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절과의 전쟁 ① – 대장금 vs. 진수기
중국 또 표절, 韓 콘텐츠 생존 위협 글로벌 OTT 디즈니 측, 입장 회피 문화 뺏기 주의, 추정 손실액 1조원
한국 콘텐츠 시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국의 표절이 OT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디즈니+)에서 방영 중인 중국 드라마 <진수기>가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서비스되면서 논란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진수기>에서 한국의 삼겹살 구이와 상추쌈이 중국의 전통 음식인 것처럼 등장한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표절 의혹을 넘어서 중국 동북공정의 일부가 아니냐는 정치적인 비판과 한국 콘텐츠로 얻을 수 있었던 OTT 매출액의 감소분, 즉 기회비용의 손실을 지적했다.
<진수기>는 지난 4월 7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공개된 중국 드라마로,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춘 서민 출신의 한 여성이 우연히 황궁으로 들어간 뒤 생기는 성장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요리 솜씨로 황궁에서 인정받고 결국 태자와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줄거리와 매우 유사하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부끄러워서 한국에 공개하지 못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 구독을 취소해야겠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열풍이 일고 있어 표절한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즈니 측 “확인하기 어렵다”
<진수기>를 서비스 중인 디즈니플러스 측은 문제가 된 일부 장면에 대해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및 기사에 포함된 삼겹살 먹는 장면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부 누리꾼이 ‘<진수기>에 삼겹살을 구워 쌈 싸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고 주장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장면 캡처본이 퍼졌지만, 이는 다른 작품으로 확인됐다. 디즈니플러스에 따르면 해당 장면은 <진수기>에 나온 것이 아닌,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서 방영한 웹 드라마 ‘야불기적천세대인(惹不起的千岁大人)’의 6화에 등장했다.
다만 디즈니플러스 측은 <진수기>와 관련해 불거진 <대장금>과의 내용상의 유사성, 동북공정 논란 등과 관련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진수기>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방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공개 여부 및 일정은 각 나라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상이하다”며 입을 닫았다.
해당 의혹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서는 “일부 한국 젊은이들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기사는 “진수기에 나온 음식들은 다 중국 전통 음식이라 흠잡을 데가 없다”, “배우들은 한복이 아닌 명나라 옷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북공정에 이은 문화공정?
중국은 2001년 6월에 동북공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8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2월 18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했다. 공식적인 기간은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역사뿐 아니라 우리의 문화까지 자신들의 것으로 주장했다.
중국계 자본으로 투자되는 영화, 드라마 등 문화계 전반적으로 역사 왜곡이 이뤄지는 ‘문화공정’ 시비가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중국은 문화의 유사성을 이유로 적반하장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왜곡된 역사관을 담은 동북공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아가 문화공정까지 관심을 가져 우리의 역사를 지켜나가야 할 때다.
손해는 OTT 업체만
문화공정의 뒤에 남은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OTT 가입자를 확보하려던 플랫폼들의 손실 뿐이다. 본 지(紙)에서는 2021년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대성공 이후 이어진 중국의 유사 컨텐츠 제작 및 굿즈 판매, 가입자 손실 등으로 인한 손실이 최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우리 가요 업계의 표절도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최소한 역사를 왜곡하고 문화 침탈을 시도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표절은 이를 너머 정치적인 목적까지 지녔다”고 일침했다.
우리 정부가 대미·대중 외교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K-콘텐츠의 시장성과 국민의 문화적인 자존심을 잃는 것이 과연 옳은지 한번쯤 따져볼 만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