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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대출에서 지분 투자로’, 중국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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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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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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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w7011@giai.org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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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발 투자, ‘대출’에서 ‘지분 투자’로
미국 압박 피해 ‘개도국 영향력 강화’ 포석
구조적 변화 ‘대비 필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중국이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 and developing economies, EMDEs, 이하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방식을 융자에서 지분 투자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개발 금융 양상을 흔들고 있다. 작년의 경우 중국 은행들이 개도국에 제공한 장기 대출보다 중국 기업들의 주식 투자가 두 배 더 많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 BRI)의 자금 제공 방식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ChatGPT

중국, 개도국 자금 지원 ‘융자에서 투자로’

이는 결국 중국 정부가 기존 융자 방식보다 기업 지분 보유가 더 유연하고 전략적 영향력 행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중국 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이나 중국 수출입은행(Export-import Bank of China) 등 중국 정책은행들은 대규모 융자금을 개도국에 쏟아부었다. 2016~2019년 기간 해외 융자 규모는 2,700억 달러(약 369조원)에서 4,300억 달러(약 587조원)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융자금 규모는 성장이 멈춘 반면 해외 직접투자는 작년 1,630억 달러(약 223조원)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융자 규모 추이
주: 융자 규모 추이(좌측), 연도(X축), 점유율(좌측 Y축), 금액(우측 Y축, 십억 달러) / 중국 은행 지역별 점유율(우측), 지역별 지점 수(좌측 Y축, 점), 지역별 점유율(%)(우측 Y축, 막대그래프), 유럽·중동·아프리카, 역외 금융 센터, 선진국, 기타 개발도상국(좌측부터)

중국의 투자는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브라질의 전기차 생산공장, 인도네시아 니켈 가공 시설, 헝가리 배터리 제조 시설 등이 모두 중국 기업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정부 대상 융자 대신 해외 기업 및 생산 시설, 광산을 직접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압박 대비한 ‘안전장치’

원인을 분석하면 먼저 중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투자 수익률이 줄어든 점을 들 수 있다. 해외에서 더 나은 수익률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에는 지정학적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관세, 경제 제재, 수출 규제 등으로 압박하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의미가 크다.

중국이 글로벌 우위를 갖고 있는 배터리 및 태양광 생산 시설에 직접 투자하면 달러 자금 조달이나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서구 국가들의 제재 기간 중국 은행들의 융자 규모보다 중국 기업들의 지분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불안정하거나 적대적인 환경에서는 지분 투자가 전략적 이익 및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는 데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 대상과 ‘전략적 목표’는 유지

물론 그렇다고 재무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은 채무 불이행이라는 명확한 위험이 존재하지만, 지분 투자는 변동성, 규제 장벽, 노사분규 등 다양한 기업 운영상의 위험에 투자자를 노출시킨다.

또 중국의 은행 대출이 리스크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에 집중됐듯 지분 투자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면 중국의 기반 시설 융자는 줄어든 반면 광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부채로 상대국을 옭아맨다는 비난을 피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 은행 및 타국 은행 융자국 비교
주: 중국 은행 융자국(청색), 타국 은행 융자국(검정) / 원자재 수출 비중, 부패 지수, 국가 신용 등급, GDP 대비 국채 비율, 정부 수입 대비 국채 비용(좌측부터)

바뀐 게임의 법칙, “대비해야”

피투자국들로서는 게임의 규칙이 바뀐 셈이다. 한때 부채 구조조정과 씨름했던 정책당국은 이제 주주 간 계약과 이사회 규정을 살펴야 한다. 2023년에 케냐는 국영 5G 데이터 센터에 49%의 중국 지분 투자를 허용하면서 데이터 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거부권까지 부여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 기존 융자 방식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권리다.

따라서 개도국들로서는 새로운 자본 구조에 적응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주주 간 협상에는 배당금 정책이나 희석 방지권(anti-dilution rights, 회사가 이전 발행가보다 낮게 신주 발행 시 기존 주주의 소유 비율을 보호), 분쟁 해결 절차 등 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역량이 모자라면 전략적 자산과 정책 집행에 대한 자주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다자간 기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 간 보유 주식에 대한 평가 기능을 신설해 중국과의 주주 간 계약을 모니터링하고 피투자국이 경제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도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이 전환 주식(convertible shares), 공동 투자, 현지 통화 거래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융자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민간 지분 투자와 공적 보증을 결합하거나 무역 금융 방식의 변화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나 해저 케이블 등 디지털 인프라를 중국이 직접 보유하는 것은 경제 문제를 넘어선다. 이제 융자 조건이 아닌 데이터와 에너지, 전략 자산을 둘러싼 통제권 싸움이 됐다. 대외 문제에 관여하는 누구든 인수합병, 주주 간 역학 관계, 기업 지배구조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캐서린 카사노바(Catherine Casanova)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ese banks and their EMDE borrower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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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w7011@giai.org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