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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품목 30개, 5년새 가격 20% 이상 올라 "재택근무 할 땐 걱정 없었는데" 식비 부담에 짓눌리는 직장인들 편의점·구내식당 등에 식사 수요 몰려

최근 5년 사이 먹거리 물가가 대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외식 품목 대부분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상승) 현상이 눈에 띄게 심화하는 양상이다. 가중되는 식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직장인들은 '가성비' 식사를 위해 편의점, 구내식당 등을 찾고 있다.
외식 물가 뛰며 '런치플레이션' 심화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4.56(2020년=100)에 육박했다. 5년 사이 외식 물가가 약 25% 뛰어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6%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농축수산물(22%), 가공식품(24%)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39개 외식 품목 중에서 가장 급격한 가격 상승세를 보인 것은 김밥(38%)과 햄버거(37%)였다. 이 밖에도 떡볶이, 짜장면, 생선회, 도시락, 라면, 갈비탕 등 품목의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짬뽕, 돈가스, 칼국수, 비빔밥, 치킨, 설렁탕의 상승률도 30%에 달했다. 냉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등의 가격은 20% 이상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은 소주 등 4개뿐이다.
외식 물가가 급등한 주된 원인으로는 원재료비가 꼽힌다. 기후 변화로 인해 원재료 공급망의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가 오르며 외식업체의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0~2025년 사이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약 20% 상승했으며, 밀가루, 치즈, 설탕 등 가공식품 가격도 대폭 올랐다. 이 밖에도 배달 관련 비용, 임차료, 인건비 등도 외식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택근무 시대 저물며 직장인 부담 가중
런치플레이션을 체감하는 직장인들은 차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하나둘 사무실 복귀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재택근무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재택근무를 장려했던 쿠팡은 지난 4월부터 각 부서에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쿠팡 측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효율적인 공간 운영, 부서 간의 협업 등을 위해 주 3일 출근(주 2일 재택)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당 정책의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부터 원격근무제 운영을 중단했으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지난 2023년부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운영하던 우아한형제들도 오는 7월부터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일주일 중 이틀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근무 제도를 전환할 예정이다. 본사 사옥을 잠실로 옮기는 2028년부터는 주 3회로 사무실 출근 횟수가 늘어난다.
업종 특성상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던 IT업계에서도 사무실 복귀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주요 전자 기업 7개사의 원격근무제 사용자 수는 2022년 3만8,606명에서 지난해 2만2,494명으로 4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 회사의 직원 총수(기간제 포함)는 23만5,608명에서 24만1,146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제 사용 직원 비중은 16.3%에서 9.3%로 줄었다.

'가성비 식사' 인기
식비 부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증가하자, 식품·외식업계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가성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여타 외식업체 대비 접근성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강한 편의점이 소비자 수요를 매섭게 빨아들이는 추세다. GS25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동네GS(GS25의 모바일 앱)’ 내 도시락 예약 주문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CU의 초저가 자체 브랜드(PB)인 ‘득템 시리즈’의 매출도 전년 대비 116% 성장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의 인기 역시 치솟고 있다. 국내 주요 급식업체들의 실적이 줄줄이 개선될 정도다. CJ프레시웨이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3조2,248억원에 달했다. 지난 2023년 3조74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이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 중 단체급식 매출은 7,781억원, 식자재 유통 사업 매출은 2조3,931억원이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3조1,1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은 1,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급식 식수 증가 및 식자재 유통 물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것이 삼성웰스토리 측의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작년 매출 2조2,075억원, 영업이익 886억원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0%, 7.8% 증가한 수치다. 현대그린푸드는 “주력 사업인 단체 급식 사업의 호조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