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 구조조정 – 2.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계속되나?
OTT 생존 경쟁 공식 돈 잡아 먹는 오리지널 콘텐츠 생존과 성장의 기로, 수익성 확보가 우선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대흥행을 했던 2021년 하반기, 국내 언론은 K-콘텐츠의 파워를 강조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황동혁 감독과 무명 배우들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정작 이득을 본 곳은 따로 있었다. 넷플릭스는 2021년 3분기 내내 가입자가 438만 명이나 늘어났고, 전세계적으로 1억4,200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가입자 2억1,300만명중 3분의 2 이상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것이다. 덕분에 가입자는 3분기 438만 명을 넘어 4분기에는 월가 추정치 833만 명, 실제로는 850만 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가 늘었다. 그 전까지 넷플릭스에 최대 효자 드라마였던 영국의 <브리저튼>으로 늘어난 가입자가 1년 합계 200~300만 명 정도라는 분석에 비교해 볼 때, 몇 배의 이득을 본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 확보
초기 OTT 업체들은 저가로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포인트로 케이블 TV와 경쟁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최근 들어 “볼 게 없다”는 악평을 듣는 넷플릭스도, 2016-2017년 무렵의 OTT 플랫폼 성장 초기만해도 넷플릭스에 볼 영화, 드라마가 다 있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디즈니가 OTT 시장에 진입하고 <왕좌의 게임>으로 HBO 가입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OTT 플랫폼 전체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양상이 된다.
국내에서도 드라마 성공으로 TVN 등의 종편 방송국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사례가 있어, 국내 OTT업체들도 자금력이 확보된 2020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왓챠는 2020년말 360억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확보하면서 왓챠 2.0에 도전을 선언했는데, 영화 <언프레임드>, 예능 <더블 트러블>이 성공하면서 2022년에는 <좋좋소>, <시맨틱 에러>, <최종병기 앨리스> 등의 드라마와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를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된다.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티빙도 <유미의 세포들>, <해피니스>, <마우스> 등의 드라마를 TVN과 함께 방송하며 가입자를 유치했고, 2021년 들어서는 독점 공개 컨텐츠로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 등이 가입자 유치에 효자 노릇을 했다.
티빙에 따르면 2022년 들어서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2>가 전작에 이어 가입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임지연의 복귀작으로 논란이 있었던 <장미맨션>도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자금 경색에 따른 생존 경쟁 공식 변경
티빙이 시즌을 인수하기 전까지 국내 최다 가입자를 확보했던 웨이브는 합병 이전 옥수수(OKSUSU)와 푹(Pooq)의 전통에 따라 2017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었다. 단, 대부분은 방송3사 및 종편 방송을 통해 방송을 탄 드라마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SK그룹의 보수적인 전통에 영향을 받는 웨이브와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대단히 적극적이었던 티빙과 왓챠였으나 2022년들어 엔데믹으로 가입자 숫자가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을 잃은 점, 경기 침체에 따른 자본 시장 경색 등으로 말미암아 오리지널 콘텐츠에 계속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잃은 모습이다.
왓챠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왓챠 2.0’ 포기는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자금을 쏟아부을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왓챠가 가입자 추가 확보는 커녕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체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지금 매각을 추진할 것이냐, 2020년에 받은 투자금으로 버티기를 하다 2024년에 매각을 할 것이냐의 차이 밖에 남짓 않았다는 것이다.
생존이냐 성장이냐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속칭 ‘대박 드라마’가 나와도, 외부 유출, 불법 녹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OTT 업체들 입장에서, 투자금이 마른 상황에 오리지널 콘텐츠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현재 업계의 분위기이다.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해 세제 혜택을 최대 10%까지 약속하는 법안을 약속했으나, 업계 분위기는 냉담하다. 성장 동력을 상실한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을 놓고 고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마저 광고요금제를 비롯해 공격적인 투자보다 보수적인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고, 디즈니가 운영하는 ESPN+는 월간 6.99달러에서 9.99달러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기도 하다. 가입자를 좀 잃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하자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투자 시장의 침체기가 얼마나 길게 지속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2023년 하반기까지 OTT업계의 자금 사정이 계속 악화된 상태일 것이라는 부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업계의 성공 방정식이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 각 OTT 플랫폼들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