 대비 락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특징이 있다. 드라마는 시나리오, 출연진 등 소비자의 ‘호불호’를 타는 장르다. 종영까지는 길어야 몇 개월이고, 시청하던 드라마가 끝나면 구독을 해지하는 시청자도 많다.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미끼 상품인 셈이다.
반면 스포츠 중계는 호불호가 적고, 해당 종목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꾸준히 시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 개월간 진행되는 프로리그, 약 1년 가까이 진행되는 시즌제 스포츠 경기 등은 해당 종목에 관심이 있는 스포츠 팬 시청자를 계속해서 ‘락인’하는 효과가 있다. 가입자 유치와 구독 유지에 수익성이 달려 있는 구독형 OTT 플랫폼에 이 같은 락인 효과는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한다.
김민재, 이강인 등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글로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해외 축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라는 OTT 시장 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 성공, 어느덧 국내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토종 OTT 기업의 ‘좋은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