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PICK!]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영화로 만나보자 ‘레벤느망’
노벨문학상 수상자 에세이서 탄생 ‘레벤느망’ “2021년 최고의 영화” 봉준호 감독 극찬 3월 한국 개봉, 왓챠 공개
지난 6일 저녁,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프랑스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국내에 총 17권 소개됐다. 서점들은 앞다퉈 ‘아니 에르노 특별전’ 코너 마련에 나섰고, 기존에 번역된 작품이 많았던 덕분에 서점가는 실로 오랜만에 ‘노벨상 특수’를 맞게 됐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문단에 발을 들일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진실만을 글로 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글에선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인 만큼 과감하고 솔직한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점에서는 독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소설과 에세이는 작가가 직접 쓰고 매만진 글을 한 문장, 한 글자 천천히 곱씹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번역되는 과정에서 종종 원작자의 의도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순간들도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등장인물이 우리 앞에 직접 나타나 표정이나 몸짓 등 텍스트 외의 정보를 무한히 제공하는 영화는 글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 역시 여러 편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그 가운데 그의 자전적 에세이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한 영화 <레벤느망>이 눈에 띈다. 영화는 지난해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봉준호였다. 그는 “모든 심사위원이 이 영화를 사랑했다”며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화의 주인공 안은 작가의 꿈을 키워가다가 어느 날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기뻐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주인공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예정되어 있고, 아이를 포기하면 감옥에 가야 하는 시대였다.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안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3년의 프랑스는 낙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안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긴 이 폭력적인 상황과 여성들이 직면한 사회적 압박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인생이 바뀌는 미혼모들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줄곧 다뤄져 온 소재다. 이들 영화는 대부분 미혼모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 등을 여성이 혼자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반영한다. <레벤느망>은 시대가 달라도 1960년대 미혼모들의 현실과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작 소설의 배경이 과거라는 점을 관람 전 숙지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배경과 의상, 등장인물들의 대사 모두 생생하다. “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여자를 집에만 있게 하는 병이죠”라는 안의 대사는 충격적이지만 명쾌하다.
“여성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는 일상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합리성을 낱낱이 조명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다. 그의 책이 노벨상 수상 전부터 잇따라 국내에 소개되고, 사랑받은 이유다.
모두가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겪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하여’ 이야기한 작가 아니 에르노. 그의 작품 세계를 글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 <레벤느망>을 통해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는 지난해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 상영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프랑스 현지 개봉했고, 국내엔 올해 3월 소개됐다. 왓챠가 수입하고 영화특별시SMC와 함께 배급했다. 현재 왓챠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