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을 위한 배신=합리적 선택’ 거액 노리는 서바이벌 예능, 이대로 괜찮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이후 거액의 상금 건 서바이벌 잇따라 커지는 상금-자극적인 연출, 시청자는 불편함 호소 웨이브 ‘버튼게임’ 새로운 룰 제시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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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최근 OTT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눈에 띄게 증가한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게임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게임을 거치지만, 결국 그 끝엔 거액의 상금이 있다. 돈 앞에서 인간성을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려내는 데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정종연 PD의 신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정 PD가 <무한도전>의 성공 신화를 쓴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스튜디오 TEO로 이적한 후 첫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최대 5억원’이라는 막대한 상금이다. 넷플릭스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일반인을 모집 중이다.

티빙은 12월 <보물찾기>를 공개한다. ‘어드벤처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내세운 <보물찾기>는 어른들의 현실판 보물찾기를 담은 리얼리티 예능이다. 전국 곳곳에 지어진 세트장에서 방송인을 비롯해 크리에이터, 운동선수, 대학생 등 다양한 출연자가 강도 높은 심리전과 스릴 넘치는 승부를 펼친다. 이들이 찾는 보물은 5억원의 현금이다. 티빙은 “상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바이벌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열풍 이후 국내외 OTT 플랫폼들은 거액의 상금을 내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놨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정해진 공간과 시간에 참가자들을 몰아넣고 다양한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자극적인 연출을 위해 상금의 액수는 갈수록 커졌고, 일부 시청자는 “절실한 참가자들을 몰아넣고 그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입장이 된 것 같아서 불편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말처럼 실제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의 상금을 위해 타인의 기회를 빼앗는 것에 거침이 없고, 화합과 배신을 거듭한다. 주의할 점은 이들 OTT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대부분이 12세 또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는 배신 등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표현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진=웨이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웨이브는 인기 유튜버 겸 연출자 진용진과의 합작으로 <버튼게임>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11일 첫 선을 보인 <버튼게임>은 화합과 배신이 거듭되는 환경 속에서 단 하나의 버튼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9인의 참가자는 게임 시작에 앞서 1억원의 상금을 지급받은 후 게임에 임하고, 그 과정에서 상금이 모두 차감되면 탈락하는 시스템이다. 게임을 위해 총 9억원의 상금이 걸렸다. 웨이브는 “돈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시청을 당부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기 피해자부터 유명 게임 BJ,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 전직 아이돌 출신 등 실제 돈이 절실한 참가자들을 섭외해 눈길을 끌었다. 웨이브는 <버튼게임>이 올해 자사가 공개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절반가량이 2030 남성 시청자라고 밝혔다.

현재 <버튼게임>은 5회까지 방영됐고, 4회에서는 첫 탈락자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버튼게임>은 그동안의 서바이벌 게임과 다른 룰을 제시했다. 탈락자에게 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금을 나눠줄 수 있고, 그렇게 탈락자에게 모인 돈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엔 다시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것. 최대 9억원의 상금은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눠서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탈락자에게 자신의 돈을 선뜻 나눠 준 참가자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이들 두 명은 다른 참가자들도 자신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었지만, 아무도 자신의 상금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탈락자는 그대로 게임을 떠났다. 탈락자에게 자신의 상금을 나눠주지 않은 참가자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연기를 펼쳤다. 웨이브가 예고한 대로 ‘돈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거나 상금을 획득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의 선택으로 동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다수의 참가자가 믿음과 화합보다 배신을 택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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