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다이어트’ 나선 소비자들, ‘구독 불경기’ 속 OTT가 살아남기 위해선

OTT 정기구독 해지 행렬, 이유는? ‘계정공유 금지’로 난관 넘으려는 넷플릭스, 하지만 ‘불법 행위’까지 자행하는 OTT들, 막상 처벌은 ‘쥐꼬리’

최근 OTT 플랫폼 등에 대한 정기구독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기구독 기간이 길어질수록 혜택이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며 생활비 부담이 커진 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짠테크’, ‘무지출’ 트렌드에 정기구독 서비스가 딱 걸린 것이다.

가성비 따지는 소비자들, ‘돈값’ 못하는 OTT들 ‘컷’

현재 운영되고 있는 OTT 플랫폼 수는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다.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 플레이, 티빙 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도 수 개에 달한다. 그러나 정기구독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플랫폼 수가 많은 만큼 콘텐츠는 더욱 분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눈길을 끌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지니 정기구독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소비자들은 이른바 ‘돈값’을 하지 못하면 과감히 지갑을 닫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구독경제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내는 돈 만큼 사업자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기구독은 일종한 지속적 거래다. 한 번 사고 물건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급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고물가·몰아보기 등이 구독 해지 주원인

구독 해지의 가장 큰 원인은 고물가다.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넷플릭스 등 주요 플랫폼 이용료까지 인상되니 ‘구독료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온라인콘텐츠이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01.82로, 전년 동월(100.37) 대비 1.4% 상승했다. 이 기간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기준 구독료를 17.2% ,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72%나 인상했다. OTT 소비자의 대부분이 사회초년생 2030세대임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에 따른 이탈률은 더욱 극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2분기 연속으로 OTT를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멤버십의 구독 해지 건수가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넷플릭스와 훌루, HBO 맥스 등 OTT 구독 취소가 2021년과 비교해 무려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78.5억 달러(+2.3% YoY), 영업이익 5.5억 달러(-13% YoY, OPM 7%)를 기록했다. 아직 적자 전환이 되진 않았으나 영업이익에 확실한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일명 ‘몰아보기’도 OTT 구독 해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언론정보학보에 따르면 고려대 미디어학과 이보미·김혜수 연구진은 ‘OTT 서비스의 이용자는 왜 구독을 해지하는가?’ 논문에서 “이용자의 몰아보기 행위가 시청할 만한 콘텐츠를 고갈시켜 구독을 계속할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편의 영상을 한꺼번에 몰아보기할수록 소비자는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더 빨리 시청하게 되고,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시청한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지불할 이유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해 구독을 해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랑은 암호를 공유하는 것’/사진=넷플릭스 트위터 캡

돌파구 찾기 시작한 OTT 플랫폼들

사정이 어렵다 보니 구독 서비스들도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금지 조치다. 당초 넷플릭스는 지난 17년 ‘사랑은 암호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트윗을 게시하며 계정공유를 오히려 독려한 바 있다. 그러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구독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점차 줄어들자 말 바꾸기에 나섰다. 현재 미국에선 계정공유 금지가 성공적으로 안착됐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 계정공유 이용자가 특히 많은 만큼 반발 여론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고 OTT 등 구독 서비스 플랫폼은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만 수익을 이유로 ‘불법 행위’를 행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일부 OTT 사업자들은 구독 취소를 어렵게 함으로써 이탈자를 방지하고자 했다. 이들 사업자는 법에 명시된 방식과 다르게 불리한 소비자 청약철회 조건을 정해 안내하고 가입 시엔 온라인으로 쉽게 이용 가능토록 하면서 계약 해지는 온라인으로 할 수 없게 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했다.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 대한 처벌은 1,950만원가량의 과태료 처분에서 그쳤다. OTT 업체들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한들 이들이 거두는 수익은 우리나라에서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처분받은 과태료는 사실상 ‘쥐꼬리’에조차 밀리는 수준이다. OTT 사업자와 정부 모두 각성해야 할 때다. 구독 서비스가 분수령을 맞기 위해선 그 발판에 ‘공정함’이 있어야 한다. 공정함을 잃은 서비스는 소비자의 신임마저 잃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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