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몸 값’이 담지 못했던 미친 자들의 이야기, 시리즈 ‘몸값’

사건 뒤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몸값’ 원조교제-장기밀매 파격성에 더해진 ‘재난’ ‘절대 놓지 않을 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던져

사진=왓챠, 티빙

금기시된 주제는 사람들의 숨겨둔 호기심을 자극하곤 한다. 대개 이런 주제들은 성(性)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또는 돈에 대해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 값>은 원조교제, 장기밀매 같은 금기시되어왔던 이야기를 짧고 굵게 전달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영화 <몸 값>은 14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주영(이주영 분)의 화대를 흥정하는 형수(박형수 분)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불쾌감을 극대화한 후 마지막 1분의 반전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통쾌함은 곧 찝찝함으로 바뀐다. 어떤 몸값을 흥정하는 것이 더 최악인가, 여고생의 처녀성을 사려했던 남자와 그의 장기를 팔려했던 여자 중 누가 더 악인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면서다.

시리즈 <몸값>은 단편영화에선 담지 못했던 ‘사건’ 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난이라는 상황에 녹여냈다. 원작에 해당하는 내용은 드라마의 초반에 다 쏟아낸다. 2화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이렇듯 재난은 악인들이 가진 본성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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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캐릭터가 제각각 미친 가운데,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자신이 믿는 단 하나를 위해 죽일 듯이 싸운다. 주영(전종서 분)은 자유를 위해, 형수(진선규 분)는 돈을 위해, 극렬(장률 분)은 효심으로 대변되는 신념을 위해. 드라마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진 광적인 집착을 세 인물에 나눠 투영시켰다.

누군가의 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가 벗어나고자 하는 현실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주영은 의지했던 대상에게서 장기밀매 조직에 팔려 와 이용당한 탓에 돈보단 자유를 꿈꾼다. 탈출을 목전에 둔 시점에 닥친 재난은 주영의 꿈을 일부 망가뜨리고 만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기보다 빠져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뿐이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의 장기를 팔았던 것처럼, 탈출과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에 망설임 따윈 없다.

형수의 꿈은 결국 돈이다. 그는 주영에게 여러 차례 크고 작은 배신을 당한다. 하지만 70억이라는 액수를 듣고는 그렇게 자신을 속였던 주영의 손을 다시 잡는다. 위기의 순간마다 “나 경찰이야”를 외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척하지만, 여고생과의 원조교제를 위해 한적한 모텔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한 인물에 불과하다. 이토록 추악한 인물임에도 상대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오늘날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본성에 가까워진 탓일지 모른다.

드라마는 원작에선 깊게 다뤄지지 않은 악인도 놓치지 않았다.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장기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그중 ‘효자’로 불리는 극렬은 자신이 낙찰받은 신장의 주인인 형수를 지키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신념은 효(孝)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곧 신념이 된 사회에서 “우리 아버지”만을 외치는 극렬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1화를 제외하고 본다면 드라마는 원작과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스토리를 가졌다. 다만 원작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단편영화의 주인공인 이주영과 박형수를 데려와 진짜 악인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 박형수는 장기밀매 조직의 부두목 역할을 맡아 주영이 그토록 자유를 열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줬고, 이주영은 종교를 향한 잘못된 믿음이 광기로 발현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그릇된 신념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을 망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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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으로도 충분했던 이야기를 ‘굳이 6부작에 나눠서 할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에 시리즈 <몸값>은 의미 있는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세상이 무너져도 놓지 않을 단 하나의 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악인으로 표현된 캐릭터일지라도 그들의 악행 역시 우리 모두가 가진 자유와 돈, 신념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원조교제, 장기밀매, 재난, 배신, 그릇된 신념. 시리즈 <몸값>은 불편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금기시되고 불쾌한 주제를 순순히 따라가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재난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제를 원작에 잘 녹여냈다는 평과 함께 드라마는 연일 통합 OTT 랭킹 최상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파라마운트+를 통해 해외에도 소개되며 진선규와 전종서, 장률의 ‘몸값’이 아닌 ‘출연료’는 분명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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