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비디오북? 미디어 환경의 ‘개인화’ 가져온 OTT

10명 중 8명 “집에서 TV 볼 일 더 줄어들 것” 응답자 87.7%, “이제 ‘방송사’보다 ‘콘텐츠’ 자체가 더 중요한 시대”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자유

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실시한 ‘2023년 OTT 서비스 이용 패턴 조사’ 결과, OTT의 공세에 밀려 텔레비전 시청률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OTT 영역을 지배하다

‘2023년 OTT 서비스 이용 패턴 조사’ 중 OTT 서비스 이용 경험 항목에서 넷플릭스는 전년 79.6%에서 83.4%로 늘어났다. OTT 영역에서 독보적인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사용자 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티빙은 44.7%에서 50.2%로 상승했고, 그 뒤를 쿠팡 플레이가 37.2%에서 45.5%로 상승하며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웨이브는 34.6%에서 36.7%로 2.1%포인트로 소폭 성장에 그쳤다.

응답자 통계를 살펴보면 특히 젊은 층에서 여러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대와 30대의 구독률은 각각 34.6%와 41.3%를 기록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을수록 OTT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OTT의 매력: 편리함과 다양성

OTT 서비스의 주요 장점으로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46.4%),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에 액세스할 수 있다는 유연성(31.3%),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26.9%)이 꼽혔다. 또한 응답자의 65.8%는 OTT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고 답했다. OTT가 TV등 올드미디어를 대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OTT 서비스가 몰아보기(71.8%)를 부추기고 온디맨드 콘텐츠 소비(75.6%)를 가능하게 한다고 밝힌 사용자도 다수였다.

OTT 서비스의 핵심 중 하나는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이다. 이는 사용자를 더 오래 묶어두는 전략으로, OTT 플랫폼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강조돼 왔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음 시청작을 선택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안면 인식을 통해 표정을 분석하고 이용자의 현재 감정 상태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별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구독 서비스가 그렇지 않은 구독 서비스에 비해 재등록 비율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개인화 큐레이션은 OTT 서비스 이용자가 기존의 유선방송 대신 OTT로 대체하는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 및 코드쉐이빙(유료방송 요금제 하향) 현상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OTT의 부상에 따른 TV의 쇠퇴

최근 들어 뉴미디어인 OTT의 부상과 함께 올드미디어인 TV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75.3%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TV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응답자의 61.0%가 지상파 및 케이블 TV가 불필요하다고 답해 2019년의 37.4%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점은 기존 업계에 충격을 안겨줄 만한 수치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86.2%가 앞으로 TV보다 디지털기기를 사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는 응답도 80.7%로 크게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TV에 친화적인 대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경우 TV 시청이 습관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굳이 시간 맞춰서 방송할 때 딱 TV 앞에 앉는 ‘하향식’이 아니라 내 의지에 따라가는 ‘상향식’ 구조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며 콘텐츠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설명했다. OTT는 소비 방식의 주권을 방송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넘겼고 이는 일종의 ‘비디오북’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매체를 능가하는 콘텐츠

한편 미디어 시청 방식이 변화됨에 따라 ‘콘텐츠’ 자체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응답자 대다수가 이제는 방송사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87.7%, 동의율)라고 평가했다.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유료 결제 의향을 밝힌 응답자도 61.7%로, 향상된 저작권 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TV 프로그램이 OTT 콘텐츠보다 재미없다고 인식하는 경향(71.7%, 동의율)이 강한 만큼 향후 미디어 시청 방식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OTT 서비스의 인기 요인으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거론된다. 전체 응답자 81.1%가 공중파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콘텐츠를 OTT에서 자주 보게 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0.3%가 OTT에서 다루는 콘텐츠가 지상파나 케이블TV에서 다루는 콘텐츠보다 더 리얼하고 현실감 있다는 데에 동의했으며, 고수위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59.6%)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OTT로 인해 미성년자들이 수위가 높은 콘텐츠에 쉽게 노출된다는 데에는 81.8%가 우려했다. 폭력성, 선정성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태도도 72.3%로 나타났다. 한편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일부러 소위 ‘힐링’이 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경우도 58.9%로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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