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다큐멘터리? OTT를 만나 전성기를 꿈꾸다

채널 히스토리, 브랜드 개편-프리미엄 다큐 제작 선언 TV에서 존재감 흐려지던 다큐, OTT로 옮기자 ‘시선 집중’ OTT에도 콘텐츠 확장 기회로 작용

사진=히스토리

한동안 TV에서 쉽게 주목받지 못했던 다큐멘터리가 OTT라는 무대를 만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8일 채널 히스토리는 브랜드 개편과 함께 프리미엄 다큐멘터리 제작을 알렸다. 히스토리는 이번 계기로 프리미엄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국내외 OTT 오리지널로 차별화된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히스토리는 2018년부터 유명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미국을 만든 거인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함께 제작하고 있다. 에이앤이가 2017년 한국에 진출하며 선보인 채널 히스토리는 TV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 왔으며 <뇌피셜>, <트레저헌터>, <트래블 다이어리> 등 특색있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큐멘터리의 위기, 마니아층에만 소비된다는 지적

한동안 TV 채널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다큐멘터리는 OTT라는 무대를 만나 재기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의 다큐멘터리는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데다, 학술적인 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폭이 좁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다큐멘터리는 마니아층만 찾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모든 시청자에게 폭넓은 주목을 받은 지상파 TV의 다큐멘터리는 2011년 방영된 MBC <남극의 눈물> 이후 EBS <세계테마기행>이 유일하다.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다큐멘터리에 숨을 불어넣은 구세주는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스포츠, 음식, 음악, 스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소비’의 관점이 아닌 ‘연구’의 관점으로 풀어낸 다수의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면서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파이트 월드>, <나는 스모 선수입니다>에서 최근 <리딤팀: 다시 드림팀으로>, <FIFA 언커버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선보여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국내 OTT 티빙은 ‘다큐멘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욱정 PD의 신작 <푸드 크로니클>을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했으며, 왓챠는 음악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리릭스>를 선보이며 출연 스타들의 팬들은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욱정 PD는 <푸드 크로니클> 첫 공개 당시 “시각적인 정보는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바로 이게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라고 강조하며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시청자를 만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방송 시간 등 어떤 부분에서도 제약받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풀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쉽게 접하던 음식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점이 새롭고 유익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장소·시간 불문 원하는 콘텐츠 시청 가능 OTT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는 OTT의 가장 큰 특징도 다큐멘터리에 숨을 불어넣은 요소다. 날짜와 시간별로 편성표가 정해진 지상파 및 케이블 TV와는 다르게, OTT는 시청자가 원하는 주제의 콘텐츠를 즉각 불러낼 수 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특정 영화 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해당 인물이나 사건을 조명한 지금까지의 모든 콘텐츠를 OTT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지난 9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가 큰 흥행을 기록하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을 말하다: 제프리 다머 테이프>를 비롯해 왓챠에서 서비스 중인 <다머가 말하는 다머: 연쇄 살인범과의 인터뷰> 등이 연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쟁 포화 상태에 돌입한 OTT에서도 다큐멘터리는 콘텐츠 확장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각 OTT들은  ‘OTT라서 가능한’ 새로운 다큐멘터리들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테이크 원(Take 1)>을 통해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생애 가장 의미 있는 단 한 번의 무대’를 만드는 과정을 담아내는 시도로 눈길을 끌었고, 최근 선보인 <코리아 넘버원>에서는 예능이지만 한국의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며 “예능과 다큐의 참신한 조화”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국내 OTT 웨이브는 금기시되어오던 주제를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달 15일 선보인 웨이브 오리지널 <더 타투이스트>는 그간 은밀한 취향으로 치부되었던 ‘타투’ 이야기를 담은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다. 국내 의료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타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타투를 향한 사람들의 이중적 시선을 다루며 호평 또한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서사에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가 더해진 데다 시사·학술적인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하는 예능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숨통을 틀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녀와 함께 볼 콘텐츠가 없다”를 호소하던 부모 세대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익숙한 소재의 재해석,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장점, 적극적인 장르의 융합으로 OTT만의 색깔을 가진 다큐멘터리들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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