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 합병 – 국내 OTT 시장 서바이벌의 서막?

CJ 티빙+KT 시즌 인수합병, 국내 공룡 OTT 탄생 OTT 생존경쟁 심화 “시너지 창출에 한계有”

사진=티빙, KT시즌

CJ ENM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이 KT OTT 플랫폼, 시즌(Seezn)을 흡수 합병한다. 국내 OTT 최대 규모 기업의 탄생이다.

CJ ENM은 올 3월 KT 스튜디오 지니에 1,000억원대 지분을 투자하며 9%의 지분을 확보하고 KT와 OTT 콘텐츠 분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어 KT는 이달 1일 KT의 5G 이동통신 이용자가 티빙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티빙+지니 초이스’ 혜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티빙의 기업가치가 약 2조 3,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가입자 규모 또한 6월 기준, 티빙 401만명과 시즌 157만명을 단순 합산할 경우 56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 시즌, 왓챠 등 국내외 주요 OTT 플랫폼 7개사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746만명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가 1,11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SKT가 지상파 3사와 연합해 만든 웨이브(423만명), 티빙(401만명), 쿠팡플레이(373만명), 디즈니+(168만명), 시즌(156만명), 왓챠(108만명) 순으로 따르고 있다. 현재 3·6위를 기록 중인 티빙과 시즌이 합병하면 단숨에 웨이브를 제치고 2위(557만명)로 올라서게 된다.

사진=스튜디오 드래곤(좌)-티빙, SKY TV-시즌-ENA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의 관계사로는 스튜디오 드래곤, CJ ENM 스튜디오스, 엔데버콘텐츠가 있으며 시즌의 모회사인 KT 스튜디오 지니의 관계사는 스카이 TV, 미디어 지니가 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유미의 세포들’, ‘술꾼 도시 여자들’, ‘환승 연애’가 있으며, 시즌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소년비행’, ‘대통령 정약용’이 있다. 콘텐츠 부문에서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CJ ENM은 8,600억원(티빙 2,000억) 이상, KT 스튜디오 지니는 4,000억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기획, 투자, 제작 능력을 입증받은 KT의 콘텐츠가 티빙에 제공될 경우, 콘텐츠 1위 사업자인 CJ 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의 콘텐츠가 KT의 1,300만 명 유료방송 가입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KT가 보유한 약 1,400만 명 스마트폰 가입자의 기본 앱으로 설치될 경우, 다양한 플랫폼 출현으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티빙 유료 가입자 유입 속도가 빨라져 하반기부터 다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 업계를 분석하는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KT가 이달부터 티빙을 선택할 수 있는 초이스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티빙은 국내 가입자 확보에 더욱 유리해졌으며, 국내 1위 사업자 위치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티빙은 LG유플러스 요금제에 티빙 이용권을 담은 신규 서비스도 내놓았다. OTT 플랫폼 이용자 상당수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시청하는 만큼, 통신사들과 협력 강화를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티빙과 LG유플러스의 협력 강화는 SK텔레콤과 웨이브 사이의 연결고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티빙과 KT · LG유플러스 연대, SK텔레콤과 웨이브 동맹 간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 단순 합계 3,155만 명의 OTT 플랫폼 이용권 예상 고객 수를 추산했을 때, SK텔레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은 “글로벌 OTT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국내 시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을 결정했다”라며 “이후 KT와 CJ ENM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 역량을 확보, 한국 전체의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티빙과 케이티 시즌의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NO.1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웨이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두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독하고 있는 중복가입자도 있을 것이고, 이동통신사 OTT 가입자엔 허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수 합계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라며 “현재 SKT의 웨이브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배 구조 때문인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같은 성향을 띠고 있는 여러 회사를 주주로 둔 티빙 역시 이러한 결함 탓에 합병의 파급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지금의 웨이브로 합병한 사례를 보면 티빙과 시즌이 합병한다고 해서 단숨에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옥수수의 가입자 수는 946만 명, 푹의 가입자 수는 370만 명으로 통합 가입자 수만 1,300만 명이 넘는 대형 플랫폼의 탄생이 점쳐졌지만, 정작 출범 이후 넷플릭스 가입자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티빙과 시즌의 합병이 국내 OTT 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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